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ory/사회심리학

대통령의 서거와 국민들의 정서(Emotion)

반찬이 2009. 5. 27. 19:31

먼저 돌아가신 노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사실, 지난 토요일의 뉴스는 정말 큰 충격이었죠.

만나는 사람들마다 난리였습니다.

그에 연이은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인해 지난 한 주간이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네요.

 

오늘 사회심리학 시간에 이런 주제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실 노 대통령의 업적이나 잘못한 일에 대한 것은 여기 제 글의 초점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아니고

그에 관한

국민들의 정서에 관한 것이라서 글을 올려봅니다. (오해없으시길... 정치이야기는 좀 민감해서...)

 

 

오늘 사회심리학 시간에 노 대통령의 서거와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정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요.

사실,

서울 강남에 살면서 50대 정도의 가부장적인 남성의 경우

노 대통령을 무지 싫어했지요. 아마 거의 증오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노 대통령 시절 우리 학교 학생회에서도 FTA 등등의 문제로 인해

비판의 시각이 많이 강했었지요. 비난과 같은 비판도 많았습니다.

은퇴 후에도 돈 문제때문에 검찰에 소환당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실망한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선생님이 지난 토요일에 지방에서 서울로 갈 일이 있었나 봅니다.

마침 버스 안에는 서울 사람도 있었고, 전라도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좁은 버스 안에서

사람들은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선생님이 전해주시길

그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놀라서

버스의 TV에 집중했고,

볼륨을 높이고,

보고 있는데,

버스 안에 흐르는 정서가

참 안타깝다. 어찌 저런 일이...

이런 정서가 버스 안에 있었던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더랍니다.

마치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된 것처럼,... 하지만,

그것과는 좀 다른 분위기로 하나가 된 듯한...

뭐라고 표현하기가 참 ...

어찌 되었든 그 뉴스를 보면서 버스에서 우는 사람도 있었고,

이 선생님도 갑자기 울 것 같은 마음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뉴스를 보면서 느낀 것은

사람들 모두가 대통령을 안타까워하는...

그러니까 노 대통령이 했던 일에 대해서 싫어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자살했기에 너무나 안타깝다라는 인터뷰의 내용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반노/친노 경향의 사람들이 그 전부터 있었습니다.

물론, 그 중간의 사람들도 있었겠지요.

그들이 노 대통령이 살아있었을 때 가지고 있었던 정서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노 대통령이 서거한 후 반노/친노가 가지고 있는 정서는 무엇일까요?

분노? (아마도 친노의 그룹이라면)

죄책감? (아마도 노 대통령을 미워했던 사람들이라면)

슬픔?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가진 정서가 아닐까... 싶은데요...)

기쁨? (죽은 사람을 보고 기쁘다라고 한다면 병원행 수준이겠지요...)

 

인터넷을 보면

이런 글이 많이 나옵니다.

"노 대통령, 당신을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분명히, 노 대통령에 대해서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을텐데,

지켜주지 못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는 어떤 마음에서 나온 것일까요?

 

[정서의 전염]이라는 말도 있다고 교수님이 그러시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take라는 단어에 불쾌감/혐오감을 느끼게끔 최면을 건 다음에

최면을 풀어

몇 가지 사건들events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제시된 사건들은 1) 사촌과 간음한 사건, 2) 자신의 개를 요리해 먹은 사건

3) 뇌물 사건 4) 가게에서 물건을 훔친 사건 5) 도서관에서 책을 훔친 사건)

 

그 사건들 중에 take라는 단어가 제시된 사건과

take라는 단어가 제시되지 않은 사건을 제시했을 때,

사람들은

똑같은 사건들이었다 하더라도

take라는 단어가 제시된 사건에서 불쾌감이 높았다고 합니다.

 

이 연구대로라면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싫어하는 사람은 어떤 사건이든지 노무현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느낄텐데,

그가 죽었다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바뀐 마음 속에 깔린 정서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 궁금하네요.

 

아마도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듣기만 해도 혐오감이나 불쾌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을텐데,

그들이 전부

노 대통령의 서거 후 동정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인들의 마음안에는 어떤 기본적인 정서가 깔려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측은지심일까요? 죽은 이를 욕하지 않고 불쌍히 바라보는 마음일까요?

사람들이 관대하게 바라다 보게 된 그 마음은 무엇일까요?

노 대통령이 사고나 타살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면 사람들의 정서는 어떤 마음이 주를 이룰까요?

 

 

꼭 노 대통령의 경우만 그럴까요?

만일,

내가 어떤 사람을 몹시나 증오할 정도로 싫어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자살을 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나의 마음은 어떤 정서를 가지고 그를 바라보게 될까요?

아니면, 그가 타살이나 사고를 당했다면,

또 어떨까요?

 

외국의 경우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봉하마을에 조문하러 몰려가고 그럴까요?

 

노 대통령의 서거 사건을 보고,

사람들이 전부 공감할 수 있었던 기제는 무엇이었을까?

"오죽했으면....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자살할까?"

라는 상대방의 심정에 대한 공감일까요?

 

노 대통령의 서거에 안타까운 마음이 함께 있지만,

그 사건을 바라다 보며

움직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에

궁금함을 자아내는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까 싶어 글을 올려봅니다.

 

노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