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ory/아동 청소년 심리치료

separation-individuation

반찬이 2009. 11. 24. 11:47

Mahler의 분리-개별화 이론

 

 

. 들어가는 말

 

정신분석이론에서는 자아구조의 발달에 있어서 본능적 추동의 영향을 강조하고 개인내적 심리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관계인물과의 실제 상호작용은 중요시하지 않았다. 또한 외디푸스 갈등 이전 시기에 비롯되는 정신병리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외디푸스 갈등 이전의 심리발달에 관심을 두고, 생애초기, 특히 만 3세 이전까지의 시기에 이루어진 주요 양육자와의 관계경험이 자아구조의 형성과 병리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따라서 생물학적 요소인 추동에 의한 발달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감소하게 되었고 유아와 부모 관계의 성질 및 초기 관계에서의 장애 등이 더욱 강조되었다.

특히 Mahler 등(1975)의 발달이론은 유아와 어머니들 간의 상호작용을 발달적 관점에서 개념화시킴으로써 이후 대상관계 연구에 크게 기여했다(Cashdan, 1988). 이들은 언어 습득 이전 시기의 정상유아들과 어머니들 간의 상호작용을 10여 년 간 관찰 연구한 것을 근거로 유아가 한 개인으로서 ‘심리적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분리(separation)와 개별화(individuation)의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이에 대해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

 

 

. 정상발달 단계

 

Mahler와 동료연구자들은 언어습득 이전 시기의 정상 유아들과 어머니들 간의 상호작용을 10여 년 간 관찰 연구한 것을 토대로 초기 심리발달과 대상관계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다. 이들은 유아가 어머니와 맺는 관계의 성질을 기준으로 발달단계를 자폐적, 공생적, 분리-개별화 단계로 구분했다. 각 단계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1. 정상적 자폐단계(출생-1개월)

 

생후 몇 주 동안 신생아는 깨어있는 시간보다 잠들어 있는 시간이 더 길며, 자극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말러는 이 단계를 ‘자폐적’ 이라고 보았다. 이 단계에서 유아는 외부현실에서 차단된 상태에 있다. 프로이드에 따르면, 이 시기에 유아는 리비도가 집중되지 않기 때문에 감각기관이 작동하지 못하며, 유아의 정신기구가 외부의 침범에 대해 아무런 보호도 행할 수 없고, 유아는 긴장 감소에만 관심을 가지며, 환상 속에서 원망을 충족시킨다. 이러한 유아는 생리적인 항상성을 유지하거나 방해받는 것으로 제한된다.

 

2. 정상적 공생단계(1-4개월)

 

생후 2, 4주가 되면 유아는 외부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외부대상으로서 긴장을 감소시키는 어머니를 어렴풋이 인식하면서, 인간 얼굴의 형태에 대한 미소 반응을 나타낸다. 내부에 집중되었던 리비도가 유아 주변으로 나아가는데, 관찰자의 관점에서 볼 때, 유아 주변부란 유아/어머니 양자 단일체다. 그러나 유아의 관점에서 보면 유아와 어머니 사이에는 아무런 구별이 없는 단일한 전능 체계(omnipotent system)인 것처럼 행동한다. 기억을 통해 경험을 조직화하기 시작한다. 좋게 느껴지는 것은 ‘좋음’,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나쁨’으로 범주화된다. 이는 항상성의 유지와 상관한 경험이다. 자폐단계가 ‘대상이 없는’ 시기라면, 공생단계는 ‘대상 이전’ 시기이다. 이 시기는 유아를 심리적 존재로 볼 수 있는 첫 단계이며, 일차적 자기애 단계이다.

 

정상적 공생 단계라는 개념을 설정한 지 10년 후에, 말러는 아동의 정서 운동 반응이 아동의 외부적 자아인 어머니의 관심을 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정상적인 발달단계로서의 분리 개별화 과정에 대한 완결된 이론에서, 말러는 출생시 ‘평균적으로 기대되는 환경’은 어머니와 상호작용하는 유아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하트만이 말하는 환경이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정의된 현실을 의미하는 것에 반해, 말러가 말하는 “평균적으로 기대되는 환경” 은 그녀의 이론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차츰 ‘보통의 헌신적인 어머니’를 뜻하는 말로서 하트만의 개념을 구체화하고 인격화 시켰다.

 

말러는 환경을 특정한 어머니를 의미하는 것으로 재정의한 동시에 하트만이 세운 이론적 토대를 바탕으로 ‘적응 능력’과 그 첫 단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적응 능력은 어머니와 특정한 대상관계 양식을 확립하는 능력이다. 공생적 관계를 확립하는 데는 아동과 어머니 모두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 도움을 이끌어 내는 유아의 선천적인 능력은 평균적으로 기대되는 환경이 제공될 때만, 즉 아동에게 상당히 잘 반응해주는 ‘보통의 헌신적인 어머니’가 있을 때만 성공적으로 나타난다.

 

공생과정은 정상적 발달의 한 단계이며, 발달 이론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만큼이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공생 과정은 대상의 협력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공생적 대상은 오이디푸스적 대상처럼 아동에 의해 창조되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생 이론은 공생관계가 확립되느냐, 않느냐에 따라 아동의 생존여부가 결정된다고 본다. 때문에 공생관계는 양자 단일체적 관계이다. 아동이 현실 속에서 경험하는 대상관계와 대상의 행동은 공생 단계뿐만 아니라, 이후의 분리 개별화 단계에서도 본질적인 역할을 한다.

 

말러는 하트만의 적응적 관점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유아가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설리반과 페어베언과는 달리, 그녀는 이 욕구가 생존의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았다. 즉, 그 욕구는 사회적 관계를 향한 일차적 충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말러가 말하는 ‘보통의 헌신적인 어머니’는 위니캇이 제시한 ‘충분히 좋은 어머니’와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말러가 위니캇의 개념을 호의적으로 자주 인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니캇이 말러의 이론에 반대했던 이유는 두 사람의 이론적 계보가 달랐기 때문이다. 말러는 초심리학적인 적응의 관점에 기초를 두고 있는 반면, 위니캇의 이론의 바탕은 초심리학으로부터 독립해 있었다. 하트만을 따르는 말러는, 위니캇보다 훨씬 더 유아의 적응 능력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형성해나갔다. 위니캇이 말하는 ‘인간됨’은 타고난 자질이 ‘촉진적인 환경’에 의해 지원받음으로써 성취되는 것인 반면, 말러가 말하는 ‘인간됨’은 무엇보다도 환경에 적응함으로써 성취되는 것이다. 비록 말러의 환경이 어머니에 의해 인격화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이론은, 하트만의 이론이 그렇듯이, 어머니와 아동의 관계를 계속해서 유기체와 생태학적 체계 사이의 상호작용으로서 취급하였다.

 

3. 분리 개별화

 

1) 분화 하위단계(4-10개월)

유아는 처음으로 깨어있는 동안 지속적인 각성상태를 유지한다. 유아는 이 시기 동안에 어머니의 머리, 옷, 안경 등을 잡아당기면서 어머니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바깥세상을 살펴보고 어머니를 다시 확인하면서, 어머니와 타자 사이의 차이를 인식하기 시작하며, 마침내 수동적인 ‘무릎 위의 아기’에서 벗어나 첫 번째 이탈을 행하며, 방바닥에 내려와 어머니 발치에 머문다. 접촉에 의한 감각과 내부로부터 오는 감각을 구별하게 되면서, 자기와 대상의 차이를 감각적으로 식별하게 되고, 이 능력은 외부 대상들 사이의 차이도 식별하게 해준다. 따라서 생후 6개월경의 아동들은 낯선 사람을 보면 불안해한다.

 

2) 연습 하위단계(10-18개월)

연습기는 초기 연습 단계와 본 연습단계라는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

 

첫째, 초기 연습단계는 아동이 배와 무릎으로 기고 다시 일어나곤 함으로써 신체적으로 어머니에게서 멀어지는 능력을 획득하는 기간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동은 어머니를 ‘재충전’을 위하여 되돌아와야 할 일종의 ‘본루'로 생각한다. 아동의 관심은 어머니로부터 무생물에게로 향하는데, 이것이 위니캇이 말하는 ‘중간대상’이다. 초기 연습기 동안, 분리와 개별화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발달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① 어머니로부터 멀어지는 능력: 어머니 신체로부터의 분리 경험

② 어머니와 아이의 특별한 유대 형성: 정서적 재충전을 제공하는 어머니 능력에 비례

③ 자아의 자율적 기능의 극적 성숙: 어머니와 신체적으로 가까이 있을 때 긍정적 성취

 

둘째, 본 연습단계는 아동이 자유롭게 서서 걷는 능력을 획득하는 시기이다. 직립운동을 통하여 시야가 넓어지고, 보이는 것들이 유아의 기분을 고조시킨다. 이차적 자기애 단계이며 동시에 대상에 대한 사랑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다. 아동이 자신의 신체와 새롭게 성취한 신체적 기능을 즐길 줄 알며, 동시에 어머니 외의 다른 성인도 쉽게 받아들인다. 아동은 자신이 전능하다고 여기질 만큼 자신의 능력에 집중되며 자기애를 느끼고, 한편으론 어머니와의 공생적 결속에서 벗어난 데서 오는 흥분과 기쁨을 느낀다. 말러는 자율성이 발달하는 이 시기에 분리를 향한 선천적 경향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신이 완전히 어머니에게서 분리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어머니는 아동이 자신에게서 떨어져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며, 그런 아동의 발달을 즐거워해야 한다. 이러한 격려가 아동의 성장 발달을 촉진한다.

 

3) 재접근 하위단계(18-24개월)

연습단계에서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어머니로부터 분리됨에 따라서 아동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한다. 전능감을 느끼던 아동이 어느 순간에, 자신이 매우 거대한 세계 안에 존재하는 아주 작은 사람임을 깨닫게 됨으로 인해 분리불안이 발생한다. 자신의 세계를 다루는데 어머니를 항상 이용할 수 없다는 어머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기면서, 좀 더 새롭고 높은 수준에서 어머니와 상호작용하기 시작한다. 즉, 외부세계에서 발견한 새로운 것을 어머니와 공유한다던지 언어를 사용하여 상호작용을 시도한다. 이는 어머니를 그의 세계에 참여시키려는 노력의 표현이다. 재접근 ‘위기’ 동안에 아동은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하면서도 분리 개별화를 위해 도움을 거절할 필요가 있음을 배운다. 그래서 심하게 매달리기도 하고 거칠게 반항하기도 한다. 어머니를 강력히 원하면서도 어머니에게서 분리되기를 원하는 아동의 정서적 갈등을 나타내는 것이다. 분리를 통한 사랑의 상실을 두려워하면서, 어머니와의 공생적 궤도로 재함입 되는 것도 역시 두려워한다. 이전보다 가족구성원 중 아버지에 대한 관심을 더 갖게 되고,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ACTS)

 

4. 리비도적 대상항상성의 단계(24-36개월)

 

생후 3년 동안에 이뤄진다. 이 시기에 중요한 두 가지 개념, 즉 자기・타자에 대한 안정된 개념을 조직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며, 삶 전체에 걸쳐 이 단계가 지속된다. 아동은 자신과 타자에 대한 내적 감각을 획득해야 한다.

리비도적 대상항상성은 피아제가 말하는 ‘대상항구성’의 능력을 전제로 하지만, 그것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피아제의 대상항구성은 사물과 아동의 관계로 사물이 보이지 않아도 존재함을 인식하는 것으로 18-20개월에 나타난다. 반면에 말러의 대상항상성은 리비도적으로 집중된 인간대상에 대한 항상성으로 사물에 대한 항구성보다 더 정서적인 집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늦게 나타난다(3년).

말러는 자신의 저술에서, 분리와 개별화가 서로 보완적이면서도 별개의 발달과정임을 분명히 했다. 분리는 어머니의 공생적 융합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지칭하는 한편, 개별화는 아동 자신의 개별적 특성들을 성취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 두 과정들은 비슷한 속도로 진행되면서, 각각 다른 과정의 성취를 촉진시킨다. 그러나 한 쪽 과정이 다른 쪽 과정보다 지체될 때에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Mahler의 발달이론은 유아의 대상관계가 초기 양육자와의 관계 안에서 어떻게 형성 되어가는가를 조명함으로써 유아의 정상적인 심리발달을 이해하는 데뿐만 아니라 유아 자폐증이나 성격장애 등과 같은 정신병리의 초기 원인들을 파악하는 데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초기관계에서의 부적절한 분리와 개별화가 개인의 심리적 성장뿐만 아니라 부부관계나 가족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이해하는 데도 유용한 개념적 틀을 제시한다.

 

 

Ⅲ. 실제적 적용

 

Mahler의 연구는 정서장애인 아동들을 다루는 치료자들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Mahler 이전에는 치료자가 놀이방에서 아동을 혼자 치료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거의 하나의 원리로 받아들여졌다. 그 대신, Mahler는 더 조화롭고 즐거울 수 있는 공생적 경험을 촉진하기 위해서 영아도 그의 엄마들을 함께 치료하기 시작했다. 자폐아에 대한 Mahler의 치료목표는 아기와 엄마를 공생적 단계로 전진해서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Mahler는 공생적 정신병 아동에게도 더 완전하고 조화로운 공생을 길러주길 원했다. 이런 아동들은 운동기능과 인지기능이 성숙함에 따라 아동들이 정서적으로 준비되었다고 느끼기도 전에 이 아동들은 분리되어지는 자신들을 발견했다. 너무 일찍이 아동들은 자기가 혼자이며 약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새로운 분리경험(유치원에 가고, 새 동생이 태어나는 것 같은)은 이들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들고 엄마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되었다. 이 아동들에게 필요한 것은 분리를 새로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더 큰 신뢰를 가지고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상호성과 신뢰의 안전 기초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상아동 양육의 측면에서, Mahler는 엄마의 “정서적 활용 가능성”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정상적인 공생기간은 아기에게 안락하고 안전한 장소에 닻을 내리거나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독립된 개인이 됨에 따라서 아기는 엄마의 지속적인 활용가능성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장 극적인 예는 기어 다니는 아기가 엄마를 탐색의 안전기지로 삼는 방식이다. 아기는 때로 더 모험을 하기 전에 뒤돌아보거나 혹은 실제로 엄마에게 되돌아오면서 세상을 살피는 모험을 한다. 부모의 침착하고 안정적인 거동은 아기에게 스스로 세상탐색을 하도록 격려한다. 아기가 스스로 어떤 것을 학습하는 데에 엄마의 조용하고 침착한 태도는 아기에게 엄마를 눈과 손으로 탐색해 보도록 허락한다. 만약 엄마가 침착한 태도로 낯선이 가까이에서 아기를 안고 있으면, 아기는 낯선 사람을 쳐다보거나 낯선 사람과 엄마를 비교해 보려고 되돌아보거나 혹은 그 사람을 손을 뻗어 만져보면서 조사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Ⅳ. 이론의 공헌점과 한계점

 

1. 공헌

오이디푸스 이전 시기의(대상 관계적)환경과 거기서 발달하는 대인관계 경험을 강조하였으며, 초기 어머니와 아동의 상호작용에서 형성된 경험적 잔재를 강조 하였다. 말러는 아동의 개인관계 경험이 추동 모델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이른 시기에 시작된다고 주장. 초기의 대상관계 경험이 추동 이론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정신 병리뿐만 아니라 신경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함으로써 대상관계의 중요성을 추동 모델의 중심으로 확장시켰다.

 

2. 한계

추동 모델의 근본적인 전제를 변화시키기보다는 대인관계와 대상관계가 시작되는 시기를 앞당김으로써 추동 모델의 세부 사항만을 수정하려고 하였다. 아동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리비도의 변천과정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며 추동 이론에 머물렀다. 말러는 자기를 자기 표상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자기가 정신적 기구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거부함으로써 추동 모델의 틀을 유지하였다. 말러는 자기를 발달적 성취로 보고, 자기의 확립을 위해 성숙의 요소와 함께 부모의 반응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함으로써 관계 모델의 중요한 통찰을 자신의 이론 속에 동화시켰다.

 

 

Ⅳ. 나가는 말

 

 

정신분석학은 자아 형성에 대상과의 관계(아동의 환경 그 자체로서 가장 친밀한 타자가 되는 부모와의 관계)가 가지는 영향력을 인정하고 있다. 인간은 대상과의 경험을 통해서 자신을 형성해간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대상을 인간 발달의 일차적인 동기로 보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는 인간 행동과 발달의 근원적인 동기는 욕동이라는 본능적인 세력이었다. 그는 바로 이 욕동이 인간 관계를 가능케 하는 선험적인 충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욕동을 통해 아동은 대상을 창조한다고 말한다. 마치 아동이 구순기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어머니의 젖가슴을 더듬듯, 아동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쾌락을 충족시켜 줄 대상들을 찾아낸다. 그렇게 대상을 창조하고 그것을 다시 내사함(introjection)으로써 아동은 자아를 형성한다. 인간은 생물학적인 힘에 따라 대상과 관계를 맺고 그를 통해 진정한 인간이 되어간다. 따라서 프로이트에게 있어서, 태초에 존재하는 것은 성 본능과 죽음 본능에서 비롯된 욕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이트의 견해는 곧 비판을 받게 되었고, 그의 제자였던 융과 아들러는 그의 성욕설에 반대해서 그와 결별하고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그러나 프로이트 욕동이론의 대안이 되는 보다 급진적인 대상관계 이론이 나온 것은 1930년대 이후 영국에서였다. 그들은 인간이 타자와의 관계를 추구하는 것은 본능적 만족을 추구하는 욕동 때문이 아니라 관계 자체를 추구하는 근본적인 욕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학파는 아동과 그의 최초 대상인 어머니와의 관계를 주목함으로써 프로이트가 주장한 자아의 형성기를 보다 초기로 앞당겼다. 그들은 전 오디푸스시기(pre-oedepal)에 관심을 가졌고 아동과 어머니와의 초기 관계의 질에 따라 아동의 성격 구조가 결정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급진적인 대상관계이론은 정통 프로이트 학파를 자극했다. 그리고 대상관계에 대한 임상적 자료를 기존의 욕동 이론 안에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이러한 전략을 따르는 대표적인 이론가는 하트만과 말러, 제이콥슨과 컨버그이다. 그들은 욕동 모델 틀 안에서 대상관계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임상 자료들을 설명했다. 그들은 욕동이론이 인간을 생물학적 차원으로 환원시켰다는 급진적 대상관계이론에 맞서 대상관계 이론이 인간을 환경의 산물로 취급한다고 비판하면서 욕동이론을 유지한다.

말러는 욕동 모델의 전통을 계승하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욕동모델의 근본 전제 중 하나를 수정했다 그녀의 정신구조 이론에 따르면, 쾌락은 대상관계의 특별한 양식 안에서 발생하며, 후에 리비도적인 욕동으로 내면화된다. 본래적 의미에서, 쾌락은 내부로부터 발생하는 욕동 긴장의 수위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쾌락은 자체성애적으로 혹은 대상관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성취된다. 만약 리비도가 아동과 어머니의 특정한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면, 또는 어머니의 돌봄에 의해 미분화된 에너지와 공격적 에너지가 리비도화된다면, 리비도 이론은 쾌락을 주는 어머니와 아동의 상호작용이라는 내면화된 환상 위에 세워져야 한다. 말러가 말하는 리비도는 최종적으로 생물학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론적 조정을 위한 그녀의 중요한 공헌이기도 했다.

특히 말러는 정서발달과 관련하여 가장 첨예한 이론을 발전시킨 정신분석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프로이드 이후 정서발달과정과 관련하여 이렇다 할 창조적이면서도 총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던 차에 그녀는 실제로 유아들과 그 어머니들의 상호관계를 직접적으로 관찰함으로써 정상적인 아이가 정서발달을 해 나가는 정신분석학적 이론을 만들어 나갔다. 오늘날 전통적인 정신분석학회에서 그 가치가 가장 잘 인정받고 있으며 특별히 태어나서 2살 정도까지의 유아의 정서발달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따라서 정신분석학에 미친 말러의 가장 큰 공헌은 그녀가 아동의 욕구의 변화와 이 변화에 따른 어머니의 반응 사이의 관계를 밝혀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