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신상공개에 관하여
요새 우리사회는 강호순의 연쇄살인사건 때문에 떠들썩하다. 사람의 가죽을 쓰고 어찌 그럴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딱히 이렇다 할 원한이 있어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뚜렷한 이유 없이 무작위 대상에게 그런 범행을 저질렀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치를 떨 수밖에 없다.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 앞에서 사람들은 대책조차 세울 수 없어 흥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사형 집행론’과 ‘흉악범 신상공개법 제정’ 등의 주장으로 번지고 있다. 사형집행에 대하여서는 진부 할 정도로 찬반론이 팽팽하다. 그리하여 섣부른 견해를 내 놓기가 조심스럽다. 자칫하다가는 종지부를 찍기 어려운 논쟁에 휘말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째 사안에 관련해 이번에 경찰청에서는 “흉악범의 경우 얼굴을 공개하는 쪽으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공식의견을 밝혔다. 이런 의견을 접하는 순간, ‘아, 이래도 되는가!’ 하고 아연실색했다. 개인도 아닌 국가의 공공기관에서 그렇게 한다는 사실에 기가 막힌 것이다.
흉악범에게 분노하는 심정이야 왜 모르겠는가. 더구나 피해자 가족들로서는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정이 들끓을 것이다. 바로 그런 것이 지옥에 있는 심정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이런 엄청난 희생이 어떠한 형태로든 재현되거나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런데 사람들의 아우성에 영합하듯 공공기관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가 어떤 처벌을 받느냐 하는 것도 다음의 일이다. 내가 염려하는 것은 그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입게 될 상처다. 아무리 그가 밉다 해도 주위 사람들의 희생은 막아야 하는 것이다. 그의 얼굴이 공개되었을 때, 그의 아들들은 도대체 이 하늘 아래 어디에서 숨을 쉬고 살겠는가. 그리고 그의 부모와 형제들은 또 어떻게 그 엄청난 수모를 겪어내야 할런지! 주위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지 않아도 이미 그들은 그런 흉악범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만 사람들이다.
다 알다시피 우리사회는 개체중심의 개인주의 사회가 아니고 혈연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집단주의 사회다. 그렇기 때문에 출세를 해도 서양인은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부각시키고자 부모의 부실함을 감추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는 먼저 부모 형제들을 그럴 듯하게 가꾸거나 집부터 단장한다. 분리하려야 분리할 수 없는 연대의식 내지는 체면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풍토가 이럴 진데, 우리는 다시 한 번 냉정을 찾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려야 한다. 제발 우리 집안이나 측근에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면서.
'admission > 상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you need me / 낭송 이종환 (0) | 2009.02.14 |
---|---|
[스크랩] 효과적인 질책방법 - 샌드위치화법 (0) | 2009.02.08 |
[스크랩] 독일인을 웃게 만든 대운하 건설 (0) | 2009.02.03 |
[스크랩] 고대 여학생의 당찬 발언에 한승수 총리 당황하는 모습.............ㅋㅋㅋㅋㅋㅋ (진짜 속이 후련함ㄷㄷㄷㄷㄷ) (0) | 2009.02.03 |
정신병리학 - 반사회성 인격장애자(ASPD) (0) | 2009.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