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ory/사회심리학

[스크랩] 한국사회의 차별과 억압: 존비어 체계와 형식적 권위주의 최봉영

반찬이 2010. 1. 14. 11:19

한국사회의 차별과 억압: 존비어 체계와 형식적 권위주의  최봉영



1. 나는 이 책이 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가?


이 책은 한국 사회에 있는 과잉 권위주의 현상의 원인을 파헤쳐, 단순히 권위주의에 대한 분석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 사람의 삶(출세제일주의, 과잉경쟁, 괴로운 인간관계 등등) 의 페폐함의 분석의 근거로 삼고 있다는 데 있다.


보통 어떤 사회현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특정 이론적 관점을 전제한다. 이러한 이론적 관점은 주로 서구 유명한 학자의 틀을 빌려오기 마련이다. 서구의 유명한 틀이 한국의 사회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비교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서구와 다르거나 공통적인 특징을 잡아낼 수 있다. 권위주의, 집단주의 등등 한국의 특징을 설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왜 이러한 특징이 발생했는지는 탑 다운(위에서 아래로의)의 방식이 아닌 바텁업의 방식 사회 현상을 분석하여 추상화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탑다운의 방식에 익숙하다보니 현상을 파헤쳐 원인을 찾아내는 분석적 능력이 개발되지 못했다는데 있다.(솔직히 나 역시 이문제를 피해가지 못한다.)


바텁업의 방식은 때로 잘못된 원인을 규명하여, 그간 들인 노력에 비해 조야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그에 비해 들어가야 할 노력이 너무도 크다는 점을 그리고 대단한 열정과 순수한 독창성을 필요하다는 점에서, 어렵다. 그래서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이 책은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하며,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다. 책을 읽고 있으면, 익숙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관행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못내 불편해진다. 그러면 어쩌란 말인가? 문제의 원인이 존비어에 있다는 진단에 동의한다 해도, 그러한 존비어체계를 바람직한 관행으로 권장하고 있는 이 현실에서 어떻게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대안을 기대한다면, 이 책을 읽은 것을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왜 과잉 권위주의이고, 직장과 일상의 삶의 관계가 어렵고,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며, 합리적 대화가 불가능하고, 정치적 이해로 갈등을 해결 할 수 없는지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리고 저자의 예리하고, 수년간의 집요한 분석에 학자의 소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감동을 받을 수 도 있다.

  

 

2. 이 책의 주요내용은 무엇인가?


이 책은 21세기라는 시대상황에서 한국인이 서로 대등한 인격체로서 살아가려고 할 때, 근원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한국어의 존비어 체계를 분석 설명하려고 한다. 즉 이 책은 존비어 체계로 말미암아 한국인이 유사 신분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까닭과 실상을 밝힘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대등한 이격체로서 살아가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는 사실을 드러내려 한다.

인간이 어휘나 문장으로 구체적인 생각하기 이전에 언어의 내에 존재하는 규범체계가 생각과 표현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어에 내재한 존비어 체계는 한국인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무의식 속에 수직적 인지구조를 형성하고 모든 사물을 수직관계로만 파악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

저자는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과잉권력욕, 출세지상주의, 학벌주의, 형식적 권위주의, 유사 신분관계 등이 존비어체계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인은 존비어체계 속에서 언제 존대받지 않으면 하대받아야 하는 극단의 선택을 강요받는 까닭에 모두들 존대받는 사람이 되어보려고 목숨을 걸고, 권력, 출세, 학벌, 권위에 매달리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경제가 발전하고 제도의 민주화가 이루어져도 사람들이, 인격, 교육, 윤리, 도덕, 여유 등에 관심을 돌릴 수가 없다.


▣ 분석과 사례


1) 아이와 어른의 관계

한국인에게 아이는 미성숙의 상태로서 권위를 가질 수 없는 존재를 말하고, 어른은 성숙한 상태로서 권위를 갖는 존재를 말한다. 아이를 어린 사람이라고 부를 때, 어리다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을 뜻한다. 어른은 어리석은 아이에 대해 우월적 권위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인은 가능하면 상대를 아이로 다루려고 한다. 이런 까닭에 한국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낱말 가운데 하나가 곧 애들이다. 한국인은 나이, 서열, 직위 등에 조금만 차이가 나도 서슴없이 애들이라고 말한다. 나이 많은 한국인은 젊은이를 젊은이라고 말하지 않고, 젊은 애들이라고 말한다.


▶왜 한국의 청소년은 성인을 존중하지 않는가?

한국의 청소년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점차 어른들의 세계를 덮고 있는 형식적 권위주의가 허울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청소년들은 형식적 권위를  대표하는 부모, 교사, 정치인들이 권위의 내용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권위의 형식에만 매달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청소년들은 특히 교사의 권위에 강한 의무를 갖는 동시에 교사의 권위를 극도로 희화한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붙인 별명들은 대부분 권위에 대한 극단적 저항을 담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입시준비에 억눌려 있는 까닭에 형식적 권위주의에 몸으로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극히 일부 청소년들만이 형식적 권위주의에 몸으로 저항하여 갖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저항문화로서의 대학생문화

한국에서 청소년이 형식적 권위주의에 조직적으로 반기를 드는 것은 대학생시절이다. 대학은 입식의 질곡에서 벗어난 젊은이들이 나와 우리를 돌아보는 해방의 공간이다. 이런 까닭에 대학생들은 모든 것을 집단과 서열의 환원시켜 힘의 논리로 끌고가는 기성세대의 형식적 권위주의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여기에는 <저자의 분석>과 <나의 분석>이 다를 수 있다. 저자는 386세대로 대표되는 이념투쟁의 역사의 현장세대인 반면, 나는 이후세대로서 경제적 압박과 계층적 차이로 인한 사회적 위치의 결정과 생존의 투쟁으로 이전세대와는 다른 대학생의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학생들이 형식적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것은 주로 민주화, 민족통일, 노동해방, 사회주의 혁명처럼 거대 이념을 명분으로 삼아 기존의 정권이나 국가체제에 저항하는 정치투쟁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대학생들이 정치투쟁의 선봉에 설 때마다 끊임없이 공권력과 충돌하게 되었고, 대학문화가 단순한 비판문화가 아니라 폭력을 수반하는 저항문화로 발전하게 되었다.


<나 세대의 학생들은> 정치 이런 것에 관심없다. 그러면 그들은 기존 사회의 권위에 저항하지 않는가?


▶왜 사회에 입문하는 남자들은 권위주의를 추종하는가?


그런데 대학생일지라도 남학생의 경우에는  군대에 갔다 오면 형식적 권위주의에 압도당하여 점차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기 시작한다. 젊은이들은 군대에서 ‘기라면 무조건 기어야 하고’, ‘안되는 일도 되게 해야 하고’, ‘이유를 달면 뭘 모르는 바보가 되는’상황에 익숙해지면서 형식적 권위를 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흔히 ‘군대에 갔다 오면 사람 된다’는 말은 곧 한국의 젊은 남성이 형식적 권위주의와 타협하여 저항을 포기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왜 여성은 기존 사회의 문화에 저항하는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형식적 권위주의에 가장 조직적으로 대항하는 세력이 여성집단이다. 한국의 여성들은 차별과 억압에 대한 피해의식을 극복하기 위해 매섭게 노력하고, 끈질기게 저항한다. 여성의 대학 및 대학원 진학률이 계속 높아지고, 공무원을 비롯한 사회진출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가정의 경제권을 손에 쥐고서 부동산 투기나 주식투기등으로 국가 경제의 밑바닥을 뒤흔들고 있다. 이렇기에 여성 가운데는 당돌한 이들이 매우 많다. 양궁, 골프, 하키처럼 한국이 세계를 주름잡는 스포츠는 모두 여성 선수들이고 사회 운동세력 가운데 여성 또한 매우 많다. 그리고 젊은 여성들은 남자들고 서로 이름을 부르며 대등한 언어관계를 일구어 냈다. 이제 많은 여성들이 결혼을 하고 나서도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대등하게 말을 주고받는다. 이와 함께 여성들은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남녀평등고용, 남녀동등상속, 성희롱방지, 매매춘 금지와 같은 것들을 법적으로 제도화시켰고, 여성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여성부를 국가 기구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여성들은 호주제를 완전히 철폐하고자 노력하는 동시에 남계혈통의 상징인 성까지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합쳐서 조한혜정, 박이순이, 이이혜순과 같이 바꾸어 사용하기도 한다.


▶형식적 권위의 실질적 폐해

한국인은 완고한 형식적 권위주의로 말미암아 부당한 차별과 억압을 경험하는 일이 많게 되면서 강한 피해의식과 반발의식을 갖게 된다. 한국인은 힘이 센 사람과 약한 사람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 당연히 힘이 약한 사람이 부당하게 당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한국인 자신보다 힘이 센 사람과 약한 사람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 당연히 힘이 약한 사람이 부당하게 당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한국인은 자신보다 힘이 센 사람을 만나면 부당하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 적극 달라붙거나 아니면 멀리 도망가려고 한다. 특히 한국인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에 대해 강한 피해의식과 반발의식을 갖고 있다. 법에서는 공무원을 국민을 위한 심부름꾼, 공복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공부원을 국민에 군림하는 나으리, 즉 상전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국민들은 공무원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생각하기보다 억압하는 상전으로 생각하여 될 수 있는 대로 공무원을 만나지 않으려한다. 어쩔 수 없이 공무원을 만나야 하는 경우에는 저자세를 하고 아첨이나 뇌물을 바친다. 이처럼 공무원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까닭에 국민과 공권력이 충돌하게 되면 서로 원수처럼 티고 받는다.


결국 국민들은 피해의식과 반발의식을 갖게 되고 해소하기위해 다음의 조치를 취한다. 첫째, 관을 뒤집는 방식으로 , 둘째 (비조직적)집단행동을 통해서, 셋째, 욕설을 통해서 해소한다.


▶ 만장일치를 좋아하는 한국인 그러나 갈등이 잠재되어 있음


한국인은 형식적 권위주의로 말미암아 생각과 소통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만장일치를 좋아한다. 실제로 만장일치가 되어서 그렇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실어하기 때문에 만장일치라는 형식을 빌려서 그렇게 한다. 이 때문에 어떤 일을 만장일치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결정에 이의를 갖거나 불만을 품고 있는 이들이 과반수를 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인은 흔히 회의를 많이 하는 조직은 말한다. 가족, 회사, 학교, 관청을 가릴 것 없이 회의를 많이 하는 것은 이익보다 손해가 많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회의를 해도 마음에 있는 것을 제대로 털어놓을 수도 없고, 특히 아랫사람들의 경우에는 좋은 의견을 내어놓아도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의를 자주하게 되면 지루하게 시비만 계속할 뿐,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상처만 남기기 수비다. 사람들은 어차피 우두머리만이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황에서 쓸데없이 회의를 하는 것 보다 우두머리의 처분을 따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동질성을 강조하는 한국문화 그래서 애어른이 많다.

한국인은 우리에게 바탕을 둔 집단 자아가 강하기 때문에 동질성을 매우 강조한다. 그 결과 세대, 계층 등에 따른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한국인은 세대, 계층들을 뛰어넘어 동일한 화제, 동일한 취향, 동일한 유행을 좆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휴대전화나 인터넷과 같은 최첨단 기기의 보급과 사용이 세계의 선두를 달리는 것도 이 대문이다. 이런 까닭에 문화의 급격한 변동에 견주어 세대나 계층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한국인은 상황이 바뀌면 새로운 상황에 쉽게 적응한다. 늙은이에게 젊은이에게로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또한 젊은이도 늙은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한국인 가운데는 젊은 오빠가 많을 뿐만 아니라 애늙은이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세대간 추돌은 매우 강하게 나타나는 사회이다. 왜냐하면, 세대가 완고한 형식적 권위주의로 말미암아 강격한 차별과 억압관계에 놓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권력을 독점한 상태에서 젊은 세대는 싫어도 내색도 못하고 그냥 따라가야 한다. 따라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의 관행을 부정하면서 일시에 불만을 터뜨린다. 그런데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 도전을 하는 경우에도 결과는 어설픈 타협으로 끝나는 일이 많다. 왜냐하면 어설픈 타협을 통해서 젊은 세대가 곧바로 시성세대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대간 갈등이 많다

한편 한국인은 급속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실질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중시하게 되었고, 그 결과 능력과 실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되었다. 연공서열의 관행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계약제, 연봉제 등이 도입되기 시작하자,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장벽을 뚫고 적극적인 진출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말미암아 늙은이와 젊은이가 뒤섞여 있는 어정쩡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젊은이들이 늙은이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조직을 개혁하려고 시도하게 되었다. 그런데 조직에서 나오면 다른 곳으로 옮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늙은이들과 젊은이들이 서로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격력하게 충돌하게 되었다.


한국 사회는 차별과 억압에 따라 놀려있는 다양한 힘들이 폭발을 기다리고 있는 휴화산과 같다. 즉 , 아이는 어른에게, 젊은 세대를 기성세대에게,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여성은 남성에게 억눌려 지내는 일이 많기  때문에 억눌린 힘이 폭발의 기회를 맞으면 갑자기 분출한다.



3. 저자는 어떤 대안을 내놓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인칭 명사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평등한 인간관계를 맺는데, 지위고하를 막론한 이인칭 대명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히 혁신적이다. 과연 될 수 있을까? 과거 짧은 기간에 신분제도를 철페했는데, 존비어체계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점의 실현가능성이 적다는 생각에, 차라리 모두 존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우리가 모든 사람에게 높임말을 붙이게 되면 자연히 낮춤말이 없어지게 되어, 말이 평등해지면서 인간관계가 한층 대등하게 될 것이다. 말이 평등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관계가 평등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음식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배부르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차별 가운데, 가장 근본적인 차별이 바로 말투의 불평등에서 비롯되는 차별이다.”



 

출처 : 즐 봄
글쓴이 : 윈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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