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바티칸 소식’ 감상법(2) 그러나 공식과 비공식이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두 개념을 상대화(相對化)하여 응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 하나는 공식(公式)의 비공식화(非公式化)다. 국가, 사회, 종교계에서 공식라인에 있는 인물이 상대 국가, 사회, 종교의 공식 라인에 있는 인물과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비공식적으로 접촉하여 공식 안건을 사전에 조율(調律)하는 방법이 그 예에 해당된다. 이것은 구체적 성과를 얻기 위한 예비동작(豫備動作) 또는 한시적 처방(限時的 處方)으로서 긍정적인 의의를 함축한다. 다른 하나는 비공식(非公式)의 공식화(公式化)다. 국가, 사회, 종교계에서 공식 라인 밖에 있는 사람들이 좋은 세상이 오면 자신들의 힘에 세진다고 암시하면서 공식 직함을 가진 것처럼 가장(假裝)하거나, 객관적으로 공신력이 없는 사람들이 공식 라인에 있는 일부 인사와 내통하여 호가호위(狐假虎威) 즉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다른 짐승을 놀라게 하는 방법이 그 좋은 예라 할 것이다. 이것은 주위 사람들의 환상과 기대를 불 지르는 기망(欺罔) 내지는 어떤 결과를 임의로 도출하기 위한 과욕(過慾)으로서 부정적인 행태로 꼽힌다. 가톨릭의 공식적인 인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나주 경당과 성모동산에서 주님과 성모님을 앞세워 그곳을 성지(聖地)라고 선포했고, 가톨릭의 교계제도와 상관이 없는 전국 규모의 단체(마리아의 구원방주회, 마리아꿀룸 등)를 결성했으며, 지역별로 사무실까지 두어 수시로 돈을 거둬들이고 사조직을 확장하면서 그 돈의 일부를 이재(理財)의 수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상당히 어긋난 길을 가고 있는 율리아 자매와 그녀를 추종하는 열성분자들은 지난 2월 26일 돌연히 로마로 비행하여 비공인(非公人)의 신분으로서 7박 8일 동안 수시로 교황청을 드나들면서 주목할 만한 활동을 했다. 율리아 자매 일행이 교황청에서 올린 획기적 업적은 1995년 10월 31일 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집전한 소성당에서의 미사 중에 율리아 자매가 영한 성체가 살과 피로 변화하는 성체기적(聖體奇蹟)을 교황 앞에서 보여준 이래 이번에는 은퇴 외교관 조반니 블라이티스 대주교가 집전한 미사 중 그녀가 영한 성체가 다시 살과 피로 변화하는 두 번 째 성체기적을 블라이티스 대주교가 이반 디아스 추기경을 통해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보고함으로써 성체기적을 교황청에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는 점에 있다. 공적계시로써 교회를 세우신 주님은 1985년 사적계시 또는 특별계시로 나주에 발현하신 이래 일어난 숱하게 행하신 기적 중에서 핵심 중의 핵심에 속하는 성체기적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율리아 자매를 통해서 교황청에서 보여주심으로써, 나주에는 율리아 자매와 협력자, 봉사자란 이름으로 불리는 한 줌도 안되는 인간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그녀의 생각과 안목을 흐리게 하여 스스로 문제 집단으로 낙인찍는 지극히 부정적인 요소들이 엄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저러한 조건(條件)에는 문제가 있지만 본질(本質)은 옳다는 인식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심어주셨을 가능성이 크다. 주님과 성모님의 나주 발현 25년 역사에서 주님께서 당신의 몸인 성체를 통해 가장 중요한 곳에서 이처럼 확실하고 분명하게 은총을 베풀어주신 적이 언제 있었던가? 주님과 성모님으로부터 간택 받아 생살을 도려내는 보속의 고통을 수시로 받고,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험담과 비난을 ‘내 탓’으로 돌리고 박해자들을 위해 기도해온 율리아 자매가 주님과 성모님의 승리를 위해 결정적인 기여를 할 물실호기, 아니 마지막 기회가 언제 있었던가? 율리아 자매에게 주어진 기회의 의미는 단순하다. 율리아 자매는 바티칸에서 두 번 째로 일어난 성체기적 소식을 지역과 국경을 초월하여 대대적으로 뿌려 자신을 널리 홍보(弘報)하는 방법으로 인준을 쟁취(爭取)하려고 불쌍한 순례자들을 들볶기보다는 자신의 혀 위에서 일어난 성체기적이 자신의 존재가 두드러져서가 아니라 도구로 쓰이는 자신의 몸의 일부인 혀가 주님의 밑에 있다는 사실, 그 세치 혀로 언제 어디서나 말을 조심하고 행동을 거룩하게 해야 한다는 지극히 원리적인 주님의 원의를 함축하고 있음을 꿈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율리아 자매는 사인(私人)이지만 기적의 시현자로서 공인(公人)이라는 신분을 아울러 갖고 있기 때문에 언행을 지극히 조심해야 마땅하다. 과연 자신을 미화 예찬하는 도구로 삼은 ‘바티칸 소식’이란 이름의 12쪽 짜리 한글판 소식지와 교황청을 무대로 주연 배우 역할을 톡톡히 한 자신의 활약상을 담은 '바티칸에서 일어난 두 번째 성체기적과 징표들'(The second Eucharistic Miracle & other Signs in the Vatican)이란 제목의 50분 짜리 DVD가 주님과 성모님을 주인공으로 하여 제작된 성물인가? 아니면 율리아 자매 자신을 드높이는 속칭 '짜라시'나 개인 홍보 영상물인가? 율리아 자매가 자신을 우상화하고, 교주화하고, 신격화하는 측면이 있는 자료에다 ‘바티칸 소식’이란 렛텔을 붙여 호도(糊塗)하는 행위가 교황청을 우롱(愚弄)하고 수많은 신앙인을 기만(欺瞞)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율리아 자매는 자신의 문제점 때문에 나주의 기적을 진실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주저하는 광주대교구와 한국 가톨릭 신앙인들과 한국인들을 향해 이반 디아스 추기경이 “그들은 뭘 몰라서 그런다”고 말했다고 의기양양하게 소개함으로써 그의 위신을 높여주었는가? 아니면 인도인인 그가 신앙교리성 장관이라는 직위를 남용하여 잘 알지도 못하는 한국인을 비하(卑下)한 건방진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는가? 나주의 홍보 자료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동서와 고금을 통해 확립된 도덕률을 일깨워주고 있다. 또한 율리아 자매는 교황청 구내의 소성당에서 봉헌된 거룩한 미사 중에 성체기적이 일어났다 해도 조용히 있다가 미사가 끝난 다음에 그 사실을 주례 사제에게 알리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미사 중에 성체기적이 일어났다고 바람을 잡으며 입을 쩍쩍 벌리고 혀를 내밀거나,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어 입천장과 어금니 안쪽을 휘저으며 “헤헤헤” 웃는 등 주님을 모신 자로 보기 어려운 무례(無禮)한 행동으로 미사를 수시로 중단시키는 것이 바람직한가? 유감스럽게도 율리아 자매 측이 만든 자료는 사적계시(私的啓示)가 공적계시(公的啓示)를 압도(壓倒)하고 지배(支配)하려 한다는 인식을 전 가톨릭과 전 세계에 심어주고 있다. 말을 못하고 생각도 못하며 움직일 수 없는 벼도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 하물며 만인의 존경을 받아야 할 기적의 시현자가 현명하고 겸허한 결단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인류의 역사상 결정적인 국면에서 대세를 잡고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은 하나같이 멀리 보고 겸손하며 관대했다. 율리아 자매는 말을 극히 아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톨릭의 기본적인 덕목인 순명(順命)을 실천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만일 그녀가 제자들의 발까지 씻어주신 스승 예수 그리스도의 지극히 겸허한 자세를 본받아 광주대교구에 순명하고, 다음으로 한국 가톨릭에 순명하며, 마지막으로 교황청에 순명하는 자세를 취하면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영적 교만에 빠진 여자’, ‘무당’, ‘생쇼에 능한 연기자’, ‘불순명의 왕초’, ‘마녀’란 말들을 한 순간에 씻어버리고 거룩하고 지혜로운 시현자요, 광주대교구와 한국 가톨릭과 교황청에서 두루 호감을 갖는 신앙인으로 자신의 위상(位相)을 굳건하게 정립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식견이 얕고 인격이 부족한 필자는 주님과 성모님의 인준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 율리아 자매가 사적계시에 몰입해온 종래의 자세를 수정하여 사적계시를 공적계시를 보완하고 승화하는 역할로 한정하며, 그것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중대한 결심을 하고 이를 실현하면 순례 초기의 자세로 돌아가 그녀를 존경할 것이다. 나는 이러한 기대를 안고 있기 때문에 지인을 통해 전달받은 나주의 DVD와 소식지를 “수거하여 폐기”하지 않고 아쉬운 마음으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매만지고 있다. (출처 : 야후 블로그 ‘작은영혼’ 2010. 5.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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