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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울증 거듭나기

반찬이 2009. 1. 30. 21:59

 

 

 

우울증 거듭나기

 

우울증에서 거듭나고 자살을 대신하는 의미 있는 대응책

- 자살이 아닌 자아 죽이기 -


“자살은 살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자살 뒤에 남는 것은 다른 보통의 살인과 똑같이 주검입니다. 단지 살해당한 사람이 당신 자신일 뿐입니다.” - 1951년 융의 서간문 중 -

 

우울증과 자살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낯선 단어가 아니다. 남부럽지 않게 살던 유명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 몇 년 전부터 유행처럼 번지던 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통한 정보의 공유와 그에 따른 동반자살 시도 등의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등장해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로 인해 청소년이 자살했다는 소식은 이미 익숙해져 버린 지 오래 되었다. 이에 더하여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생활고를 비관한 가장이 가족과 함께 동반자살을 했다는 비극적인 소식도 드물지 않게 들려온다. 마침내 각종 통계보고에서 우리나라의 자살 증가율이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2004년에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5.2명으로 헝가리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자살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가 되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며 융학파 분석가인 David H. Rosen은 저서인 『우울증 거듭나기』(학지사, 이도희 역)를 통해 비생산적인 우울증과 불필요한 자살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새로운 치료적 접근인 자아 죽이기와 거듭나기를 소개한다.

 

David Rosen 저 | 이도희 역 | 416면 | 14,000원  | 학지사

 

 

*

 

"자살 생존자들은 무슨 말을 하는가"

 

미국의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만 다리에서 투신한 후 살아난 생존자들을 포함한 인상적인 연구를 통해 저자는 생존자들에게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 고위험군에서 단 한 명도 계속 자살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고 밝힌다.

 

금문교는 그 자체의 고유한 아름다운 구조를 차치해 놓고서라도 도시와 지방, 항구와 대양, 바다와 하늘 사이의 통로라는 특별한 상징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금문교가 투신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장소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1937년 다리가 개설된 이래로 2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투신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는 금문교를 자살의 성소로 만들었다. 투신은 거의 예외 없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다리에서 물까지의 높이는 약 78미터이며, 투신자는 시속 121킬로미터의 속도로 물에 부딪히게 된다.

 

어느 날 금문교에서 투신했던 생존자에 관한 기사를 신문 1면에서 본 저자는 엄청나고 분명한 자살시도를 했다가 생존한 사람에 대한 연구를 기획하게 되었다. 기사화 된 사람을 포함한 생존자들과의 면담을 추진하면서 아직 살아 있는 생존자가 오직 여덟 명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만 다리에서 투신했다가 살아난 사람을 면접 대상자로 추가했다.(이 다리 역시 자살하기에는 위압적인 장소이고 생존 가능성이 낮은 곳이다.) 그리고 금문교에서 생존한 여덟 명 중 일곱 명,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만 다리의 생존자 두 명 중 한 명과 면담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들 생존자로부터 자살 가능성을 알아내고 그것을 방지하는 데 유용할 통찰을 얻기를 원했다. 더불어 상실, 실패, 거부당함, 우울증 또는 부정적인 자아상에 심리적으로 종속하는 모든 상태 등과 같은, 부분적이거나 상징적인 죽음의 형태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얻고 싶었다. 저자는 특히 다음의 두 질문에 대한 답에 집중했다. (1) 생존자들은 그런 엄청난 외상적인 사건, 즉 죽음에 근접한 경험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2) 그런 사건이 장기적으로 그들의 삶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었을까?

 

저자가 피험자로부터 받은 메시지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분명하고 중요했다. 열 명의 생존자가 투신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으나, 그들의 공통된 핵심 감정은 외로움, 소외감, 우울, 거절, 무가치감 그리고 절망감이었다.

열 명의 피험자들은 모두 자기가 선택한 죽음의 도약에서 살아남음으로써 실제적인 자살 대신에 저자가 자아 죽이기라고 부르는 상징적인 자살을 완수했다. 회상해 보면, 그들은 각자가 혼란스럽고 기가 꺾인 상태에서 투신을 계획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상태에서 그들은 그들의 전 존재를 특별한 실패나 부정적인 자아 혹은 자기상이라는 용어로 적절치 못하게 규정지었다. 그들 모두가 양쪽 다리에 자살방지 시설을 만들라고 권유했다는 점이 보다 주목할 만했다. 모든 사례에서 이런 청원을 자살에 대한 내면의 방지물이 투사된 것으로 해석한다. 다시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아주 높은, 대부분의 심각한 자살기도 생존자와는 반대로, 저자가 면담했던 열 명의 생존자들은 아무도 다시 자살을 시도하지 않았다.

 

다리에서 투신한 후 생존한 사람들에게서 배운 것은 저자 자신의 치유여행과 그가 환자에게 경험하도록 한 치유여행을 통합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자아 죽이기를 통해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극복할 수 있다. 저자가 자아 죽이기와 거듭나기 이론을 발전시키는 동안 가장 중요한 스승의 일부는 바로 이들 열 명의 생존자였다. 그들은 자살을 기도했지만 살아났고, 자신이 어떻게든 정신적인 재생의 길을 닦아 놓았다는 것을 알았다.

자살은 정말로 자신을 전멸시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지만 그 대신 그들이 한 것은 그들의 자아를 파괴한 것이다. 그들 의식의 자아 정체성은 죽었다. 즉, 그들은 상징적으로 이전에 가지고 있던 그들 자신과 인생에 대한 관점을 죽였다. 또한 그들은 살아나면서 상징적으로 그들 과거의 부정적인 자아정체성을 죽였고, 내면의 죽음과 생명력 그리고 부정적인 자아와 자기 사이에 있는 분열을 초월했다. 우울하고 죽고 싶은 상태에서 살아난 행위를 통해 그들은 스스로 거듭났다.

 

 


"미성숙하고 자기 파괴적인 자아정체성의 죽이기"

 

분석심리학을 비롯한 심층심리학에서는 자살을 개인 내면의 심리적 측면에서 이해해야 할 현상으로 본다. 여기서 자살은 개인의 전인격의 죽음이 아니라 잘못 적응된 병적인 자아의 죽음, 자기와 단절된 자아의 죽음 그리고 새로운 재생을 위한 죽음으로 이해된다. 그러한 상징적인 죽음을 통해 인격은 새롭게 변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살충동은 목적론적 입장에서 새로운 삶을 향한 동경이고 영적인 새로워짐을 위한 인격 내부에서 오는 강력한 요청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떠한 외적 스트레스나 좌절경험이 있어 죽음을 결심한 사람에게도 그 내면에 새로운 변환을 향한 강력한 요청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죽음이 갖는 상징적인 작용을 이해하면 알 수 있다.

우울증과 고통에서 거듭나고 개인적인 삶과 하나의 인간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삶의 의미를 찾는 데 대한 답은 간단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지만 우리의 이해 범위 안에 있다. 그것은 곧 자아 죽이기와 거듭나기다.

이 책은 영혼의 어두운 밤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고통 속에 있는 개인과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그들을 사랑하는 이들 그리고 고통 받는 내담자와 작업하는 치료자들을 위한 안내서로 쓰였다. 그것은 어두움 속을 들여다보고, 그 사람의 개인적인 영혼을 풍성하게 하는 신화를 발견하고, 그 다음 그 신화를 충분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은 이 새로운 치료적인 접근인 자아 죽이기와 거듭나기가 활성화되어 마침내 비생산적인 우울증과 불필요한 자살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모든 이들에게 우울증과 자살을 대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죽음과, 새로운 인생을 포함하는 어려운 여정인 자아 죽이기와 거듭나기라는 대안적인 길을 제공하기 위해 쓰였다.

 

 


"우울증과 자살 성향 극복하기"

 

이 책은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왔으나 모두 자아 죽이기라는 어렵지만 거듭나는 길을 택한 두 명의 여성과 두 명의 남성의 심층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이야기와 관련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들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우울, 자포자기, 무의미, 절망감 그리고 자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그리고 어린이 성적 학대, 유기, 알코올 관련 문제, 입양 등의 시급한 문제를 포함한 사례도 만연해 있다.

 

정신의 파괴적인 부분이나 주도적인 자아 이미지와 부정적인 동일시를 죽게 하거나 죽임으로써, 우울증과 자살 위험이 높은 환자들이 상징적인 죽음을 경험하고 새로운 인격으로 거듭나는 변환을 체험한다. 이런 과정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실제적인 죽음의 고통을 겪는 것과 같은 어려운 과정이다. 그렇기에 그 과정을 인도하는 치료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중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공통되게 말하는 중요한 것은 환자와 치료자 간에 견고한 치료적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관계 속에서 치료자는 환자가 죽음과 재생을 체험하게 하고 나아가 자기실현의 과정을 안내하는 영혼의 안내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우울증 거듭나기는 그들의 무의미, 절망 그리고 타락을 변신시켜 의미, 희망 그리고 그들의 개인적인 신화의 도덕성을 고취하도록 전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것은 존재하는 용기를 반영한다. 이들 개인은 우울하고 자살하고 싶은 콤플렉스를 벗어 버리고 자아 죽이기를 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 거듭난다. 그들의 경험은 다른 사람들이 같은 일을 하는 데 안내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프롤로그로 시작하여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가까운 사람들의 자살로 인한 상실감과 자신의 첫 결혼의 실패로 인한 심한 절망감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자살과 우울증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켜 온 과정을 설명한다.


1부에서는 우울증에 대한 이론을 간단히 소개하고, 자살 위험이 있는 환자를 식별하고 그들을 치료하는 여러 방법을 소개한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기존의 거의 모든 학파들의 다양한 이론들을 간단히 소개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2부에서는 저자가 만든 자아 죽이기와 거듭나기의 모델에 관해 설명하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3부는 이 책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부분인데, 저자 자신이 제안한 모델에 따라 치료한 우울증 환자 두 명과 자살 위험이 높은 환자 두 명의 치료과정을 상세히 소개한다. 이들 네 명의 환자는 여러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치료자의 인도 아래 자신의 내면을 보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하여 자아 죽이기를 통한 상징적 죽음의 경험으로 우울증에서 거듭나는 체험을 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무의식 산물인 꿈과 적극적 명상의 자료들을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다. 독자들은 네 사례 모두에서 힘들지만 의미 있는 과정을 통해 진행되는 감동적인 치료여행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상징적인 죽음과 거듭나기의 과정을 개인의 병적인 심리학에만 국한하지 않고, 개인의 일생을 통한 단계적인 성숙과정 그리고 국가와 세계를 포함한 집단의 문제로 그 개념을 확대 적용하려는 저자의 작은 노력이 표현된다.


“때가 되기 전에 삶을 중단하는 것은 아직 끝마치지 않은 실험을 중지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 중간에 있는 것을 알고 그것을 끝까지 수행해야만 합니다.” 1946년 융의 서간문 중

출처 : 가톨릭대상담심리대학원 총동문회
글쓴이 : 학지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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