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자리가 몸에서 어디이냐에 대한 생각은 희랍시대에서 중세기까지는 심장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물론 뇌가 마음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함을 인식한 선구자들도 있었다. 선사이전에도 이미 생존을 위해 뇌를 중요히 여겼던 증거가 있으며, 이집트의 의사들의 기록에 의하면 그들이 많은 뇌 질환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기원전 4세기경의 Hipocrates는 뇌가 감각의 장소일 뿐 아니라 지능의 장소라고 이미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의 학문을 지배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심장을 마음의 자리라고 보았고, 뇌는 흥분한 심장에서 데워진 피나 체액을 식히는 냉각장치, 축적기로 보았다. 이후 이러한 관점이 17세기의 데카르트까지 지속되었지만, 그래도 뇌를 마음의 기능의 자리로 보거나, 마음의 기능과 연결시켜 연구하려한 연구자들이 있었다. 대표적 인물이 2세기의 Galen이었다. 그는 대뇌가 감각의 수용기 이며 소뇌는 근육을 지배한다고 제안하였고, 뇌실의 발견과 그 이외의 뇌 기능의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Vesalius에 의해서 뇌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17세기에 들어 각종 기계의 발달은 뇌가 기계와 같은 작용을 한다는 생각이 형성되게 하였다. 이러한 생각이 데카르트에게서 기계로서의 몸과, 이와는 독립적 실체인 마음에 대한 이분법적 관점으로 재구성되었다. 데카르트는 뇌가 마음의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이성적 영혼(마음)처럼 완전하고 통일된 실체가 둘로 갈라져 있는 뇌의 좌우 반구에 자리잡고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는 구체적으로는 송과선 이라는 작은 부위를 통해 마음과 몸이 상호작용한다고 보았다. 마음의 자리라고 볼 수 있는 송과선이란 뇌에서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독일의 의사 F. J. Gall(시대: 1758-1828)은 뇌의 좌우 반구의 섬유들이 교차되어 신체부분으로 연결됨을 발견하였고 여러 유형의 사람들 사이의 뇌의 유사성, 차이를 연구하였다. 그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그는 상이한 심적 기능이 뇌의 서로 다른 부분에 국재(편재)되어있다는(localized) 이론을 제기하였다. 그는 27개 이상의 심적 기능을 각각 담당하는 뇌의 각 부위 지도를 임의적으로 작성하여 제시하기도 하였다: 연애감정 담당 부위, 자존심 담당 부위, 희망 담당 부위 ... 등. 그는 또한 두개골의 모양이나 크기와 같은 물리적 차원을 측정하여 심적 기능과 연결시키려 하는 시도를 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고, 뇌가 마음 기능의 핵심적 자리임과, 뇌의 기능이 분화되어 편재되어(localized) 있다는 관점을 부각시키는데는 성공하였다. 그러나 그의 접근은 불충분한 관찰 증거로부터 과다하게 일반화, 추상화한 것이어서 경험적 검증 논리의 준거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잘못된 접근이었다. 그의 뇌기능 부위 지도는 실제로 해당 뇌의 부위가 그가 지적한 심리적 기능을 지녔는가의 타당성 여부의 문제 이전에 벌써 논리적으로 문제점이 있었다. 그 까닭은 뇌의 각 부위에 담당 심적 기능을 할당하기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심적 기능 또는 특성을 분류하는 분류체계의 논리적 타당성이다. 그런데 Gall은 이러한 심적 기능 범주의 분류체계의 논리적 타당성에 대한 선행 작업 없이, 자기 멋대로 비논리적 분류에 의거하여 범주경계가 불확실한 심적 특성을 뇌의 여러 상이한 부위에 할당하였던 것이다.
이후의 연구들은 Flourens의 이론에 더 수용적이었으나, 일부 연구들은 Gall의 이론이 세부적으로는 부정확하지만 개념적으로는 타당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Bouillaud는 뇌의 앞부분에서 ‘언어 중추’에 해당하는 부위를 발견하였고, Aubertin은 좌측 전뇌 부분이 언어 담당임을 보였으며, P. Broca는 Tan이라고 불리는 환자의 연구를 통해 좌측전두엽 부분이 실어증 관련 부위임을 발견하였다. 이 부분이 현재 Broaca영역이라고 불리는 언어관련 영역이다. 이후 1870년대에 이르러 독일의 G. Fritsch와 E. Hitzig는 개의 뇌 부위에 전극을 연결하여 전기자극을 주는 새로운 연구방법을 사용하여 운동 담당 뇌 영역을 발견하였고, 같은 방법을 사용한 D. Ferrier는 시각영역, 청각영역, 감각영역을 발견하였다. 한편 같은 시기의 C. Wernicke은 임상적 관찰을 통해서 수용성실어증(sensory aphasia)과 운동성실어증(motor aphasia)의 구분 필요성을 확인하고, 측두엽에서 말의 이해를 담당하는 수용성 언어 영역인 Wernicke의 영역을 발견하였다.
다음은 정보전달자로서의 신경세포 및 신경섬유의 개념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과학자인 Galvani와 독일의 생물학자인 du Bois-Reymond은 신경이 전기적으로 자극될 때 근육이 경직되는 것을 보여주었고, 뇌도 그 자신이 전기를 생성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발견은 뇌가 액체의 움직임에 의해서 신경정보를 전달한다는 이전의 관점을 뒤엎어 놓았다. 문제는 운동을 전달하는 것과 감각을 전달하는 것이 같은 경로에 의해서 인가이었는데 신경이 절단되면 감각과 운동이 같이 사라지는 결과로 같은 경로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답은 1810년경에 얻어졌는데 영국의 Bell과 Magendie는 척수의 배근(dorsal root)과 복근(ventral root) 경로를 발견하여 이를 설명하였다. 즉 감각과 운동 기능은 다른 경로를 따라 처리된다는 것이다. 이에 추가하여 J. Mueller는 감각의 질은 대상 자극 자체가 아니라, 그 감각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담당하는 특정 신경섬유에 의해 결정된다는 특수에너지법칙(law of specific energies)을 제시하였다.
뇌기능 국재론 중심의 19세기의 연구가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또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19세기 말의 영국의 신경학자 J. H. Jackson은 뇌의 좌우 반구 사이에 어떤 한 반구가 지배적인 특성을 지닌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 뇌의 부분 ‘A’ 가 손상되어 심리적 기능 ‘ㄱ’이 결함을 보인다하여 ‘A’가 ‘ㄱ’이라는 기능에 대한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논리에는 문제가 있다고 국재화 연구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20세기 초의 P. Marie, K Goldstein과 H. Head 등도 인지 기능은 편재화된 것이 아니라 두뇌가 전체적으로 반응하며, 같은 부분이 손상된 환자들이 서로 다른 기능의 결함을 보이거나 아무런 결함을 안 보이는 현장이 있음을 지적하고, 뇌는 모든 지적 활동에 뇌 전체가 하나의 통일체로 작동할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뇌기능 전체주의자들의 주장은 미국심리학자 Franz와 Lashley의 연구에 의하여 강력히 전개되었다. 1900년대 초의 S. I. Franz는 당시에 유행하던 동물 학습 연구에 뇌 절제술 방법의 접목을 시도하였다. 그는 동물에게 특정 행동을 학습시킨 후에 뇌의 일부분을 절제하였을 때에, 그 동물이 이전에 학습한 바를 기억하여 행동으로 수행하는가를 탐색하였다. 그 결과 특정 행동에 대한 학습된 기억이 뇌의 특정 부위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님을 발견하게 되었다. 학습된 내용이 다른 부위에도 분산되어 저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또한 예를 들어 언어 담당 영역인 Broaca영역이나 Wernicke영역이 손상되어도 언어 능력이 복구되는 사례를 관찰하였다. 뇌기능의 편재화, 국재화를 넘어서는 가소성, 융통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후에 Franz와 공동연구를 시작한 K. S. Lashley는 행동주의 심리학의 연구의 전형인 동물의 미로학습 연구를 통해서 뇌기능의 국재화에 반대되는 연구 결과들을 발견하였다. 미로 학습을 한 쥐들의 뇌를 절제한 결과, 뇌부위에 따른 학습 수행 능력의 손상이 발견된 것이 아니라, 뇌 손상 양에 비례하여 학습 수행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학습된 경험의 내용이 뇌의 특정 부위에 저장된 것이 아니라 뇌 전역에 균등 분산 저장되어 있을 것이라는 이론을 지지하는 결과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근거로 Lashley는 균등능력(equipotentiality: 뇌의 어떤 기능 영역 부분들의 능력은 동일함) 개념과, 전량활동(mass action: 뇌 손상 양에 비례하여 행동 수행 기능이 결정된다는)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뇌기능 국재화 입장을 공격하였다. 그에 의하면 경험을 통해서 정보는 두뇌 전체 또는 어떤 일부 영역 내에 널리 표상되며, 이 영역 내에서는 모든 세포들이 일정한 형태로 반응하는 능력을 획득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Lashley의 입장은 뇌기능의 국재화를 주장하던 학자들에게 강력한 타격으로 제기되었다.
국재적 입장과 전체적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카나다의 심리학자 D. O. Hebb(1949)은 세포군집(cell-assembly)이론을 통해 하나의 통합을 시도하였다. 그에 의하면 시지각과 같은 신경계의 행동 패턴은 특정 세포들의 집합인 세포군집의 연결에 의하여 형성되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어떤 행동이나 지각내용이 뇌의 특정 영역에 특정 세포군에 국재화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보다 더 복잡한 세포군 집합들이 형성되고(이것을 그는 국면계열(phase sequence)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국면계열은 국재화되기 보다는 뇌의 여러 영역에 분산되어있는 세포들의 연결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으며, 따라서 균등 능력적일 가능성이 높다. 후자의 경우 어느 한 세포군이 손상되어도 다른 세포군이 그 기능을 대행할 수 있다고 하겠다. 이에서 유기체가 더 성숙되면, 유기체의 행동을 어떤 특정 세포집단 뇌영역에 귀속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Hebb의 이러한 포괄적 이론과, 세포군이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학습원칙에 대한 그의 이론은 후에 80년대에 이르러 신연결주의의 기본 개념으로서 도입되어 인지심리학에 영향 주게 되었다.
20세기 전반에 심리학의 이론적 틀을 장악하고 있던 행동주의 대항하여 출발한 인지주의는 행동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외적 관찰 가능한 행동과 단순한 ‘자극-반응’ 연결의 강조 대신, 내적 고차적 인지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인지의 신경생물적 기반의 중요성을 무시하였다. 즉, 신경생물적 기초 없이도 순수 인지과정을 이해 가능하다는 관점을 전개하였던 것이다. 50년대 후반에서 80년대까지 이와 같이 인지주의가 신경과학을 무시하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그 하나는 그 당시의 신경과학적 연구 도구와 연구 물음이 인지과학 특히 인지심리학적 연구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분자수준과 생물적 구조 중심의, 그리고 감각-운동 기관 중심의 신경과학적 연구들은 고차인지과정을 분석, 설명하려는 인지주의자들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관련 없는 연구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80년대 중반에 이르러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기능주의에 대한 반론과 도전이 시작되고, 인지현상을 설명함에 있어서의 뇌 연구의 중요성과 두 분야의 생산적 연결 가능성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자각과 구체적 연구의 결과로, 넓게 보아서는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이 연결된 ‘인지 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이 형성되었고,
좁게 보아서는 심리학 내에서 인지심리학과 신경심리학, 생리심리학이 연결된 인지신경심리학(Cognitive neuropsychology)이라는 새 학문 분야가 형성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9장에서 이미 언급한 신경망적 접근(neural network approach), 병렬 분산처리적 접근(parallel distributed network)이라고 부르는 신연결주의의 부상이다. 심적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기본 단위들이 뇌의 시냅스 같은 연결 및 활성화 특성을 지닌다고 보는 신연결주의는, 인지 얼개(cognitive architecture)를 뇌 신경망의 특성에 기초함으로써, 컴퓨터 유추적 접근이 지니는 제한점을 뇌 유추를 통하여 극복하려 한 것이었다. 이런 움직임은 인지과학의 이론적 틀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신경과학적 연구가 도입될 수 있는 길을 인지과학 안에서 터놓은 것이다. 이러한 연결주의 모델의 왕성한 발전은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러한 모델을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구현하여 검증 가능하다는 데 있었다. 이러한 연결주의적 접근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8장 참조).
인지과학 영역 밖에서는 신경과학 자체의 변화가 있었다. 전통적인 분자수준에서의 접근에서 탈피하여 뇌의 시스템 수준 중심으로 접근하는 시도들이 성공을 보였다. 기억체계와 시각체계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 시도들이 그 예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뇌의 서로 다른 영역 또는 신경전달 경로가 서로 다른 인지기능에 특성화 되어있음을 보여주었다. 방법론적으로도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해부학적 기법에 추가하여 인지심리학에서 발전시킨 행동관찰법을 도입한 것이 변화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연결을 통해 기억 등 인지기능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에 바탕해서 인지심리학적 이론의 타당성이 정당화되거나 수정될 수 있을 가능성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그 동안의 정보처리적 패러다임 하에서의 인지과학적 연구가 초기의 활발한 이론전개와 경험적 자료의 축적에서 어떤 한계에 도달하였음을 자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결주의 모델이나, 신경과학의 경험적 자료들은 전통적 인지실험보다 신경적 방법이 더 많은, 좋은 정보와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인식을 생기게 하였다. 즉, 인지현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새로운 틀로 분석해 갈 수 있으리라는 시사를 준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는 동물실험에서 사용하던 신경과학적 방법을 인간의 고등인지기능 연구에까지 확대 적용할 수 있었던 것도 한 요인이 되었다. 동물, 특히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게 적용했던 단일세포기록 방법을 통하여 얻은 지식들을 인간에게 적용하면서, 인간의 상이한 인지기능에 참여하는 신경회로와 구조에 대한 정보와 그러한 기능 구현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영향보다도 더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은 이미 8장의 방법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사건관련전위(ERP: Event Related Potential) 기법, 기능 뇌영상화(functional brain imaging)기법 등의 발전에 따른 영향이다. 이러한 연구 기법의 기본 방법들은 이전에도 알려져 있었고 사용되었으나, 최근에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이러한 기법의 폭발적 발전을 가져와서, 연구자들이 방대한 양의 자료를 기록, 분석함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전에는 대개 획득 불가능했던 유형의 뇌 공간 및 시간적 측면의 자료들을 습득, 처리 가능하게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단일한 방법보다도 여러 연구방법들의 결과가 수렴되는 것에 더 신뢰를 두는 자연과학자적 방법을 신뢰하는 신경과학자들의 경향성에 이런 다양한 결과의 수렴이 부합되었다고도 하겠다. 특히 기능 뇌영상법의 영향이 컸다. 기능 뇌영상화 기법들은(이경민, 1999) 뇌의 여러 기능 영역들에서 특정 인지 기능을 수행할 때에 관여하여 활성화되는 수준을 계측할 수 있게 하였다. 즉 특정 영역 세포나 영역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체계가 어떠한 인지기능 관련 정보처리를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를 파악 가능하게 된 것이다. 뇌의 상이한 영역이 인지 기능 수행에 다른 정보를 제공하고, 다른 종류의 정보처리에 관여함을 드러나게 한 것이다. 뇌의 구조적 변화 파악에 국한되었던 초기 뇌영상화기법이 개선되어, 후에 개발된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fMRI(funct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등은 뇌의 기능을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영상화 한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고, 개선된 ERP기법이 시간적 해상도를 보완하여 줌에 따라 뇌기능에 대한 시공간적 특성 파악 방법은 큰 진척을 보게 되었다. 이러한 영상화방법은 정상인과 뇌손상자의 인지과제 수행 상황의 세부를 포착하며, 인지신경모델의 검증을 세련화 하였다. 이러한 인지신경심리 연구 방법에 대한 상세한 기술은 8장 4절에서 주어져 있다.
인지신경심리학의 주요 연구주제는 뇌의 각 부분이 어떠한 기능적 전문화와 기능적 조직화를 이루고 있는가 하는 뇌기능 地圖 (brain function mapping)의 탐구이다. 이와 관련하여 좌우 뇌반구의 기능 분화와 통합의 기제가 연구된다. 다음으로 지각적 특질의 탐지와 지각적 형태 재인의 신경기제, 운동행동의 조직과 분화와 통제의 기제, 학습의 생화학적 변화 기제와 학습에 의한 신경적 가소성(plasticity)의 기제, 기억의 소재와 표상형성 및 異常 기억의 기제, 주의와 각성의 기제, 언어행위의 기제, 감정과 정서에 관여하는 두뇌 기제 등이 주요 연구주제가 된다. 이러한 탐구의 배경에는 인지심리학 및 인지과학의 핵심 주제인 표상과 처리과정의 문제가 항상 놓여있다. 표상의 신경학적 기반을 심리학에, 인지과학에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과제를 인지신경과학은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상당수의 인지신경심리학자들은 연결주의 심리학자들과 마찬가지로 표상의 존재와 표상의 신경적 특성 탐색에 대하여 적극적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그들은 표상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고 신경적으로 현상을 설명하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인지심리학이 핵심 연구주제가 표상임을 전제하고, 인지신경심리적 연구와 표상의 문제를 연결시켜 생각해 보기로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표상과 그 정보 처리과정과 관련된 인지신경심리학의 중심 연구주제들을 약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표상의 실재의 문제의 연구이다. 이에 대한 현재의 연구들은 입력자극의 位相(topology)이 보존되어 상위수준으로 투사되는 신경구조가 있는가 하는 문제의 연구로 집약될 수 있다. 시각, 청각, 체성 감각 등에서 수용기와 뇌중추 사이에 retinotopic, tonotopic, somatotopic 투사 관계가 각각 존재한다는 신경구조적 연구결과들은 입력자극 특성이 뇌에 물리적 관련성을 가지고 표상될 수 있을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해 준다.
세째로, 표상 양식의 문제의 연구이다. 인지과학에서는 인간의 표상이 디지털(명제적) 표상이냐 아날로그 표상이냐, 아니면 둘 모두이냐의 문제가 논란되어 왔다. McCulloch와 Pitts이후로 뇌 연구들은 뉴론들이 시냅스에서 디지털적으로 정보를 교환함을 인정해왔다. 최근에 아날로그적 표상을 직접 반영하는 신경적 구조특성이 뇌에 있는가 하는 문제가 신경과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었다. 그 결과, 디지털적 특성을 지닌 뉴론들일 지라도, 그 뉴런들간의 기능적 특성 또는 신경적 연결성과 활동성의 패턴에 의해 아날로그 특성이 주어질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뇌신경 활동의 특성이 단순히 디지털적, 계열적 연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냎스를 넘어선, 전체적 신경활동의 場(field)的 패턴에 의해 결정되는 특성이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네째로는 본 장의 앞 부분에서 계속 논의된 바와 같은 국재화의 문제이다. 정보의 표상은 뇌의 어떤 한 부위에 局在하는가 아니면 분산되는가의 문제의 연구이다. 이 문제는 특수화된 기능을 지닌 구조의 단원성(modularity) 대 분산적 중복 표상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질 탐지세포이론과 같은 단원적 국재화의 이론과 홀로그래픽(holographic) 기억이론이나 집단신경선택(group neural selection) 이론과 같은 중복분산표상의 이론들이 제시되었고 각각을 지지하는 증거들도 찾아졌다. 인지심리학, 인공지능학, 컴퓨터공학 등에서 제기한 '병행분산처리의 신연결주의' 이론은 신경계의 분산표상과 단원적 구조의 기능을 조합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한 인지신경심리학의 주요 연구주제는 뇌의 해부학적 구조의 탐색이 아니라, 뇌의 각 부분이 어떠한 기능적 전문화와 기능적 조직화를 이루고 있는가 하는 뇌기능 地圖의 탐색이다. 따라서 좌우 뇌반구의 기능 분화와 통합의 기제가 연구되고, 지각적 특질의 탐지와 지각적 형태 재인의 신경기제, 운동행동의 조직과 분화와 통제의 기제, 학습의 생화학적 변화 기제와 학습에 의한 신경적 가소성(plasticity)의 기제, 기억의 소재와 표상형성 및 異常 기억의 기제, 주의와 의식의 신경적 기제, 그리고 언어, 사고, 정서 등의 신경적 기능적 구조와 기제 등이 주요 연구주제가 된다. 물론 정상인과 뇌손상환자의 인지신경적 특성이 모두 연구된다. 이외에도 신경계의 진화와 인지의 진화 관계에 대한 연구와, 계산신경과학(computational neuroscience) 연구도 진행된다. 후자는 인지심리학에서 인지과정에 계산적 모델을 적용하여 시뮬레이션 하던 방법과 마찬가지의 방법을 신경체계 과정에 적용하여 계산적 모델을 구성하는 접근이다. 특정 신경처리과정에 대한 연결주의 모델과 같은 인공모델의 구성이 그 한 예이다.
여기에서 지난 20 여 년 간의 인지신경심리학 연구 결과들의 전 범위를 열거하고 그 내용과 그 의의를 모두 논하기에는 지면의 한계가 있다. 그 대신, 여기서는 그 동안에 축적된 연구들 중에서 인지심리학과 상호작용이 두드러진 연구 결과 일부를 중심으로 그 내용과 의의를 기술하여보겠다. 먼저 그 동안의 인지신경심리적 연구에서 중요한 업적으로 인정되는 것들을 필자의 주관적 기준에 의해 열거한다면 다음과 같다(Banich, 1997).
첫째는 좌우 뇌의 일반적 특성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재개념화이다. 이에 대하여는 후에 부연하겠다. 다음은 시지각 연구 분야에서 형태인식(재인)에서의 인지심리학적 계산적 모델의 신경학적 검증; 부분과 전체 정보처리의 상호의존성의 신경학적 이해; 감각기관에는 이상이 없는데도 대상인식에 실패하는 실인증(agnosia)의 다양성과 정보처리적 특성의 이해, 얼굴 인식 정보처리 미케니즘의 독특한 지위 확인 등이다.
주의 분야에서는 선택적 주의가 뇌의 어떤 구조에서 일어나며, 언제 선택이 일어나는가의 이해; 공간위치 정보 중심 주의와 대상정체 중심 주의 분할/상호작용 기제의 이해; 주의를 주고 떼는(engage-disengage) 과정과 관련 신경구조의 개념 도입; 손상뇌의 대칭 시야 자극 및 특정 범주 자극에 대한 무시(hemineglect) 현상의 이해 등이다.
기억 분야에서는 기억상실증에 대한 신경과학-인지심리학 통합 모델의 구성; 단일한 체계 아닌 다원적 체계로서의 기억 모델에 대한 인지심리학적-신경과학적 통합적 모형의 발전; 이와 관련하여 암묵적(implicit) 기억 체계 특성의 이해 및 이것의 의식하적 주의, 학습과의 관련성 이해, 및 절차적(procedural) 기억과 서술적(declarative) 기억 구분과의 연관성 이해; 해마가 장기기억 저장고가 아닐 가능성의 확인과 이것이 분산표상 모델에 주는 의의 이해; 작업기억의 하위체계 구분과 기제 이해 등이다.
행위를 계획, 집행하는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 연구 분야에서는, 전두엽의 손상과 관련하여, 소위 ‘자유의지’에 관련된 인지기능에서의 자발성, 반복-집착성, 주의 및 마음갖춤새를 바꾸거나 적응 전략을 모니터링, 수정하는 등의 인지기능의 신경적, 정보처리적 특성들이 밝혀지고 있다.
정서에 관한 신경심리적 연구는 컴퓨터 유추 모델을 채택하며 정서를 연구 주제에서 거의 배제했던 인지심리학에 정서 연구를 부활시키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대뇌피질과 피질하 구조 사이의 일반적 정서 경험 및 정서적 의사소통 처리 대 긴급 정서반응 처리의 분담; 정서 의사소통에서의 얼굴 표정 표현/이해의 중요성과 우뇌의 이 기능 담당 특성 규명; 부정적 및 긍정적 기분 상태와 좌우뇌 기능의 분담/상호작용 및 좌우뇌 내의 전후 영역의 기능 분할 탐색 연구 등이다. 정서에 대한 이러한 신경심리적 연구들은 인지심리학으로 하여금 이러한 연구 결과와 기존의 동기-정서심리학에서 제기된 개념과 이론을 통합하여 새로운 이론적 모형을 형성하게끔 촉진하고 있다.
인지심리학과 인공지능학을 연결하는 접점에서 가장 세련된 ‘계산적 시각 이론’을 제시한 것이 D. Marr이다. Marr(Marr, 1983)는 신경생리학, 형태심리학, 생태학적 광학 등의 연구결과들에 바탕하여, 입력된 시각 자극이 잇달은 단계적 정보처리 계산과정에 의해 분석되어 대상에 대한 점진적 스케치(표상)들이 형성되는 과정과, 이를 도출, 활용하는 구체적 실행 알고리즘을 기술한 인지심리학적 계산이론을 제시하였었다. 그에 의하면 입력 자극의 단계적 표상(스케치)들은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먼저 빛의 밝기와 경계선 등 지엽적 지각 특질 중심의 조야한 초벌스케치, 다음 단계로는 보는 사람 관점 중심의 표상인 2-1/2차원 스케치, 마지막 단계로는 보는 사람의 방향에 관계없는 대상 중심의 항상성 있는 표상인 3-차원 스케치로 점진적으로 세련화 된다고 보았다. 시지각 과정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 Marr의 이론의 타당성과 보완 필요성이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통각실인증(apperceptive agnosia) 환자 경우에 지각적 유사성에 의해 대상자극들을 범주화할 수는 있으나, 비전형적 위치에서 본 모양이나 대상의 두드러진 특질이 극소화 된 모양의 대상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이는 초벌스케치는 가능하나 대상의 기본 축 도출과 3-차원스케치 도출의 실패로 해석되어 Marr의 이론을 지지해준다. 대상을 전혀 또는 거의 인식 못하거나, 지엽적 특질 중심으로 그룹짓기를 못하는 통각적 실인증 환자의 경우도 초벌스케치를 도출해내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Marr의 계산이론을 지지해준다.
주의 연구의 대표적 심리학자인 M. Posner는 전통적 인지심리학자에서 인지신경심리학자로 전환한 대표적 심리학자로서, 인지행동적 연구를 위한 실험과제를 개발하였으며, 신경학적 연구 결과에 바탕한 주의 이론을 제시하고, 이를 또한 인지행동적 측면과 신경학적 측면을 연결하여 검증하였다. 그의 인지심리 이론에 의하면 주의에는 정향주의(orienting attention: 특정 위치에 주의하는) 체계와 집행주의(executive attention: 심리과정들의 진행을 제어하는) 체계가 있다. 정향주의 체계의 경우, 사람이 대상에 주의를 주게 되면, 주의는 그 표적이 있는 위치에 몰입(engage)된다. 그러나 표적이 다른 위치에 나타날 경우, 이미 주의가 가 있는 위치에서 떨어져 나온(disengage) 다음, 새 위치로 주의를 이동해야(shift) 한다.
Posner 등은 이러한 이론을 정상인을 중심으로 검증한 후에, 뇌손상환자를 대상으로 검증하였다. 우뇌 두정엽 손상자들은 왼쪽 시야에 제시된 물체들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즉 무시하는(hemineglect) 경향을 보임을 발견하였다. 이전 위치의 대상에서부터 주의를 떼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서 무시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또한 중뇌의 상소구가 손상된 환자들은 이미 주의를 준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주의를 이동시키는 과정이 크게 장애를 보였다. 이와는 달리 시상의 시상침이 손상된 환자들은 손상된 부위의 반대편에 타당한 표적이 제시되었을 때 매우 느린 탐지반응시간을 보였다. 이 결과는 주의를 몰입시킴에 있어 장애를 겪고 있음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의해 인지심리학자 Posner 등은 자신의 인지이론이 지지되었다고 보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에 따르면 주의 과정에서 정향망 (orientaitonal network)은 두정엽, 상구체, 시상이 관여하며, 눈동자를 움직인다거나, 머리를 움직인다거나 하는 외현적 주의과정과, 눈동자를 움직이기 전에 일어나는 내현적 주의과정에 관여하여 공간적 주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본다. 두정엽은 주의를 떼는(disengage) 과정에, 시상은 공간적 대상에 대한 주의를 증대시키는 과정과 관련 있다고 본다. 중뇌의 상소구체는 안구운동과 내현적 주의에 관여한다고 본다. 따라서 상구체가 손상되면 주의이동과 안구 움직임의 장애를 보인다. 시상, 특히 시상침 영역은 새로운 정보나 유관 정보에 대하여 이를 더 깊이 정보처리하기 위하여 이런 대상들을 주의 범위 안으로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한편 집행망은 전두엽, 특히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 gyrus)에 해당하는데, 이는 목표 사건 탐지와 관련된 주의 통제를 담당한다고 보며, 새 위치로 주의가 일단 옮겨지고 자극대상이 시각뇌에 전달된 후 집행망이 작동하여 대상을 의식의 초점으로 가져온다는 것이다. 자극에 대하여 주의를 돌리면 그 자극에 대한 감각적 활동이 향상된다는 결과도 ERP 연구에서 얻어졌다.
기억 연구에 있어서의 인지심리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의 상호작용 관계는 한쪽에서 어떤 자료나 이론을 내어놓으면 다른 쪽에서 그것을 보다 세련화 하여 이론화하거나 더 정교한 자료를 획득하고, 이를 다른 쪽에서 다시 그렇게 하는 끊임 없는 활발한 되먹임(feedback) 사슬로 이어져 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기억상실증 환자들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기억 현상 자료들을 축적했으나 이에 대한 정교한 인지이론체계(예: 정보처리이론)가 없던 신경과학자들에게서, 인지심리학자들은 그들의 기초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일차적으로 이론을 세우고, 실험적 자료를 획득하여 기억체계의 구조와 과정에 대한 정보처리적 개념과 이론을 확장하여 정립하였다. 이에 바탕하여, 신경과학자들은 인지심리학의 방법론을 신경적 방법론에 추가하였고, 동물이나 인간에게서 인지심리학자들의 기억 정보처리 과정적 또는 구조적 개념에 상응하는 기억 관련 뇌신경 부위와 과정을 탐색하며 인지심리학 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하였고, 동시에 신경과학 이론적 규명을 발전시켜왔다. 그 결과를 다시 인지심리학자들이 도입하여 신경구조와 신경기제에 바탕한 기억체계 인지이론을 발전시켜 온 것이며, 지금 현 시점에서는 인지신경심리학의 발전과 더불어, 이제는 많은 경우에 인지심리학자, 신경과학자의 구분이 부적절한 단계에 이르렀다.
인지심리학내의 오랜 논쟁 거리를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을 통해서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지은 주제중의 하나는 심상(imagery) 표상의 본질의 문제이었다. 디지털 컴퓨터에서 그림이 그림(아날로그)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좌표 상에서의 1 또는 0의 값으로 저장되듯이, 인간의 심상 표상도 아날로그가 아닌 명제적(propositional) 표상으로 저장되는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은 70년대 초이래 심리학 내에서, 그리고 인지과학에서 철학자들까지 가세하여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신경 인지심리학적 연구에서, 우리가 대상을 눈으로 직접 응시할 때나, 머리 속으로 심상을 떠올릴 때에 관여되는 뇌의 부위가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는 명제적 표상 입장이 부적절함을 보여주며 논쟁을 잠재우고 있다.
기억과 관련하여 인지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 사이에 다소 강조의 차이가 있었던 한 주제는 장기기억의 저장 장소이었다. 신경과학자들에게는 장기기억이 어디에 저장되느냐가 기억 연구에서 가장 큰 연구문제의 하나이었다. 과거 일부 연구자들은 해마(hippocampus)가 장기기억 저장소일 가능성을 고려하였다. 그 동안 인지심리학자들은 마치 뇌 내부의 기억저장고의 부위가 어디이냐는 문제는 인지심리학 이론의 형성과 검증에 별로 관련이 없는 듯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기억저장소 부위에 관계없이 기억의 인지심리이론을 전개할 수 있다는 듯한 태도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의해, 해마가 기억의 저장소가 아니며, 신피질 영역임이 드러나고, 서술기억(What 지식에 대한 기억)은 해마의 참여에 의해 여러 신피질 영역에 저장되며, 하나의 사건이나 장면의 여러 의미적, 지각적 요소들은 그것을 담당하는 다른 피질 처리부분에 저장되기에 피질 전반에 분산 저장되는 반면, 절차기억(How to 에 관한 기억)은 해마와 관련이 없고, 특정 행위를 수행하는데 관여되었던 특정 피질처리체계에 저장된다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인지심리학자들은 이제 그들의 기억 이론의 구성에서 기억저장고에 관한 신경학적 이론을 참고하여 이론을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렇게 신경 인지 이론과 인지 이론의 상호작용이 계속되고 있다.
R. Sperry 등의 연구이래, 좌우뇌 기능 차이의 연구는 초기에는 좌우뇌가 각각 어떤(what) 다른 질의 정보를 담당하는가를 밝히는데 초점이 주어졌었다. 이러한 연구들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의 초점은 그보다는 좌우뇌가 정보를 어떻게(how) 달리 처리하는가를 밝히는 데에 더 초점이 모아지고 있으며, 한 쪽 뇌에는 특정 기능이 있는데 다른 쪽 뇌에는 없다는 점의 강조보다는, 한 인지기능(예: 언어이해)의 여러 측면, 여러 정보처리 양식을 좌우뇌가 어떻게 분담하여 상호 보완하는가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시각적 처리에 있어서, 위계적으로 조직된 그림자극(예: 작은 원들의 연결이 만들어낸 큰 삼각형)을 제시한 결과, 좌뇌는 시간적 관계성에 강조를 두며 단편적, 분석적으로 처리하며, 세부 측면에 강조를 두어 처리하는 반면, 우뇌는 공간적 관계에 특별한 강조가 주어지며 형태적으로 총체적으로 정보처리한다는 것이 부각되고 있다. 우측뇌 손상환자들이 자극을 총체적으로 처리하지 못하지만 부분적 정보처리에는 이상이 없고, 좌측뇌 손상환자들은 전체적 형태 처리에는 이상이 없으나 부분적 정보처리에 이상이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되었다. 좌우뇌가 시지각 정보를 처리함에서 달리 작용함을 보여준다.
숲과 나무의 관계에서 우뇌는 ‘숲’ 중심으로, 좌뇌는 ‘나무’ 중심으로 처리한다고 볼 수 있다. 좌뇌는 선형적으로(linear)처리하나, 우뇌는 전체모양(configurational) 중심으로 처리한다던 지, 우뇌는 새로운 것(novelty)의 정보처리에, 좌뇌는 친숙한 정보처리에 더 잘 반응한다던 지, 우뇌가 복잡한 정보를 더 잘 통합하며, 언어처리에 있어서 언어표현의 억양과 운율에 더 민감하고, 맥락과 정서적 적절성 중심의 화용론적 처리를 한다는 등, 그리고 공간정보 처리를 우뇌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좌뇌도 담당하는데, 좌뇌는 두 점 사이의 범주적 관계(위, 아래, 좌, 우 등의 관계) 결정을 담당하고 우뇌는 두 점 사이의 좌표적(거리) 공간관계 중심으로 처리한다는 것 등은 모두 ‘어떻게’ 처리 하느냐에서의 차이와, 하나의 인지과제 수행에서 좌우뇌의 상호작용, 공조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물론 이러한 좌우의 차이가 절대적이고 불변적이 아니라, 과제의 성질, 피험자들의 경험, 기존의 전략 등의 여러 변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음도 보고되고 있다.
ㄱ. ‘두뇌는 마음을, 인지를 어떻게 가능하게 하는가?’ 하는 물음을 갖고 출발한 인지신경과학적 연구는 인지심리학과 인지과학에 많은 것을 제공하였다. 심신관계론에 대한 심리철학적 이론이 보다 견고한 신경적 자료와 개념 위에서 재구성되게 했고, 인지심리학이론의 정보처리 하위구조의 실재성과 처리(계산)과정의 타당성을 확인하게 했고, 인공지능학의 계산모델의 구현 가능성을 검증하게 했다. 인지심리학과 인공지능학에 병행분산처리의 신연결주의를 제공했고, 또한 계산신경과학이 탄생되게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기존의 성과를 넘어서서 인지신경과학이 앞으로도 계속 좋은 연구결과를 내어놓을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뇌-인지기능 연구에서 다양한 학제적 협동연구가 활발히 진행된다는 것이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바, 신경과학을 중심으로 한 인지심리학, 인공지능학, 컴퓨터공학, 심리약학, 유전학 등의 여러 학문 영역간의 공동전선적 통합적 분석-설명 접근의 노력은 뇌영상화 방법과 같은 민감한 연구방법이 계속적이고 빠르게 개선되게 하며, 현상에 대한 보다 적절한 개념화 및 이론화의 정교화 작업이 빠른 속도록 높은 수준까지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을 낳는 것이다.
ㄴ. 인지신경과학에 부정적인 사람은 인지신경과학이 전통적 심리학의 행동과학적 실험법 및 인지심리학의 반응시간 기법 중심의 방법론과 신경과학의 방법론을 단순히 조합하여 이루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인지신경과학 나름대로 방법론의 수준을 넘어서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인지신경과학은 단일 설명 수준에 머물렀던 인지심리학이나 신경과학과는 달리 단일 설명수준에 집착하지 않고 생리적, 기능적 개념을 조합하여 설명 모델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즉 ‘다원적 분석-설명 접근’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현상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은 보다 성숙한 학문일수록 다원적 분석-접근을 취한다는 명제를 우리가 받아드린다면, 신경적 인지과학은 단일 설명 수준적 접근보다 설명적 차원에서 진일보 성숙한 과학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렇게 접근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인지현상을 신경 수준으로 환원하여 그 바탕에서 이론을 구성한다고 하여 마음의 모든 현상을 신경생리적, 신경생화학 사건으로 환원시켜 설명할 수 있으며, 인지심리학, 철학, 인공지능학 등이 없이도 신경과학이 독자적으로 충분히 마음을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아닌 이유와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의 그늘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ㄱ. 심리학에서의 연구전략에 대한 철학자 R. Cummins(1983)의 다음과 같은 진술은, 사람의 인지적인 활동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어떤 시스템 S가 P라는 속성(property) 혹은 능력(capacity)을 어떻게 가지게 되는가를 설명하려는 분석은 S의 구성요소들의 속성과 그들이 조직된 형태에 의해 이루어진다(Cummins, 1983, 15쪽).“ 다만, 인지심리학에서의 연구가 인지의 하위체계들을 개개의 과정이나 기능에 따라 개별화하는 반면에, 신경과학에서의 연구는 그에 덧붙여, 물리적으로 규정된 단위(예를 들어, 해부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신경회로와 같은)를 경계로 하위체계를 개별화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두 분석 수준 간에 원활한 연결이 없다면, 신경과학은 ‘두뇌를 비롯한 신경계에 대한 과학’일 수는 있지만, ‘마음에 대한 과학’에 참여하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신경과학이 신경계에 대한 연구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 연구를 통한 마음에 대한 탐구로서 자리 매김을 하자면 부딪히게 되어 있는 첫 번째 어려움이 이곳에 있다.
이 어려움은 두 분석수준 간에 원리적으로 다음과 같은 어긋남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i) 인지심리학적 연구에서와 같은 기능분석(functional analysis)을 통해 얻어진 기능적으로 규정된 구성요소가 신경과학에서의 구조분석(structural analysis)을 통해 얻어진 해부학적으로 규정된 구성요소와 일대일로 대응이 꼭 되리라고 확신할 필요는 없고(하나의 기능적인 구성요소가 다양한 물리적 구성요소들에 걸쳐서 나타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ii) 하나의 단일한 물리적인 구성요소가 하나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지적인 능력이나 속성 C를 측정하면서, 이와 함께 그 능력과 동시에 발생하는 두뇌의 처리과정 B를 포착하고, B라는 두뇌의 처리과정이 C라는 인지적인 능력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임으로써-- [혹은 어떤 두뇌영역의 손상이나 부재를 경험적인 증거로 삼아 다음과 같은 추론이 빚어지기도 한다: 특정한 두뇌영역 A는 어떤 능력 C의 중추이다. 왜냐하면, 1) Y환자에 있어 A영역이 손상되었고, 2) Y 환자는 C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론 또한 기본적으로 상관관계에 의존하고 있다는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 경우를 앞의 추론방식과 구별해서 ‘손상으로부터의 추론’이라고 부를 수 있다.] -- 어떤 능력 C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려는 것이 신경과학 연구에 밑바탕에 흐르고 있는 추론의 줄기이다. 과학적 탐구 있어서 그 지위가 다소 허약하다고 할 수 있는 상관관계를 통해 설명을 제공하려한다는 점을 문제삼지 않더라도(이는 아래에 다시 이야기된다), 신경과학 연구는 C라는 인지적인 능력에 대한 상세한 기술과 함께, 그 능력을 검출해낼 수 있는 방법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지적인 능력이나 속성은 ‘직접’ 그 모습을 드러낼 수가 없다. 바로 이러한 연구대상의 특수성과 싸워온 학문이 심리학이라면, 신경과학 연구는 ‘마음에 대한 과학’이기 위해(‘신경계에 대한 과학’만이 아니라), 심리학의 연구결과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이와 거울상으로 심리학자들 또한 당연히 신경과학자들과 비슷하게 어느 정도 강제적인 연구 상의 요구를 갖게 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놓인 자리가 결국 두뇌라면, 그것과 무관한 심리학 이론이란, 마음의 대한 과학적 이론이 충족시켜야할 필수적인 제약조건 하나를 그냥 무시하고 있는 셈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상호의존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주제가 바로 ‘의식’에 대한 연구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소위, NCC(Neural Correlates of Consciousness)를 찾아내려고 매진하고 있다. 주로 시상(thalamus)과 피질(cortex)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하는 이 연구들은 ‘의식’에 대해 저마다의 측정 방식을 가지고, 그것과 공변하는 두뇌의 처리과정을 밝혀내려는 시도를 해오고 있다. 많은 연구들은, 좀 과장을 보태자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의식을 말하고, 다른 방식으로 의식을 포착한다. 이러한 혼란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의식’에 대한 개념적인 분석과 함께 의식현상에 대한 인지심리학적인 연구결과가 동원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개념적인 분석에서의 오류와 인지심리학적 연구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이 드러날 가능성도 열려 있음은 물론이다.
ㄴ. ‘마음에 대한 과학’으로서 신경과학이 맞닥뜨리게 되는 두 번째이자 보다 근본적인 어려움은, 어떤 두뇌의 처리과정이나 영역과 이러저러한 인지적인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통해서 마음에 대한 설명을 주곤 하는 신경과학 연구의 추론방식에 자리잡고 있다. 어떤 시스템을 하위시스템으로 분석하는 것은 그러한 하위시스템들이 전체시스템의 행동을 인과적으로 야기 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상호작용한다는 가정에 기반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신경과학적인 연구의 경우 실질적인 탐색의 대상은 대개 인과관계라고 하기보다는 상관관계인 경우가 많다. 이는, 마음-몸 문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설명적인 틈(explanatory gap)이다. 결국 신경과학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이러저러한 두뇌상태가 이러저러한 마음상태와 신뢰롭게 상관되어 있다는 것뿐이지만, 그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앞서 말한 가정에 기반해서 자신들의 분석의 반대방향으로 진행하는 인과적인 설명을 제공하려고 한다. 이러한 설명전략이 어떻게 옹호될 수 있을지는 아직 철학적으로 많은 논란을 빚고 있다. 이는 신경과학을 통해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하지만 마음에 대한 과학적 연구라면 어떤 것이든 피해가기 힘든 난제라고 할 수 있다.
ㄷ. 다음은 마음의 본질과 마음 내용의 의미와 관련된 어려움이다. 신경과학적 연구가 지각, 기억, 언어, 사고 등과 연관된 신경구조와 기제를 연구하기 위하여는, 먼저 그러한 인지적 활동 자체가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이론과 개념적 틀이 있어야 한다. 이는 학문의 본질상 신경과학에서 제공되기 곤란하다. 보다 상위 추상수준의 인접학문에서 주어져야 한다. 심적 활동의 본질과 이를 기술하는 개념들의 의미와 그 범주적 한계 등의 규정이, 그리고 심적 현상의 ‘무엇’을 탐색할 것인가의 틀이 신경과학이 아닌 인지심리학이나 다른 상위 추상수준의 접근을 하는 학문에서 주어져야 한다. 신경과학적 연구들은 마음이, 인지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이론과 자료를 제공해주었지만 과연 무엇인가, 왜 있는가,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거나 답을 주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생태학이나 진화론적 측면에서 본다면 한 유기체의 생물적 구조나 내적 기제를 올바로 이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본질이 무엇인가, 어떠한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기제인가에 대한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인지신경과학은 인지과학 내에서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하여 이를 어떠한 형식으로 도입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그와 관련하여 마음 내용의 의미적 측면에 대하여 어떠한 접근을 할 것인가가 개념화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마음 개념’의 확장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마음을 두뇌에 가두어 두지 않는다. 이러한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의미의 문제는 마음에 대한 과학으로서의 신경과학의 지위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밖으로의 끌음‘은 하위 추상 수준에서는 동역학체계적 접근과의 연결을 의미하고, 상위 추상수준에서는 인류학, 문화-사회학, 나아가서는 화용론적 텍스트 언어학과의 연결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다시 마음 내용의 의미의 문제를 인지신경과학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의 인지신경과학에서는 이에 대한 설명적 접근의 틀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ㄹ. 이와 관련하여 자연히 제기되는 것이 사고과정 설명의 어려움이다. 지금까지의 인지신경과학 연구의 한계의 하나는 사고과정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사고과정은 인지심리학의 연구영역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개념적 및 범주적 사고, 연역적 추리, 결정과 선택, 문제해결, 지능과 창의성 등의 하위사고과정들 뿐만 아니라 언어이해의 상위과정과 관련된 사고과정에 대하여도 인지신경과학적 접근은 뇌부위 확인이나, 신경과정적 특성에 대하여 이론적 의의가 큰 자료를 별로 내지 못하고 있다. 신경과학적 접근이 사고과정 설명에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는 상위수준의 사고과정 자체가 위에서 제기한 바와 같이 신경적 수준을 넘어서는 상위 의미적 설명접근을 요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평범한 사고과정에 관여되는 뇌의 부위가 처리과정을 순차적으로 고립시켜 볼 수 있는 소수의 단원적인 부위와 관련된 처리과정이 관여한다 고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고과정은 상당히 넓은 뇌부위와 동시적으로 병렬적으로 작용하는 여러 정보처리과정의 협동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동시적으로 공변하거나 공동결정변수가 되는 신경구조나 과정을 시간적으로 분리시키거나, 그 영향을 고립시켜 연구하기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것이다.
ㅁ. 끝으로 이분법적 사고의 경계를 들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인지신경과학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과학 전반에 걸친, 더 나아가 인간 사고과정 일반에 걸친 문제이기도 하다. 뇌 연구와 관련되어 초기에 나타난 두드러진 한 현상은 뇌 연구자의 이분법적 이론화 경향성이었다. 좌뇌는 무엇 담당, 우뇌는 무엇 담당 등의 배타적 이분법적 개념화에 의해 두뇌 현상을 설명하려했고, 이것이 인지심리학자나 신경과학자나 일반인들 모두에게 호소력이 있었다. 그러나 후의 연구 결과들에 의해 서서히 드러난 것은 두뇌의 구조 요소들의 기능은 이러한 성급한 이분법적 단정의 일괄적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되며, 이러한 성급한 이분법적 개념화는 현상의 이해를 오도한다는 것이다. ‘좌뇌는 언어와 논리, 우뇌는 공간처리’ 식의 이분법적 배타적 특성이 아니라, 그와는 달리 좌뇌에서의 중요한 공간정보처리, 우뇌에서의 중요한 언어정보 처리 기능이 있음이 밝혀졌다. 더구나 좌우뇌의 기능들이 여러 피질하 신경구조와의 다양한 연결 상에서 가능함을 고려할 때, 인지신경과학 초기에 나타난, 그리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러한 성급한 단정적 이분법화는 지양해야 할 접근 태도이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단정적 이분화는, 뇌를 연구하고 있는 인지신경과학자들 자신의 뇌의 인지적 특성에 기인하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지심리학자 Kahneman과 Tversky(Kanheman, Slovic, & Tversky, 1982) 등은 인간이 판단과 결정을 함에 있어서 논리적 정확성을 기하기보다는 편법(휴리스틱스)적 전략에 의함을 보여주었다. 추리심리 연구자인 Evans 등(Evans, Over, Manktelow, 1993)은 인간이 논리적 타당성을 따지기 이전에 믿을만한가(believability)를 따지는 것이 인간 추리의 특성이며, 인간이 논리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존재이기보다는 논리적 오류를 무릅쓰고서라도 인지적 경제성(Cognitive Economy: 최소한의 정보처리적 노력을 들여,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한의, 최적의 적응 반응을 내어놓는)을 추구하는 실용적 합리성(pragmatic rationality) 추구의 인지적 존재라고 논하였다(11, 12장 참조).
이분법적 사고에 문제점들이 많지만, 일단 여기에서의 논의의 편의상 이분법을 받아드려 인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논지를 전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우뇌가 맥락적, 화용적, 실용적, 암묵적 의미 추론 기능과, 사건들을 이야기적 구조로 짜 넣는 정보처리에서 우세하다고 한다. 질서와 합리를 추구한다는 선형적이고 논리적인 좌뇌의 적응적 한계를, 우뇌가 보완하여 어떤 실용적 편향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상식적 수준에서 확장시켜 해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성이, 논리적 합리성 중심의 좌뇌의 경직된 제한성을 극복하게 하지만, 자연히 부수적으로 사고 오류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인간은 이러한 우뇌의 보완적, 휴리스틱스적 경향의 작용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또 어떤 현상을 굳이 이분법적인 범주화의 틀 속에 넣어 현상을 보는 것 차체가 좌반구의 편향일 수도 있다.
또한 어떤 현상을 신경과학자들이 뇌를 연구하여 발견하기 이전에, 인지심리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신경학적 현상도 있다. 시지각에서 색깔지각의 처리채널과 대상지각의 처리채널이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은 심리학자들이 먼저 발견한 것이다. 지각 연구의 경우 어떤 사실들은 신경과학자들이 경험적으로 확인하기 이전에, 순전히 인지심리적 연구에 의하여 발견된 것들이 있으며,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아직도 신경과학 측에서 해당 신경 구조나 기제를 발견 못하였거나 설명을 못하는 것 등이 있다. 그 역도 성립할 뿐만 아니라, 인지심리학자들이 하나의 신념으로 지니고 있던 어떠한 개념이나, 인지기제에 대한 이론이 신경과학자들의 경험적 연구 결과에 의하여 뿌리 채 흔들리는 경우들도 있어왔다.
그렇다고 하여, 인지심리학이 마침내는 신경과학으로 환원, 흡수되고, 모든 인지현상을 신경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미 앞의 6절에서 설명한 바처럼, 마음의 문제는 의미의 문제를 그 중심에 지니고 있으며, 이는 신경과학적 설명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설명을 요하는 것임이 필자의 입장이다. 마음이라는 다원적 차원을 지닌 현상의 설명에는 다원적 접근, 다원적 기술과 설명이 필요한 것이며 그러한 한에 있어서 전통적 인지심리학적 설명이 요구되는 부분은 계속 남게 되는 것이다.
단, 여러 인지과정 중 그 인지의 의미-추상 수준에 따라서, 신경과학적 접근과 인지심리학적 접근의 설명 비중이 서로 다를 것이라고 상정할 수 있다. 기초적 인지과정인 주의, 학습, 지각, 단순 사상에 대한 기억표상 형성과 활용과 같은 과정에서는 그 현상에 대한 설명이 다분히 신경적 구조와 기제에 바탕한 개념과 이론이 주도하고, 인지심리학적 기술과 설명이 이를 보조하는 방향으로 앞으로의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 예상된다.
이러한 과정들에 대한 연구에서는 신경과학자와 인지과학자 또는 인지심리학자의 구별이 희미해지고(지금도 그러하지만) 단지 인지신경과학자, 또는 인지신경심리학자로서만 연구가 진행되리라 본다. 그러나, 보다 고차적 의미-추상 수준의 인지과정인 지식표상, 텍스트 수준의 언어 이해 및 산출, 문제해결, 추리, 의사결정 등의 인지과정의 설명에서는 인지심리학적 이론이 앞으로도 계속 주도하고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가 이를 보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리라 본다. 이 분야들의 연구에서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인지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 사이에는 밀접한 상호보완적 연결이 없이 연구가 진행되리라 본다. 물론 먼 미래에는 이 분야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도 크게 발전되어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 사이의 연결이 보다 긴밀해지리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 심리학, 인지심리학의 영역은 계속 남으리라고 본다. 인간의 마음은 ‘의미에의 노력(effort after meaning)’ (Bartlett, 1932)을 그 본질로 지니고 있고, 이런 특성이 모두 뇌의 특성으로 환원되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스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