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바티칸 소식’ 감상법(3)
―미사 중단과 교도권 용훼를 중심으로
이태호 로물로
가톨릭의 수뇌부이자 심장부인 바티칸 관저에서 가톨릭 전례의 알파요 오메가요 핵심인 미사가 성체성사 도중에 중단(中斷)되는 가톨릭 2천년 역사에서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하늘에서 바티칸으로 거대한 유성이 떨어진 것도 아니요, 전쟁이 일어나 폭도들이 바티칸을 대대적으로 공습한 것도 아니요, 야수적인 이교도들이 바티칸을 부수고 약탈한 것도 아닌데, 정상적으로 진행된 미사가 예수님의 몸인 성체를 모시는 시간에 중단되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2월 28일 오전 10시 교황청 은퇴 외교관 숙소의 소성당에서 전 주한 교황청대사요 은퇴한 후 은퇴 외교관 숙소에 머물고 있는 조반니 블라이티스 대주교와 사적계시와 관련하여 교회의 인준을 받지 못해 시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율리아 자매를 따른다 하여 광주대교구장으로부터 제명조치를 받은 장홍빈 알로이시오 신부가 미사를 공동으로 집전했다.
주례를 맡은 블라이티스 대주교가 축성하여 면병을 그리스도의 몸으로 실체변화한 성체를 율리아 자매에게 영해주었다. 잠시 후 율리아 자매가 입으로 영한 성체가 혀 위에서 살과 피로 변화하는 성체기적(聖體奇蹟)이 일어났다. 이것은 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시절 소성당에서 교황이 집전한 개인미사에서 율리아 자매가 영한 성체가 살과 피로 변화한 기적이 일어난 이래 교황청에서 일어난 두 번 째 성체기적이다.
성체기적이란 주님이 성체가 당신의 몸임을 살과 피로 보여주시어 성체의 성스러움, 존귀함을 일깨우시기 위한 특별한 기적에 속한다. 이것은 주님이 사적발현(私的發顯) 또는 특별발현(特別發顯)의 형식으로 어떤 사람에게 임하시어 주시는 은총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사적발현은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후 사흗날에 부활하시어 교회를 통해서 친히 주신 공적발현(公的發顯)을 보충하는 의미에 그친다.
이 때문에 1995년 10월 31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집전한 미사 중에 율리아 자매의 입을 통해 주님께서 성체기적을 일으키셨다하더라도 이를 보고받은 교황청의 몬시뇰은 “뒤에 가서 기다리라”고 명령하고 미사를 방해받지 않게 했다. 그는 미사가 끝난 후에 그 때까지 혀 위에 살과 피로 변화한 성체를 모시고 있던 율리아 자매의 입을 벌리게 하여 교황에게 성체기적의 실체를 보여드렸다. 이것은 마땅하고 옳은 조치였다.
그러나 조반니 블라이티스 대주교는, 미사 중에 벌떡 일어나 성체기적이 일어났으니 와서 보시오라는 율리아 자매의 심복의 손짓에 따라, 제대를 떠나 율리아 자매 앞에서 관찰하고 이를 은퇴 사제관에서 근무하는 서양 수녀들에게 설명하고 놀라며 탄성을 지르느라 미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공동으로 미사를 집전한 장홍빈 신부는 미사가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사를 진행할 생각을 못한 채 제대 뒤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일어서서 율리아 자매 곁으로 가서 그녀의 용태에만 관심을 집중했다.
율리아 자매는 거룩한 미사 중에 자신이 연극이나 영화의 주연 배우인 양 입을 쩍쩍 벌리고 혀를 내밀기도 하면서 혀 위에서 살과 피로 변화한 성체를 블라이티스 대주교를 비롯한 서양인 수녀, 자신의 수행원들에게 보여주는 일에 열중했다. 또한 그녀는 블라이티스 대주교의 지시로 살과 피로 변화한 성체를 목구멍으로 삼킨 후 갑자기 목청을 돋워 우리말로 “주 하느님 영광 받으소서. 사랑의 주님, 용서의 주님 영광 받으소서. 오 나의 주님, 예수님 영광 받으소서”란 노래를 부른 후 “Amen! I Love You”라고 미소 지으며 속삭였다.
더구나 율리아 자매는 블라이티스 대주교와 서양 수녀들에게 자신이 입술이나 혀를 깨물어 피를 내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손가락을 입술 안으로 집어넣어 이리저리 휘저으며 구강과 인후의 내부 상태를 샅샅이 공개한다. 이어서 그녀는 모종의 성취감 때문인지 “헤헤헤” 웃는 것이 아닌가! 가톨릭의 전통적인 전례를 체현해온 신앙인들은 이 장면에서 실소(失笑)를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이로써 거룩한 미사를 중단한 이 소성당은 짧은 시간이나마 율리아 자매의 능란한 연기장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율리아 자매의 수행원들(장홍빈 신부를 포함한 6명)은 비록 수시로 중단되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엄연한 미사성재 중에 율리아 자매에게 일어난 일들을 블라이티스 대주교에게 영어로 자세히 설명하거나, 율리아 자매에게 “더 벌려!” “더 벌려!”라고 막말로 요청하며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가톨릭의 공식 전례에 없는 그들만의 성가와 나주에서 연습해온 그레고리안 성가를 임의로 합창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거나, 미사가 속행된 다음에도 의자에서 일어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어댔다.
지성인들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5세기에 야만적인 반달족이 교황청을 파괴하고 약탈했으며 성직자들에게 해를 끼쳤고, 14세기에 중국의 홍건적이 원나라의 황실을 유린한 기록을 접하면서 폭도(暴徒)들의 만행에 몸서리를 친다. 그들의 무자비한 폭력은 교회와 사회에 뼈아픈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러나 율리아 자매와 그 심복들은 교황청 구내에서 가톨릭의 가장 중요한 전례인 미사를 웃어가면서 중단시켰다. 미사를 경시하고 훼방하면서까지 성체기적의 도구에 불과한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율리아 자매와 그 수족들의 저의(底意)와 기행(奇行)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 후 율리아 자매가 이러한 모습을 담아 제작한 ‘바티칸에서 일어난 두 번째 성체기적과 징표들’이라 제한 DVD와 한글판 소식지를 받아본 국내외의 신앙인들은 미사를 중단(中斷)시킨 저들의 폭거(暴擧)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한 성직자는 “이것은 교계제도상 아무런 직책을 갖지 못한 일단의 무리가 교황청으로 들어가 사적계시(私的啓示)로 공적계시(公的啓示)를 구축(驅逐)한 일대 사건”이라고 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율리아 자매는 자신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인류복음화성 장관 이반 디아스 추기경을 만난 조반니 블라이티스 대주교의 전언을 통해 이반 디아스 추기경이 “(광주대교구장의) 파문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특히 “그는 그렇게 할 권한이 없다”(He has no authority to do)는 말을 이반 디아스 추기경이 했다면 이것은 교회법 상 중대한 문제를 야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교회법은 교구장에게 교도권을 부여하고 있다. 최창무 대주교는 당시 광주대교구장으로서 교도권의 차원에서 교령을 발령했음은 물론이다. 다만 신앙교리성은 그 내용의 일부(특히 ‘자동처벌의 파문제재’)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1년 이상 조사했지만 아직 그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사도좌 법원은 교령을 발령한 최대주교에 대한 형사고소가 없었으므로 이에 대해 관여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교회법상 교구장이 교도권의 일환으로 발령한 사항은 사도좌 법원의 확정판결이나 신앙교리성의 결정에 의해서만 무효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인류복음화성 장관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교리 문제에 관해 “터무니없는 것”이라든가 “그는 그렇게 할 권한이 없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교구장에게 합법적으로 부여된 교도권에 대한 용훼(容喙)요, 광주대교구장 및 교구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에 대한 폭언(暴言)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리는 교회법을 잘 알 것으로 믿는 이반 디아스 추기경이 자신이 선교지역으로 분류된 한국 가톨릭의 복음화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표현을 썼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짐작한다. 그렇다면 그의 말을 옮긴 조반니 블라이티스 대주교가 착각을 했을 수도 있다.
그 경위야 어떻든 율리아 자매는 이반 디아스 추기경이 이렇게 말했다고 성모동산에서 역설하는가 하면 그 내용을 DVD에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소식지에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한 후 자신을 추종하는 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려 한국 가톨릭 신앙인들은 물론 행인들과 지구촌 곳곳에서 사는 사람들을 겨냥하여 대대적으로 살포하고 있다. 교계제도의 한 축을 이루는 광주대교구를 깔아뭉개는 자세로 경당과 성모동산에서 자신을 우상화, 교주화, 신격화해온 율리아 자매. 그녀는 가톨릭에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여자 메시아로 군림하려고 작심한 것 같다.
사적계시(私的啓示)가 무엇이기에 미사를 중단시킴으로써 공적계시(公的啓示)를 지배(支配)하고 압도(壓倒)하려하며, 시현자(示顯者)가 무엇이기에 질서를 중시하는 가톨릭에서 홀로 우뚝 서서 밑에서부터 위로 오르는 순명(順命)의 전통을 유린(蹂躪)하려는가?―율리아 자매와 그녀의 추종자들이 제작한 소위 ‘바티칸 소식’의 역기능(逆機能)은 바로 이점을 확연하게 보여준 데 있다.(계속)
(출처 : 야후 블로그 ‘작은영혼’ 2010.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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