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미래를 망치는 신천* 알림 지재*/신천*의 화장실 쓰레* 신탄

루시퍼

반찬이 2018. 5. 25. 12:09

루시퍼 효과


왜 선량한 네티즌이 '악플 악마'로 변할 수 있는가?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1933 ~ 1984)과 같은 동네에 살던 고교 동급생으로 동갑내기인 스탠퍼드대학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 1933 ~ )도 1971년 비슷한 실험을 했다. 짐바르도의 실험 결과는 밀그램의 실험 못지않게 충격적이었지만, 짐바르도는 밀그램이 먼저 몰매를 맞은 탓인지 큰 논란에서 벗어나 무사했다.


짐바르도의 실험 결과도 가학적 성격 타입이 아닌 사람들도 상황이 바뀌면서 쉽게 가학적 행태를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비가학적 성격 타입의 사람들로 하여금 죄수들을 통제하는 임무를 맡겼더니 이들도 잔인성, 모욕, 비인간화의 행태를 보이며 통제하기 시작했고 그 정도는 급속도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 실험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던가?


대학의 심리학부 건물 지하에 가짜 감옥을 만들고 지역신문을 통해 실험 지원자를 모집했다. 모두 72명이 지원했는데, 이들 중에서 가장 정상적이고 건전한 사람 21명을 선발했다. 간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점점 더 잔인하고 가학적이 되어갔으며, 한 죄수는 36시간 만에 신경 발작 반응까지 보였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연구자들은 원래 이 실험을 2주간 계속하려고 했지만 6일 만에 중단하고 말았다.


교도소장을 맡았던 짐바르도 자신도 이미 이성을 상실한 상태였는지라 짐바르도의 연인이자 대학원생이었던 크리스티나 매슬랙(Christina Maslach)이 강력히 개입해서 중단되었다. 짐바르도마저도 이 실험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짐바르도는 "우리가 본 것은 너무 무서운 일들이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실험의 과정에서 실험자나 피험자 모두에게 이 피험자들의 '역할'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그 한계가 불분명해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피험자들은 진정한 '죄수'나 '교도관'이 되고 말았으며, 역할 수행(role-playing)과 자아(self)를 더이상 분명히 구분할 수가 없게 되었다. 행동, 사고 그리고 감정의 모든 측면에서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일주일도 채 안 된 감옥생활이 일생동안 배운 것을 (잠정적이나마) 지워버렸고, 인간의 가치는 정지되었으며, 자아 개념은 도전받았고 그리고 인간 본성의 가장 추악하고 비열한 병적인 측면이 나타났던 것이다. '죄수'인 학생들은 자기가 살기 위해 그리고 교도관에 대한 끓어오르는 증오심을 이기지 못해 도주만 생각하는 비굴하고 비인간적인 로봇이 된 반면, '교도관'인 학생들은 '죄수' 학생들을 마치 저질의 동물처럼 다루면서 잔인한 짓을 즐기고 있는 듯이 행동하는 것을 보고, 실험자들은 공포에 질렸던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도 교도소라고 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괴물'로 변할 수 있다고 하는 가설은 2004년 5월 바그다드의 아부그라이브(Abu Ghraib) 감옥에서 벌어진, 미군에 의한 이라크 포로 학대 파문으로 입증되었다. 포로들에 대한 고문과 학대는 미 정부의 비밀 작전 계획에 따른 것으로 국가 차원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임이 밝혀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미군 병사들이 포로들을 짐승처럼 다룬 건 전 세계인들을 경악시켰다. 이 파문으로 인해 가장 유명해진 미군 일등병 린디 잉글랜드(Lynndie England)는 21세의 여군으로 함께 기소된 상병 찰스 그라너(Charles Graner)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그녀는 포로들에게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학대 행위를 하면서도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사건의 재판에 피고를 변호하는 전문가 증인 자격으로 깊이 개입했던 짐바르도는 "이라크에서 진행된 일들이 나로서는 전혀 놀랍지 않다"며 "교도소처럼 힘의 불균형이 심한 장소에서는 교도관들의 엄청난 자기 통제가 없다면 최악의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짐바르도는 2007년 스탠퍼드대학 실험 내용과 아부그라이브 고문 사건을 담은 『루시퍼 이펙트: 무엇이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The Lucifer Effect: Understanding How Good People Turn Evil)』라는 책을 출간했다. 루시퍼(Lucifer)는 '빛을 내는 자', '새벽의 샛별'이라는 뜻으로, 천계에 있을 때는 신에게 가장 사랑받던 존재였지만 '오만'으로 인해 신의 분노를 사서 하늘에서 추방당함으로써 '악마, 사탄'이 되었다. 따라서 '루시퍼 이펙트'는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들 수 있는 '악마 효과'라고 할 수 있겠다. 루시퍼는 권위에 복종하지 않아서 악마로 전락했지만, 루시퍼 효과에선 권위에 대한 맹목적 복종이 악마를 만들었다는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밀그램과 짐바르도의 이론들을 가리켜 '상황주의(situationism)'라고 한다. 사람의 특성이 아니라 상황이 중요하고, 영혼보다는 맥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악의 상황 이론(situational theory of evil)'이라고도 하는데, 그 반대는 '악의 기질 이론(dispositional theory of evil)'이다. 『인간과 상황: 사회심리학의 전망(The Person and the Situation: Perspectives of Social Psychology)』의 공저자인 리 로스(Lee Ross)는 "나는 한 개인의 도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행동이 고정된 성격적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덕을 강조하는 윤리학자들은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상황주의는 '인성 교육'과 같은 지름길에 속지 말라고 경고한다. 상황주의와 '인성 교육' 중에서 양자택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둘 다 중요하다고 보면 안 될까? 그러나 강한 개인주의 문화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짐바르도는 아부그라이브 고문 사건 재판에서 느낀 '좌절감'을 다음과 같이 토로한다.


"검사와 판사는 상황의 힘이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려고 들지 않았다. 그들의 견해는 우리 문화 속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표준적인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에 기초하고 있었다. 즉 어떤 잘못은 전적으로 개인의 '기질적' 문제이며 칩 프레더릭 병장의 경우 그와 같은 악행을 저지른 것은 자발적으로 선택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것이다."


검사와 판사는 사이버 공간에서 선량한 네티즌이 '악플 악마'로 변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면 생각을 바꿀까? 황상민은 스탠퍼드 실험에서 이루어진 발견의 의미를 사이버 공간에 적용시킨다. 사이버 공간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나 영향력은 바로 가상으로 만든 감옥과 같은 환경이 간수와 죄수로 참가했던 사람들에게 미쳤던 영향력과 같다는 것이다.


"그것이 가상의 공간임을 알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나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을지 모르지만, 가상의 공간에서 자기 행동을 통제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사실이 아니며 대부분의 인간은 만들어진 환경, 즉 사이버 공간에서 정해진 특성에 따라, 마치 연극 대본에 따르는 배우처럼 행동하게 된다. 가령 채팅을 하러 사이버 공간에 들어갔을 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들과 다른 용어를 사용하여 대화할 뿐 아니라 쉽게 그 상황에서 요구하는 표현이나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이는 채팅방이 가지는 분위기가 하나의 환경으로 우리의 행동을 직접 통제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세계에선 너무 착했기 때문에 그간 억눌린 게 있었을 테고 그래서 비교적 익명(匿名)이 보장되는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상황에서는 그 억눌림을 터뜨리고 싶어 하는 걸까? 실제로 검·경찰 수사를 받을 정도로 문제가 된 악플러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의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가 가슴 아프긴 하지만, 이는 사이버 공간이 한(恨)풀이 성격의 배설 공간일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런 배설 행위에 박수를 하는 이들도 정도만 덜할 뿐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로 보아도 무방하다. 실은 이들이 '간수' 역할을 하면서 악플러들의 인정 욕망을 자극하는 건지도 모른다.


출처: http://tip.daum.net/question/100585002?q=%EB%A6%B0%EB%94%94+%EC%9E%89%EA%B8%80%EB%9E%9C%EB%93%9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