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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 한국 사회를 옥죄는 `죽음의 손`

반찬이 2009. 5. 28. 15:14
한국 사회를 옥죄는 '죽음의 손' 프린트 하기 | 닫기
  http://blog.hani.co.kr/jkbjou/28321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것은 실존적 사실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생각해 보면 무엇인가 피하기 어려운 힘에 떠밀려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닌가? 그 분이 받아 온 혐의가 죽음으로 갚아야 할 당위는 아니지 않았는가? 억울하지만 벗어날 수 없어 죽음을 선택하도록 이끈 구조적 배경이 있는 것이다. 죽음의 손이 있다. 음습하고 불안한 그림자를 달고 다니는 손이다. 그것은 누구든 언제나 자칫하면 걸려들 수 있는 덫과도 같다. 그 손에 한번 움켜잡히면 넋을 잃고 공든 탑을 허물어 버린다. 발가벗겨지고 상처투성이가 되어 죽음에까지 이른다.  

우리 현실에는 여러 가지 권력들의 부조리 구조가 있다. 그 안에는 검은 손들이 있다. 권력들 사이의 유착으로 인한 복합구조는 더욱 심긱하다. 그 안에는 더욱 복잡한 올가미 손이 있다. 배우 장자연도 전직 대통령도 그런 손들에 걸려들었다.

대통령과 그 가족을 유혹으로 이끄는 정경유착의 부조리, 그런 존재와 흐름을 변혁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얽혀 드는 측근들과 탈법적 관행을 극복하지 못하고 답습하는 자본가들의 책임이 매우 크다.

그 뿐이랴 !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거나 방조한 사람들은 너무 많다. 엄밀히 말하면 국민 대부분이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 할 수 있다. 검찰이 과잉 표적 수사를 진행하며 '언론 놀이'를 벌이는 동안에 적극 나서서 견제하지 못하고 구경만 해 온 책임을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진보니 보수니 편을 갈라서 서로 경쟁하듯이 대안 없는 비판을 일삼아 온 제 세력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비판적 진보 세력은 진정으로 실현 가능한 진보적 대안들을 꾸준히 제공하지 못한 채 부정적 비판만 되풀이 한  책임을 어찌 면할 수 있겠는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비난을 퍼 부으며 험담만 해온 보수 세력은 두 말 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번 사태에 대한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책임은 검찰과 언론과 통치 세력에게 돌리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정의롭게 법을 다루지 않고 조직 이기주의와 권위주의 그리고 출세주의 도구로 오용하는 사법 권력은 가공할 죽음의 손이다. 사회적 소통의 매개자로서 정론의 책무를 저버리고 상업주의와 이데올로기 그리고 성찰 없는 직업주의에 빠진 언론 권력은 흔히 의식적으로 내밀고 때로는 스스로 왜 누구를 죽이는 지도 모르고 뻗치는 죽음의 손이다. 국가사회의 진보와 국민의 행복보다는 반대 세력의 견제에 더 급급한 통치세력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국민에게 엄청난 비극을 불러올지 모르는 무서운 죽음의 손이다.

역사의 진화에 대한 거시적 안목과 균형감 없이 무조건 경쟁 세력에 대해 적대감을 지키며 공세를 퍼 붇는 제 권력의 행태가 수많은 비극을 부른다. 불의로 결탁한 권력의 손들이 참극을 빚는다. 이번 일이 처음도 아니고 끝도 아니다. 한 없이 반복되며 지속된다.

한국 사회에 뻗치고 있는 죽음의 손들, 이제는 잘라내야 할 때다. 더 이상 비극을 되풀이 할 수는 없다. 전직 대통령이 자살까지 하지 않았는가? 더 이상 어떤 시급성을 말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좌우, 여야, 진보-보수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죽음 앞에 자유로운 사람 없다. 전 국민과 국가 기능이 진정으로 사법 개혁, 언론 개혁, 정치 개혁 등에 나서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먼저 통치자로서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책임 질 사람이 있으면 문책한 뒤 사법 개혁부터 착수하는 일이 요구된다. 특히, 수사권 구조와 관행의 개혁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출처 : 희망 청소년
글쓴이 : 정건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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