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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임상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의 고민

반찬이 2009. 5. 4. 12:21

다음의 글은 nudasim.com에서 퍼 왔습니다.

강현식 선생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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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3일 /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던 글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치료자가 될 마음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들에게 쓰는 글입니다. 치료자가 아니라, 연구자나 학자가 되려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들에게는 해당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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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대학교 교수임용에 5분이 지원하셨는데
그 중에 2분은 내가 아는 분이셨다.
한 분은 현장에서 나름대로 임상심리학자로서 활동하시는 분이셨고, 또 한 분은 병원의 supervisor였다.

사실 개인적으로 친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물론 안면은 있고
함께 일을 하거나 가까이 뵈면서
임상심리학자로서의 길을 가는데, 나름대로의 본이 된다고 생각한 분들이셨다.

그런데, 이 분들이 교수에 지원하셨다는 사실은
나에게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또한 역시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시고 계시는 한 선생님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어렵고 힘들다고 하시면서
왜 선배들이 그렇게 교수자리로만 가려는지 알겠다고 하셨다.
자신도 기회가 된다면 교수로 가고 싶다고 하셨다.
교수로 가면 학교에서 지원을 받아 센터를 열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계획과 뜻대로 일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 이해는 된다. 충분히...
옆에서 뵈면서 현장에서 임상심리학자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정말 내담자(환자)를 위하여 질좋은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하지만 결국 임상심리학자가 갈 길은 이렇게 교수밖에 없단 말인가?

정말 이러다가는 10년 후에 임상심리학자를 찾으려면
학교로만 가야할지도 모른다.
병원에서는 정신과 의사에게 밀려나는 판이고
개업은 초기자본과 유지가 힘들어서 어렵고
고아원이나 양로원, 복지관은 보수가 적어서 안가고
괜찮은 현장은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기 힘들고...

석사 마치면 박사는 기본으로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결국 다들 박사과정에 지원하고
박사를 마치게 되면 결국, 결국, 결국...
교수밖에 없단 말인가...



그래, 자신이 그만큼 공부하고 수련받고 했으니
이제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바라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고
합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게 당연한 일이다.
10년이 넘도록 뒷바라지를 해주신 부모님께 보답하려면 그래야 겠지.
임상심리학자라고 해서 무조건 강요만 할 수는 없으니 말이지...

라고 생각하시나???

"무조건 강요만 할 수 없으니" 라는 표현은
지금까지 강요를 받아왔던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인데...
예를 들자면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에게나 해당할 말인데
임상심리학자에게 이 말을 쓰는 것은 온당치 않고
적절치 않다.



임상심리학자가 지금까지 강요당한 적이 있나?
자신의 생계를 뒤로하고
고아원으로 양로원으로 뛰어든 적이 있나?

병원으로 가서 가운입고 고상한 척, 우아한 척
개업한답시고 압구정에 클리닉 차려놓고 돈 많은 아줌마들 상대했지
교수하려고 죽어라 임용에 지원해서 선후배 끌어주면서 심리학과 교육학과 각종 특수대학원, 전문대학원 교수했지

정말 우리들이 마음이 상한 영혼을 돌봐주기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었나?




아니다. 절대 아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런 사람은 없다.

아니. 좀 있더라... 대구에 가보니.
수많은 정신재활 센터를 여신 선생님들
보수는 적어도 현장에서 정신장애인들의 재활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들이 있더라.

그 이외에는?
못봤다. 못봤어.






초심(初心)을 기억하자.
가슴 아픈 사람을 도와주고 싶었을 것 아닌가?
가정이 깨지고, 부모에게 버림받고,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는 대인관계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워
이 공부를 하지 않았는가?

응?
아.닌.가.

정말 요즘 드는 생각은 임상심리학자들이 저런 초심은 있었을까?
초심은 저랬는데, 공부하다보니 병원에서 가운입다보니
대접받고 싶고, 돈이 벌고 싶어진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그냥 사람 마음의 단지 궁금해서
엿보고 싶고, 통제하고 싶어서 이 공부를 선택한 것인가?





예전에는 대학원생들이 적어서
모두들 병원 수련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석사 과정은 다르다.
한 학교당 10명씩 뽑는다. 가대, 고대, 성신여대가 대표적이고
아주대, 중대도 학기마다 5명씩은 뽑는 것 같다.
이 사람들이 졸업하고 갈 병원이... 있나? 없나?

내가 커뮤니티에서 대학원 스터디 한다니
혼자서 대학원 입시준비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섭섭하다고 하더라.
경쟁자를 키운다 생각하니 섭섭하겠지...
이해는 간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대학원 입시를 우리끼리의 경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병원 수련 들어갈 때에도 서로 경쟁을 한다.
너보다는 내가 대학원에 가야하고
너보다는 내가 병원에 가야 한단다.

이런 사람들이 나중에 전문가 되면 달라질까?
지금 심리학자들이 하나가 되어서 관련 전문가들과 협력하면서
내담자(환자)에게 질좋은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장애물을 치워가야 할때인데
그래서 필요하다면 주변 전문가들과 경쟁을 해야 할 때인데
우리는 우리끼리 경쟁하다 볼짱 다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혹시 이번에 대학원에 입학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기억하시길...
왜 이 공부를 하는지 다시 한번 되묻고
만약 이 공부를 하는 이유가
잘난 학문, 대학원까지 공부하고자 하는 이유가

당신의 도움 없이는 너무나 힘들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라면,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어주고 함께 헤쳐나가는 것이라면

졸업후 병원만을 고집하지 마시라.
당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수련 현장을 백방으로 찾아보시라.
대학원 입시 준비하는 마음으로 수련을 준비하시라.

그 다음에는 현장으로 가시길...
아동을 도울 분들은 고아원으로 가고
노인을 도울 분들은 양로원이나 독거노인을 찾아가고
여성을 도울 분들은 매맞는 여성을 찾아가시길...





임상심리학자들이 이런 현장을 외면하고
돈많은 집 애들 학습지도나
돈많은 집 노인들 여가생활이나
돈많은 집 부인들 잡담상대가 된다면

현장은 임상심리학자를 외면할 것 같아 두렵다.




정말 어쩌면 임상심리학이 학교의 학문으로만 남게될지로 모른다는 위기감을 매일마다 느낀다.



내 과격한 글과 표현 이해해 주시길...
젊은 날의 내 다짐일 뿐이다.
재수 없다고 생각해도
잘난척 한다고 생각해도 좋다.
마음껏 욕을 해도 좋다.

난 잘난 학문 오랫동안 공부하신 유식한 분들에게
칭찬들으면서 좋은 사람으로 남을 생각은 없으니...

마음이 병들고 아프고 괴롭고 방법을 몰라
내 부족한 도움이 고마워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에게만
좋은 사람으로 남으면 그로 족하다.









오늘 대학원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들도 우리 선배들과 같은 길을 걷지는 않을까 하는 기우에
되는 대로 소리질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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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관련 분야의 대학원을 졸업해도

경제적인 면 때문에 많은 이들이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이 쪽으로 공부하시려는 분들은

알고 계셨으면 합니다.  

출처 : 전남대 심리학과 상담교실
글쓴이 : 허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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