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 코헛과 용서의 능력
코헛의 이론체계 안에서 용서의 능력은 건강한 자기의 한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건강한 자기란 이상과 포부를 지니고 타고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창조적이고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자기를 말하는데,
이러한 자기야 말로 자신과 타자의 약함과 수치와 허물을 용납할 수 있으며,
인생의 한계와 죽음이라는 유한성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건강한 자기를 형성하지 못한 개인은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고 타인들과
대상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한 채 자신도 타인도 그리고 삶도 용서하지 못하는 비극적인 상황에 처한다고 보았다.
코헛은 건강한 자기를 형성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요소로서 이상화 대상과의
관계 경험과 유아의 과대주의를 긍정적으로 보아주는 반영 대상과의 관계 경험
이라는 두 가지를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반영 대상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유아는 자신이 가치있고 위대한 존재로 인정받고 찬사받는 경험을 통해서
견고한 자긍심과 자존감을 형성할 수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해서만 타인을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하고 그를 용서하고 그에게서 용서받을 수 있는 능력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유아가 엄마로부터 충분히 반영받지 못한다면, 유아의 자기는
무기력감, 무가치감 그리고 수치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이러한 취약한 자기의 상태를 방어하기 위해 과대적이고 과시적이며 타인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병리적인
자기애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건강한 자존감을 형성하지 못한 자기애적 개인은 아주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상처를 준 타인들을 결코 용서하지 못한다. 또한 이런 개인은 작은 일에도 격노 반응을 하는데, 이는 자기가 응집력을 갖지 못함으로 해서 쉽게 해체되기 때문이다.
코헛은 클라인이나 위니캇과는 달리 그리고 페어베언과 마찬가지로, 공격성을
일차적인 요소로 보지 않고, 좌절에 따른 이차적 산물이라고 보았다.
그는 공격성 대신 자기주장성이 일차적으로 존재하며, 이러한 욕구가 좌절될 때
자기는 격노하게 되는데, 이러한 격노는 곧 자기가 해체되는 데 따른 결과라고
하였다. 따라서 그는 공격성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죄책감 역시 일차적인 정서가 아니라 보다 근저의 일차적인 정서인 무력감, 무가치감 그리고 수치감을
감추기 위한 이차적인 정서요 방어라고 보았다.
다시 말해서, 죄책감 배후에는 항상 자기의 상처가 숨어 있으며, 죄책감은 사실상 이러한 상처를 감추기 위한 방어적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코헛은 용서의 문제를 죄책감의 해결과 관련짓기보다는 자기의 상처와 관련짓는다. 그에 따르면, 용서는 곧 자기의 상처가 치유되는 데서 얻어지는 산물이다. 심하게 상처 입은 자기는 아직 용서할 수 있는 힘도 용서받을 수 있는 힘도
없다. 그 상처로부터 치유 받고 그래서 자기에 대한 몰두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질 때에만 그는 타인과의 진정한 대상관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상호인정과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용서의 삶을 살 수 있다.
코헛은 프로이드 시대의 중심적인 문제가 죄책감이었다면,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중심적인 문제는 무력감과 수치감이라고 하면서 소위 갈등에 시달리는 죄책감 인간(guilty man) 대 무기력감과 수치감에 시달리는 비극적 인간(tragic man)이라는 명제를 부각시켰다.
그의 관점에서 이 두 종류의 인간은 사실상 모두 상처 입은 자기를 가진 인간이다. 그러나 그 상처의 정도 차이가 있다. 갈등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개인은 비교적 경미한 자기의 상처를 지닌 사람이요, 자아와 초자아 그리고 원본능이라는 삼중구조를 어느 정도 형성한 사람인데 반해서, 무기력감과 수치감에 시달리는 비극적인 인간은 훨씬 더 심각한 자기의 상처를 지닌 사람이요, 삼중구조는커녕 온전한 자기감을 형성하는데 실패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코헛의 사고는 결코 용서의 중요성을 감소시키지 않는다.
다만 진정한 용서의 삶을 위해서는 죄책감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근저의 상처 입은 자기를 치유하는 문제에 우리의 관심의 초점을 모아야 할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리고 상처 입은 자기를 치유하기 위해서 누군가가 공감을 바탕으로 인정해주고 긍정해주는 반영적 자기대상의 역할을 수행해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admission > 스크랩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노후대책 사례1-와인전문가 (0) | 2006.11.03 |
---|---|
[펌] 당신은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0) | 2006.11.01 |
[스크랩] 잔소리..(대상관계 관점에서) (0) | 2006.06.30 |
[스크랩] 용서의 능력 / 멜라니 클라인 (0) | 2006.06.30 |
[스크랩] 신뢰도, 분산분석, ttest, 회귀분석, 비모수통계... (0) | 2006.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