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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지금 대한민국에는 4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다

반찬이 2011. 3. 21. 13:54

지금 대한민국에는 4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다

 

[장면①] 21세기 드라마 언제부터인가 드라마 남자 주인공은 재벌 3세다. 잘생기고 똑똑한데다가 여자 주인공만 지고지순하게 사랑하고 성격도 좋다. 여자 주인공은 주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억척스럽게 자라났거나 고아 출신이다.

이런 '신데렐라'형 드라마가 옛날이라고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 작품 '춘향전'도 따지고 보면 이런 부류다. 양반인 이몽룡이 천민인 성춘향과 결혼하는 이야기니 말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당최 재벌이 나오지 않는 드라마를 찾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다. 이 드라마를 켜도 재벌, 저 드라마를 봐도 재벌…. 대한민국 젊은 남성의 절반은 재벌 3세가 아닐까 싶을 만큼 남자 주인공은 재벌 3세인 실장님, 팀장님, 사장님이다.

[장면②] 21세기 대학 진학

SBS < 시크릿가든 >
ⓒ SBS

요즘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대학을 결정한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명문대학 입학은 꿈도 꾸지 못한다. 사교육 없이 명문대학에 들어갔다는 몇몇 괴물(?)같은 아이들도 있지만, 워낙 드물기에 뉴스에 나오는 것이다. 부모가 돈이 없으면 아이들이 명문대학에 들어가고,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얻을 가능성도 적어진다.

앞으로 입학사정관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대학입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도를 하면 성적이 조금 떨어져도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건 착각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입학사정관제를 위해서 학생들이 고등학생 시절 무엇을 했는지 담임교사가 일일이 입력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놓았다. 교사들은 일이 늘어나 한숨도 짓지만, 애들이 불쌍해 눈물도 짓는다.

부잣집 아이들은 다양한 공연, 다채로운 체험활동, 외국인들과의 글로벌 교류 등등 많은 경험을 해서 풍부한 내용을 입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외된 계층에 속하는 불쌍한 나의 아이들은 친구가 불법다운 받은 영화 정도나 간신히 볼 뿐이다. 이 아이들은 공연 관람, 체험활동은 고사하고, 급식비, 보충수업비 내기도 빠듯한 살림살이 때문에 입학사정관제용 서버에 입력할 것이 거의 없다.

이 아이들이 과연 무슨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자기가 이 대학교에서 찾던 우수한 인재라고 증명할까? 교과부는 학습 부담을 줄여주고 더 공정한 입시 제도를 만든다며 제도를 바꾸지만, 있는 자의 아이들의 진학은 쉽게, 없는 자의 아이들의 진학은 어렵게 만들어 가는 것만 같다.

[장면③] 대학, 그리고 그 이후

대학에 입학하면 훨씬 더 잔인한 문제가 기다린다. 내가 졸업한 대학의 최근 등록금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찍 태어난 것이 이토록 감사할 수가 없다. 요즘 대학에 갔다면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등록금은 지독히도 비싸다. 그래서인지 알바, 휴학, 학자금 대출 등에 짓눌려 사는 가여운 청춘들의 이야기가 많이 들려온다.

대학을 졸업해도 전망은 어둡다. 386세대는 대학 다닐 때 데모만 하느라 공부도 못했다는데 취직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 아이들도 자신들이 '88만원 세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등록금도 비싸고, 졸업해도 별 수 없으니, 조금 더 지나면 돈 없는 아이들은 대학진학을 아예 포기하는 일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자기가 근무하는 기관의 수장이 되자 그 힘으로 자신의 아이들을 그 기관에 취직시킨다. 같은 죄를 지어도 재벌 총수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쉽게 감옥 문을 나온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옛날부터 있었지만, 요즘 들어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난다.

국가의 안정 단계, 그리고 계급의 성립

드라마 < 추노 > 의 한 장면. ⓒ KBS

위에 제시한 세 가지 장면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요즘 들어 더 심해진 모습들이다. 대체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깊어질 무렵 어느 역사과 교수님을 인터뷰 할 기회를 얻었다. 그날의 인터뷰는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교수님과 그 당시 방영되고 있던 사극 < 추노 >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 추노 > 제1화 도입 부분에서 조선 전체 인구의 절반이 노비로 전락했다는 자막이 나온다. 교수님은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노비라면 그 노비는 사실상 요즘의 서민이라고 하셨다. 소수의 천대받는 불쌍한 노예들이 아니라 요즘의 보통사람, 서민이라는 것이었다!

현대의 자영업자는 조선시대로 보면 상민이고, 대기업 간부들은 노비라고 하셨다. 자영업자보다 돈은 더 벌더라도 기업에 속박되어있기에, 호의호식하고 파워도 있었던 양반집 노비와 같은 위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의 양반 계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재벌일까? 교수님은 재벌, 유력 정치인, 지방 유력인사 등을 포괄해야 할 것이라고 하셨다.

인터뷰 이후 고민이 시작되었다. 계급이란 현대 이전에 존재했던, 사람들을 차별하는 사회적 장치로, 현대의 민주사회가 정착되면서 완전히 없어진 구시대의 유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위에 제시한 세 가지 장면이 점점 더 심화되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에서도 계급이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1948년 8월 15일에 개국했다. 2011년인 올해로 건국 63주년이 된다. 14세기 말인 1392년에 건국된 조선이 약 100년 가까이 흐른 16세기 경 계급이 형성되었던 것을 보면, 대한민국에도 계급이 생길 때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조선이 건국된 초창기인 15세기에는 양인과 천민이라는 두 계급만 존재했다(천민은 특별한 이들로 숫자도 많지 않았으니 제외하자). 양인 중에서 과거를 보아 벼슬한 이들은 문반(文班)이나 무반(武班), 즉 양반(兩班)이 되었고, 농사를 짓는 이는 농민(農民), 장사를 하는 이는 상인(商人), 물건을 제조하는 이는 장인(匠人)이 되었다. 15세기에는 직업에 따라 양반, 농민, 장인 등으로 구별했을 뿐 이것이 넘을 수 없는 장벽은 아니었다.

그러나 10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고 사회가 안정되면서, 관리를 부르는 명칭일 뿐이었던 '양반'이 계급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고, 양반과 상민 사이에는 넘지 못할 벽이 생겨났다. 사회가 안정되면서 신분제도도 정착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왜 재벌 3세 드라마가 넘치는가?

후대의 역사책에서 대한민국 시대의 계급은 '사회지도층-중산층-서민-소외계층' 이렇게 구분하지 않을까 싶다. 눈치 챘듯이 '사회지도층'은 드라마 < 시크릿 가든 > 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하지만, '사회지도층'이라는 단어가 전혀 새로운 용어는 아니다. 1980년대 뉴스에서도 간혹 나오던 표현이다. 그때는 이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이런 물의를 일으켰다는 식의 뉴스에 많이 쓰였고, 사람들은 '누가 니들을 사회지도층으로 인정해 주었느냐'며 언론이 그런 용어를 쓰는 것에 반감을 가졌다.

'사회지도층'이라는 용어는 현대 대한민국의 지배층인 재벌, 정치인, 법조계와 언론계의 유력인사, 지방 유력자들을 다 포괄할 수 있는 표현이다. '중산층'은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쓰고 있는 표현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80%가 스스로를 이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때가 15세기 조선처럼 신분 형성 전의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서민층'은 대한민국의 가장 보편적인 사람들이 속하는 계층이다. 그리고 마지막 '소외계층'은 드라마 < 시크릿 가든 > 에서 말하는 소외된 이웃들이다.

돌이켜보면 외환위기 이전까지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재벌 일색이지는 않았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각고의 노력 끝에 출세한 개천 출신의 용도 자주 등장했다. 그때는 열심히 공부해서 출세한 가난한 사람들의 성공 신화가 주변에 얼마든지 있었던 시절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자면, 국가가 성립된 초창기로 아직 계급이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라서 신분 이동이 자유로웠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는 역사 발전단계에 비추어 보자면, 사회가 안정되고 계급이 점점 공고해질 일만 남은 시기가 된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이 불가능해 졌다. 그러니,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갖춘 재벌 3세 왕자님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신분 상승의 방법이다. 이것을 대한민국의 서민들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기에 드라마 속에는 재벌 3세가 넘쳐나는 것이 아닐까? 옛날에는 '명품'이라고 부르는 고가의 사치품에 요즘처럼 목을 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노력해서 상위 '계급'으로 올라갈 수 없는 시대이기에,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무의식적 욕망으로, 그들이 휘감고 다닌다는 '명품'을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의 역사도 역사 법칙대로 흘러갈까?

드라마 < 마이프린세스 > 에서 재벌 3세로 나온 송승헌(박해영 분) ⓒ MBC

지배 계급은 일단 형성되고 나면 자신들의 특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도 조절하고, 아래 계급 사람이 특권 계급으로 올라오는 것도 막는다.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고, 역사적으로도 나타난 현상이다.

작금의 대학입시 제도 변천 과정을 보면 가끔은 섬뜩해 진다. '상민'이 '양반'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을 하나하나 차단해 가고 있는 것 같아서다. 대학 입시 방법이 복잡해 질 수록 부모가 여유가 있어 정보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상위 계급의 아이들에게 유리해 진다. 입학사정관제도 역시 돈이 많아서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유리하다. 낮은 신분의 아이들이 자신의 실력으로 출세할 수 있는 방법을 첫 단계부터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다.

비싼 등록금 역시 같은 역할을 한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알바를 해야 하고,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을 대학 4년을 돈 때문에 허덕이며 간신히 다닐 것이고,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좋은 성적을 얻기도 힘들 것이다. 어쩌면 버티다 버티다 돈이 없어서 학교를 중도에 포기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자주 벌어져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배 계급의 아이들은 대학입학도 취직도 특권을 동원해 쉽게 얻어낸다. 기존의 제도를 바꾼다고 할 때마다 두렵다. 교묘하게 아래 계급 아이들의 신분 상승을 막고, 특권 계급 아이들의 진출을 쉽게 하는 장치가 아닐까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역사는 왕조의 성립-발전-소멸 과정을 반복하기만 하면서 '순환한다'는 주장이 있고, 고대-중세-근대 하는 식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주장이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면 부디 '발전해 나간다'는 주장이 맞기를 바란다.

현재 대한민국은 계급이 형성되는 단계에 있다. 역사적 법칙으로 본다면 앞으로 계급이 더욱 공고해 지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신분제의 모순 때문에 피지배층이 저항해서 특권층을 몰아내는 시기는 머나먼 미래의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특권층은 법을 어겨도 쉽게 풀려나고, 돈이 없는 서민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꼴을 앞으로도 쭉 봐야만 되는 것인가?

여기서, 내가 몸담고 있는 교육에 한가닥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본다. 과거의 조상들은 지금만큼 교육받지 못했고, 지금만큼 역사를 배우지 못했다. 무지몽매해서 계급 차별을 받아들이고 계급 사회를 숙명으로 받아들였지만,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이런 내용들을 학교에서 모두 배웠다. 현재의 우리들은 이미 알고 있으니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많은 역사가들의 주장처럼 역사가 발전해 간다면, "국가 형성 후 지배 계급이 생기고, 지배 체제가 공고해져 가더라"는 역사 법칙에 변화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지배 계급의 형성을 용납하지 않아서, 노력을 하면 누구나 출세할 수 있었던 이상적인 국가의 모델을 역사에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과연 대한민국은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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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운수대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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