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사 중에 명복을 빌자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까?
라는 메일을 받고..
나는 왜 명복을 빌고 싶지 않을까? .. 라는 생각을 하다가
화요일 새벽에 봉하마을로 내려갔다.
조문을 하러 간 것이 아니라
느끼러 갔다.
직접 느끼고 싶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캄캄한 마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어떤 단체 참배객을 인솔하던 유족 중 한사람의 설명 덕분에 부엉이 바위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느끼고 싶었다.
알고 싶었다.
왜 죽었는지..
길바닥에 앉아 있다가
그 마지막 죽음 앞에 서 있던 바람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서 산을 향했다.
길목 마다 경호원들이 지키고 서 있어서 구둣발로 대숲을 헤치고 산 기슭을 기어 올라갔다..
미륵불을 지나 부엉이 바위와 정토원이 갈라지는 곳에 이르러 보니 부엉이 바위 길목에도 누군가가 서 있었다.
다리...
그가 마지막으로 건넜을 다리..
되돌아오지 않을 작정을 하고 건넜음직한 마지막 발걸음을 느껴보고자
다리 앞에 앉아 뚫어져라 다리를 바라보았다..
바람이 분다..
다시 계단을 내려와 바위 아래가 바라보이는 곳에서 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바람이 분다..
봉하마을엔 그의 죽음 보다 그의 삶이 가득하다.
집, 길, 산, 연꽃이 가득한 못, 축대, 들녘..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 삶의 언덕위에 그의 죽음의 있고
그 삶의 길목에 검은 천을 두른 천막들이 문상객들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애도와 추모 속에 그의 삶이 매장되어 가고 있다.
그를 부끄러워했던 자도
그를 증오했던 자도
그를 몰랐던 자도
그를 추종했던 자도
그를 존경했던 자도
그를 받아들였던 자도
모두 애도하고 있다.
아무도 더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를 부끄러워하고 증오했던 자는 여전히 그를 경멸하고
그를 몰랐던 자는 여전히 그를 불쌍히 여기고
그를 추종하고 존경했던 자는 여전히 그를 신이라 여긴다.
우리의 애도가 그를 묻는다.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느끼고 싶다.
왜 죽었는지..
메커니즘 속에 갇힌 완벽한 패배 속에서
그가 죽음으로 지켜내고자 했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느끼고 싶다.
그가 수렁에서 건져내어 살려내고자 했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느끼고 싶다.
애도는 그 후에 하고 싶다.
바람이 여전히 불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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