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ssion/상담이야기

[스크랩] 시선의 차이: 이러함과 저러함

반찬이 2009. 1. 1. 13:40

 

 

강마에: 로져스 선생님! 상담학계에서 그리도 유명한 분을 이렇게 천국에서 만나뵙게 되어

            대단한 광영입니다.


로져스: 안녕하십니까? 강마에선생, 만나서 반갑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베토벤 바이러스란 

              드라마의 인기가 대단하던데요?


강마에: 별거 아닙니다..다 부질없는 세간의 평판일 뿐입니다..

             그건 그렇고! 로져스 선생님, 이렇게 만난 김에 한가지 여쭐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음악계에선 변방인이고 영원한 A마이너 인생이지만, 선생님의 전공이신

              상담이나 교육에도 조금 관심이 있습니다..제가 하는 일이란게 오케스트라 단원

              들을 조련하는 거니까요.. 물론 단원들은 언제나 내 악기일 뿐입니다. 이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하지만 단원들도 참으로 천차만별입니다..별의별 인간이 다

              있지요. 캬바레부터 쌈닭까지..아 참 똥덩어리같은 인간도 있습니다.


로져스: 물론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궁금하다는 건가요?


강마에: 요즘 한국상담심리학계가 조금 소란합니다. 그곳에서 매월 상담사례회의가 열리

            는데 이번 12월 사례에 대해 몇몇 분들의 의견이 충돌을 빚고 있습니다..

            게시판에 이런 저런 글들이 올랐다가 삭제되었고 이어서...항의와 사과가

            있었습니다.

         


로져스: 그 일은 저도 압니다. 한국엔 내가 젊었을 때 다녀 온 일도 있고 여러 제자도 있어서

            늘 관심있게 보고 있어요. 가톨릭대의 J 모교수가 사례에 대해 논평한

             게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강마에: 선생님께서는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십니까?


로져스: 모든 사람은 하늘이 부여해준 가능성을 타고 납니다. 그리고 이같은 가능성은

            주변의 적절한 도움이 있을 때 싹을 틔우고 자라나 열매를 맺습니다. 이번의

             사례는 내담자로 온 여성의 행적과 삶의 경로를 봤을 때 좀 더 따뜻한 자세로

              다가가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강마에: 제 의견은 다릅니다..세상에는 제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 사람이 너무도 많습니다.

             선생께서도 그 어처구니 없는 아줌마 아시죠? 그 분 처음 연주하겠다고 오케스트라 에

             왔을 때 참으로 가관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자격미달,

              아니 그런 수준미달도 없지요 그런 사람이 오케스트라라니요?  사칩니다.

              그런데 이런 정신나간 사람들을  붙잡고 언제  따뜻하게 품어줘서 언제 제대로 된 단원 만듭니까?

              전 싫습니다.   못합니다!  물론 이번 12월 상담사례도 동일한 입장입니다.


로저스: 강마에선생 그렇게 흥분하지 마시고 들어보세요. 선생도 드라마보니까 어렸을 때

           매우 아픈 상처에 대한 추억이 있더군요. 그리고 만약 그때의 분노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선생에게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닐까요?

             같은 맥락에서 똥덩어리 아줌마나 카바레씨의 ‘분노’에 대해서도 조금 더 너그

              럽게 봐 줄 수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강마에: 저의 과거사는 인정합니다..하지만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

              의 문제라고 봅니다..만약 제가 지나간 아픔에만 연연했다면 그리고 그 아픔 속에

                서 세상을 행해 분노의 화살만을 날리며 세월을 보냈다면 현재의 제가 어떻게

                  가능했겠습니까? 물론아픔도 있었겠지만 최고의 음악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매일 최선을 다했기에 오늘날 마에스트로서의 자존심과 성취도 가능했던 게 아닐까요?


로저스: 허허 그렇다면 강선생은 이번 논쟁을 어떻게 보시는지?


강마에: 제가 단원을 대할 때 언제나 까다로운 건 아닙니다. 즉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서

           매우 다른 방식으로 대한다는 말입니다..여기엔 분명한 원칙이 있고 전 그 원칙

            을 매우 엄격하게 실천합니다. 제 친구 정명환을 아시죠? 제가 이 친구와 대화할 땐

             가끔 부드러워질 때도 있습니다..얼마전엔 난생 처음 부탁같은 것도 했구요.

             이 친구가 천재라서 그런게 아니라 이미 자기 자신을 추스릴 줄 아는 사람에겐

             외부에서의 이런 저런 주문이 도리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작은건우라면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갈 길이 험난한 애송이 건우에겐 하나부터

           열까지 선생님의 지시와 충고만이 약이고 답입니다.


로저스: 다른 경우는 어떤가요? 가령 다른 단원들이라면...


강마에: 치매? 카바레? 똥덩어리? 쌈닭을 정명환이 대하듯이 대하라구요? 그렇게는

             절대 못합니다. 세상 사람은 모두 똑같지 않습니다..두 부류는 성격이 다르고

            따라서 접근법도 달라야 합니다..만약 지휘자가 이같은 원칙을 무시한다면 그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경우이거나 매우 순진무구한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라

             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앞서 얘기한 상담사례에서 마지막에 언급된

             ‘고급스런’ 방법이란 표현은 장면만 다를 뿐 같은 이야기군요.


로저스: 강마에 선생! 설명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소..하지만 상담자의 온정과 공감을

              통해서 자아실현과 자기초월이라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는 나의 생각을 바꿀

               의향은 없어요. 이런 태도를 때때로 순진무구하다고 본다면 할 말이 없소만,

                고급스럽다는 말 속에 비난의 뜻이 포함된 건 아닌데도 어쩐지 개운치가 않군요.


강마에: 선생님의 철학이 완전히 틀렸다는게 아닙니다. 온정, 수용, 공감 다 좋습니다.

             아니 너무나 훌륭한 개념이고 때론 도달키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고, 지휘자든 상담자든 이 점을

              늘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말씀을 나누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대화는 이쯤에서 멈추고 로저스선생님 조금 있으면 자정을 넘기는데 함께 종로에

              있는 보신각종 타종 구경 가보시지 않겠습니까?  그 종소리 참 예술입니다.


로저스: 나도 유명한 인사를 만나 즐거웠소! 그럽시다 새로운 종소리 들으러 가 봅시다 

      

 

출처 : 가톨릭대 상담심리 대학원 원우회
글쓴이 : 상담19기홍성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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