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ory/가족치료

자전거

반찬이 2011. 10. 30. 19:50

어제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시내에 다녀왔습니다.

2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다보니 다리도 아프고 팔도 아팠습니다.

그런데 한참 자전거를 타고 가다 문뜩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리는 페달을 돌리느라 힘이 들어 아픈 건 이해하겠는데 팔은 왜 이렇게 아픈 거지?

 

그래서 제 머리가 아프다는 팔에게 면박을 주었습니다.

“야! 이양심도 없는 팔아 힘들게 페달을 돌리고 있는 다리도 있는데 넌 뭐 한일이 있다고 아프다고 난리냐.”

그런데도 팔은 아프다고 합니다.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핸들을 잡고 있던 손을 살며시 놓아 보았습니다.

손이 핸들을 놓자 자전거는 휘청거리며 쓰러지려고 하였고 다리는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좀 전보다 훨씬 빠르고 힘들게 페달을 돌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못가 자전거는 넘어지고 저는 자전거에서 떨어졌습니다.

자전거에서 떨어진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동안 쓰러진 자전거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한 가지를 깨달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부부란

한 몸이 되어 자전거를 타고 인생이란 먼 길을 가는 것과 비슷하구나. 하는 것 이였습니다.

남편은 두 다리가 되어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페달을 돌리는 역할을 하고

아내는 두 팔로 핸들을 잡고 자전거의 균형을 잡아주고 장애물이 나타났을 땐 절절한 방향전환과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그래서 이 두 가지 역할이 조화를 이뤄야 자전거를 타고 힘든 길도 어려운 길도 갈 수가 있구나. 하는 것을 쓰러진 자전거를 보고서야 깨달게 되었습니다.

 

이제껏 가장이란 이름으로 가정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윗사람 눈치 보고 아랫사람에게 치이며 어렵게 돈 벌어오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집에서 살림이나 하는 아내가 뭐가 힘들다고 맨 날 힘들다. 죽겠다. 며 투정을 부리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전 제 몸에 붙어있는 다리와 팔에 역할도 그리고 느끼는 고통의 크기도 제대로 알지 못 하면서 우선 보이는 다리에 아픔만 생각하고 아픔을 호소하는 팔에겐 면박만 하였습니다.

그 팔이 힘에 겨워 핸들을 놓아버린 다음에야 비로소 다리만으론 아무리 발버둥 치며 페달을 돌려도 자전거를 쓰러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오를 때 페달을 돌리는 다리도 힘들지만 핸들을 잡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 팔도 무척 힘들었다는 것을....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 페달을 돌리던 다리는 잠시 쉴 수 있지만 핸들을 잡고 있는 팔은 장애물을 피하고 브레이크를 잡기위해 쉴 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먼 길을 달려 잠시 휴식을 가질 때도 팔은 힘들어 하는 다리에 피로를 풀어 주기위해 안마도 해주고 주물러도 주었지만 다리는 팔에 피로를 풀어 주지기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어제 자전거를 타고 알게 되었습니다.

팔과 아내의 역할과 소중함을 이제야 깨달게 되었습니다.

 

여보!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