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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승복은 미친 반공교육의 희생양이다

반찬이 2009. 4. 2. 21:09

지난 12일 '반공소년 이승복 오보 논란'과 관련, 조선일보가 '오보 전시회'를 연 김주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던 모양이다.

 

대법원은 두 명의 피고 중 김주언 전 사무총장에게 5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는데,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승리감에 도취한 상황이라고 한다.

 

미디어스의 기사에 따르면 판결이 난 다음 날 바로 1면에는 "'조선일보의 이승복 보도는 진실', 대법 '오보 전시회측, 손해배상해야'" 제목의 기사를 배치하고, 8면에는 "이승복 동상 철거하고, 교과서에서 빼고…17년간 활개친 광기들"이란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또한 "이젠 이승복군에 대한 사회적 복권 이뤄져야"란 사설을 통해 "역사적 복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2009년 2월 13일자 8면

 

재판과정에서는 1968년 무장공비에 의한 이승복 살해사건 직후, 과연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에 가서 취재를 한 후 기사를 쓴 것이냐가 쟁점이 되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입을 찢어 죽였다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오보냐, 아니냐는 사실보다 더 무서운 '반공교육의 광기'를 다시 떠올렸다. 이승복 어린이는 바로 그 '미친 반공세뇌교육의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아홉 살의 이승복 어린이가 정말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공비들에게 외쳤고, 그 때문에 무참히 살해되었다고 치자. 그게 과연 정상적인 일인가.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에 '반공 소년 이승복' 동상을 세우고, 교과서에 실어 이승복 어린이를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 과연 옳으냐 말이다. 

 

모든 어린이들이 또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그대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쳐 장렬하게 죽으란 말인가? 강도가 들어와도 "난 강도가 싫어요"라고 외쳐 무모한 죽음을 자초해야 하는가?

 

아직도 초등학교 곳곳에 반공소년 이승복의 동상이 이렇게 서 있다. 

 

아무리 반공을 국시로 하는 나라라 하더라도 총칼을 든 무장공비에게 아홉 살 어린이가 그런 말을 외치도록 만드는 교육이 과연 올바른 교육인가 말이다. 아홉 살 어린이가 이념을 알면 얼마나 알 것이며, 공산주의니 자본주의니 하는 체제에 대한 신념이 깊으면 얼마나 깊을 것인가? 그 어린 아이가 뭘 안다고 그걸 외친 걸 추켜세우며 전국 모든 어린이의 표상으로 만드느냐 말이다.

 

만일 조선일보의 당시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승복 어린이 사건이야말로 '미친 반공교육'이 만들어낸 어이없는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그 사건을 계기로 무모하고 무식한 반공세뇌교육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했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또다시 이승복 군에 대한 '사회적 복권과 역사 복원'을 외치고 있다. 다시 교과서에 실어 어린이의 영웅으로 만들고, 철거된 동상을 학교마다 복원하자는 말인가? 정말 무서운 조선일보다.

 

 

 

출처 : 말뚝이의 생각
글쓴이 : 말뚝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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