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ssion/상담이야기

이혼하고 싶습니다.

반찬이 2008. 7. 20. 14:25

 

 

위의 그림은 격투기 게임에서 나오는 한 장면이다.

왼쪽에 있는 여자가 오른쪽에 있는 남자에게 옆차기로 가격하는 모습.

 

 

 

상담에 오는 사람들은 대다수 여자들이다.

왜 남자들은 오지 않을까? 라는 궁금증도 있었는데,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사회생활, 경제생활 등등에서

많이 바쁘기 때문에 그러기도 하겠지만,

가부장적 사회에서 자기 이야기를 속 시원히 털어놓는 자리가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술자리에서 많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렇기도 할 것이다.

 

좌우간,

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상담을 하러 찾아오는 내담자들. 그 중에서도 주부를 보면,

상당수가 이혼을 꿈꾸든지,

이혼을 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부부 생활을 보면,

먼저,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남편은 아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고,

아내는 남편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결혼생활 10년 되었을 때가

보통 누구나 겪는 큰 위기의 때가 아닌가 싶은데,

이 시기를 잘 못 넘기면

이혼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0년까지 끌 것도 없고,

5-6년이 지나면 삐꺽 거리다가 10년째에 결국 못 참겠다 하면서

갈라서는 사람들도 많다.

 

내담자의 말을 잘 들어보면,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안다해도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특히,

아내들은 따뜻한 남편을 좋아한다.

자신이 기댈 수 있는 남자,

자신이 위로받을 수 있는 남자.

그러나, 한국 남편들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자라기 때문에

이런 부드러운 말을 할 줄 모른다.

즉, 자신의 정서 표현을 할 줄 모른다.

기쁜지, 슬픈지, 괴로운지, 행복한지... 이런 등등의

남편들이 감정 형용사를 같이 써 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아내들은

그 순간순간 마다

상처를 입는다.

 

"당신이 잘 하는 게 뭐가 있어?" 이런 식의 남편이 아내에게 대하는 말은

위의 그림처럼 상대방을 가격하는 것과 똑같다.

"그럼 당신이 잘하는 게 뭐야? 돈을 잘 벌어와? 사회적으로 능력이 있어?"

남자에게 능력이 없다는 이런 말은 남자들 가슴에 칼을 꽂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은

또 위의 그림처럼 상대방을 가격하는 모습과 같게 된다.

 

 

위의 그림을 잘 보면,

그 사람 위에 에너지 바(bar)가 보인다.

가족안에서

내가 상대방을 가격할 때,

상대방에게 몹쓸말을 했을 때,

상대방에게 비수를 꽂는 말을 했을 때,

위의 그림처럼 상대방의 에너지 바는 점점 더 줄어든다.

그리고,

나도 상대방에게 가격당하고,

이단 옆차기로 맞을 때,

나의 에너지 바도 점점 더 줄어든다.

 

게임에서는 상대방의 에너지 바가 0이 될 때,

You Win!!! 하면서 축하해주지만,

부부관계 안에서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상처주는 말을 많이 하다보면,

에너지 바가 줄어들어

먼저 에너지 바가 0이 되는 쪽이 이혼을 선포하게 된다.

 

자신의 에너지 바가 절반도 안 남은 상태에서

상담을 하러 찾아오는 아내들이 많은데,

참 어렵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는

자신에게 남아 있는 자원이 없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줄 수 있는 여유가 없으며,

그러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비난만이 난무할 뿐이다.

에너지 바가 얼마 남지 않은 경우는

마치 암환자가 말기에 이르러

병원치료 받으러 입원하는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가망이 없다라는 말이다.

 

반대로,

칭찬과 지지, 격려는 상대방의 에너지 바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것은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의 에너지 바가 늘어나면,

나의 에너지 바도 늘어나게 된다.

내가 상대방을 칭찬하면, 상대방도 나에 대해서 좋게 보고 칭찬하기 때문이다.

결국,

말의 중요함이 여기에 숨어 있는데,

상대방을 기쁘게 해 주는 말,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 주는 말을 할 때마다

상대방의 에너지 바는 늘어나게 되고,

상대방 또한 나를 기쁘게 해 주는 말,

나를 격려해주는 말을 하게 되어,

나의 에너지 바도 늘어나게 된다.

 

게임에서는 어느 한 쪽이 죽어야 게임이 끝나지만,

부부생활은 그러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상담장면에서 안타깝고 아쉬운 것은

이러한 에너지 바가 늘어나도록 서로 아껴준 것이 아니라

에너지 바가 줄어들도록

서로가 서로를 갈구면서 싸웠다는 것이다.

결국 같이 망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데,

이 경우,

상담의 방향은

이혼 후 어떻게 혼자 잘 살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면,

먼저

위의 그림처럼

나의 에너지 바 상태가 어떤지 상대방의 에너지 바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기 바란다.

내 안에 자원이 충분하다면,

어떤 위기든 견디어 이겨나갈 수 있다.

 

그리고,

제발 남자들이 상담하러

해결점을 찾으러

왔으면 정말 좋겠다. 부인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