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ssion/기본이야!

응답이 왔어요... 응답이..

반찬이 2005. 8. 3. 15:28

지난 피정 때 시험때문에 교구 사제 피정에 참가하지 못하고,

개인피정을 하고 왔다.

제주와 부산의 신부님과 수녀님들, 다른 일반 신자분들과

예수호칭기도를 열심히 바치고 왔다.

대침묵피정이었기에

말없이 식사하고, 기도하고, 산책하고, 감자캐고,

강의듣고, 잡초제거하고, 절기도하고,...

개인적으로는 참 좋은 피정이었다.

피정이 끝난다음

드디어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서로 이번 피정에 대해 나눔의 시간을 갖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장장 3시간에 걸쳐

40여명이 서로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한복 장사를 하신다는

한 분의 자매님이 말씀하셨다.

 

"저는 기대를 많이 하고 왔나봐요.

지난 2박 3일 피정에 왔을 때에는 많은 은총을 받았는데,

이번 4박 5일 피정은

더 얼마나

큰 은총을 받을까? 걱정되었어요."

 

장사를 하기 때문에

만원짜리 벌기도 힘들기에

20만원에 가까운 피정비를 내고

온다는 것이 큰 마음 먹고 와야 된다고 하신다.

 

"제가 계속 기도했는데,

응답이 안 왔어요."

 

응답?

왠 응답?

무전기인가?

 

"돈은 20만원 가까이 냈는데,

3일이 지나도록 응답이 없는거에요.

그런데,

넷째날 오후에

드디어

기다리던

응답이 왔어요."

 

이 부분에서 우리 모두는

크게 웃었다.

그 분의 심정이 또 한편으로는 이해되는 듯 했다.

 

"그래서, 저는 그런 것이 있으면

빨리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해 줘야 하거든요.

그래서,

즉시

1층에 내려가

전화로 알려줬어요.

'드디어 응답이 왔다'고요...

그러다,

수녀님한테 걸렸어요.

전화하면 안된다고,..

전화하면 안되는줄도 몰랐는데.."

 

그 분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이나 웃었다.

 

그 분을 보면서

하느님은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다가오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장사를 하는 사람한테는

이런 응답하는 형식으로...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 형식으로 오셨을까?

 

나는 이번 피정에서

나 자신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깨달음은 기도를 통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1층 로비를 지나가다가

의정부 교구 주보가 있길래

그 주보를 꺼내다가

어떤 신부님의 글을

방에서 읽다가

문득 나 자신에 해당되는 말씀이 보게 된 것이다.

그 순간이

통찰의 순간이었다.

 

한복집 아줌마한테는

응답이 하나의 통찰의 시간이었지만,

나에겐

주보를 읽는 그 순간이

통찰과 깨달음의 순간이었다.

 

참,...

 

그 분이 오시는 방법은 이처럼 다양하기에,

무엇이든지 경험해 보는 것도 무척이나 좋으리라 생각된다.

 

짐을 싸고,

집에 가려고 하던 중에

로비의 사무실에 들려 수녀님의 책 한 권을 사려고 했다.

책은 5000원이었는데,

난 만원짜리를 냈다.

그런데, 사무실의 담당자가 잔돈이 없단다.

오천원을 달란다.

마침, 그 아주머니가 오셔서

자기도 책 한 권 달라고 하면서

꺼내는 돈이 만원이다.

그래서,

응답받은 아줌마한테

"제가 책 한권 사 드릴테니까

보세요."

하며 그분께 책 한권 드렸다.

그랬더니,

터미널에 있으니까

한번 들리면

자기가

표 끊어주신단다... ㅎㅎ

좌우간 재미있는 자매님이라 생각했다.

그 분의 마음 씀씀이에 감사드린다.

 

 

 

이번 피정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개신교 온누리 교회에서

장애자 한 분을 포함해서

기도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오신 분들도 계셨고,

안동에서

평신도 수도 공동체에 계신 분들도 뵙게 되었다.

개신교에도

수도 공동체가 있던데,

가톨릭 안에서

평신도이면서

공동체를 이루면서

사시는 분들을 처음 뵙게 되었다.

 

하기야

미혼 여성이면서 사도직을 하고 있는

Auxillium이나 Afi회원들도 있으니,

하느님을 만나려고 시도하는 모습들 또한

역시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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