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바티칸 소식’ 감상법(요지)
이태호 로물로
나주 성모동산은 율리아 자매요, 율리아 자매는 나주 성모동산이다. 성모동산의
비닐성전에서 고운 한복 차림으로 불을 끄고 기도하는 율리아 자매. 양심적인 신
앙인들은 주님과 성모님께서 성모동산에 스며든 어둠을 속히 몰아내주시기를 간
절히 바라고 있다.
주님과 성모님의 나주 발현 초기에는 당신들의 은총을 알리는 최고 공헌자였지만 마귀에게 놀아난 후로는 인준의 최대 장애물로 전락한 율리아 자매 주변의 간신(奸臣)과 충견(忠犬)들이 주님께서 교황청에서 두 번 째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베풀어주신 특별한 은총(恩寵)을 높이 기리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는커녕 도구에 지나지 않은 율리아 자매를 주인공(主人公)으로 띄우는 DVD와 유인물을 만들어 ‘바티칸 소식’이라고 칭하며 엄청나게 뿌려대고 있다.
성체기적이란 주님이 성체가 당신의 몸임을 살과 피로 보여주시어 성체의 성스러움, 존귀함을 일깨우시기 위한 특별한 기적에 속한다. 이것은 주님이 사적발현(私的發顯) 또는 특별발현(特別發顯)의 형식으로 어떤 사람에게 임하시어 주시는 은총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사적발현은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후 사흗날에 부활하시어 교회를 통해서 친히 주신 공적발현(公的發顯)을 보충하는 의미에 그친다.
이 때문에 1995년 10월 31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집전한 미사 중에 율리아 자매의 입을 통해 주님께서 성체기적을 일으키셨다하더라도 이를 보고받은 교황청의 몬시뇰은 “뒤에 가서 기다리라”고 명령하고 미사를 방해받지 않게 했다. 그는 미사가 끝난 후에 그 때까지 혀 위에 살과 피로 변화한 성체를 모시고 있던 율리아 자매의 입을 벌리게 하여 교황에게 성체기적의 실체를 보여드렸다. 이것은 마땅하고 옳은 조치였다.
그러나 조반니 블라이티스 대주교는, 미사 중에 벌떡 일어나 성체기적이 일어났으니 와서 보시오라는 율리아 자매의 심복의 손짓에 따라, 제대를 떠나 율리아 자매 앞에서 관찰하고 이를 은퇴 사제관에서 근무하는 서양 수녀들에게 설명하고 놀라며 탄성을 지르느라 미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율리아 자매는 거룩한 미사 중에 자신이 연극이나 영화의 주연 배우인 양 입을 쩍쩍 벌리고 혀를 내밀기도 하면서 혀 위에서 살과 피로 변화한 성체를 블라이티스 대주교를 비롯한 서양인 수녀, 자신의 수행원들에게 보여주는 일에 열중했다. 또한 그녀는 블라이티스 대주교의 지시로 살과 피로 변화한 성체를 목구멍으로 삼킨 후 갑자기 목청을 돋워 우리말로 “주 하느님 영광 받으소서. 사랑의 주님, 용서의 주님 영광 받으소서. 오 나의 주님, 예수님 영광 받으소서”란 노래를 불렀다.
더구나 율리아 자매는 블라이티스 대주교와 서양 수녀들에게 자신이 입술이나 혀를 깨물어 피를 내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손가락을 입술 안으로 집어넣어 이리저리 휘저으며 구강과 인후의 내부 상태를 샅샅이 공개한다. 이어서 그녀는 모종의 성취감 때문인지 “헤헤헤” 웃는 것이 아닌가! 이로써 거룩한 미사를 중단한 이 소성당은 짧은 시간이나마 율리아 자매의 능란한 연기장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율리아 자매는 자신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인류복음화성 장관 이반 디아스 추기경을 만난 조반니 블라이티스 대주교의 전언을 통해 이반 디아스 추기경이 “(광주대교구장의) 파문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특히 “그는 그렇게 할 권한이 없다”(He has no authority to do)는 말을 이반 디아스 추기경이 했다면 이것은 교회법 상 중대한 문제를 야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교회법은 교구장에게 교도권을 부여하고 있다. 최창무 대주교는 당시 광주대교구장으로서 교도권의 차원에서 교령을 발령했음은 물론이다. 다만 신앙교리성은 그 내용의 일부(특히 ‘자동처벌의 파문제재’)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1년 이상 조사했지만 아직 그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사도좌 법원은 교령을 발령한 최대주교에 대한 형사고소가 없었으므로 이에 대해 관여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교회법상 교구장이 교도권의 일환으로 발령한 사항은 사도좌 법원의 확정판결이나 신앙교리성의 결정에 의해서만 무효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인류복음화성 장관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교리 문제에 관해 “터무니없는 것”이라든가 “그는 그렇게 할 권한이 없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교구장에게 합법적으로 부여된 교도권에 대한 용훼(容喙)요, 광주대교구장 및 교구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에 대한 폭언(暴言)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교계제도의 한 축을 이루는 광주대교구와 한국 가톨릭을 깔아뭉개는 자세로 경당과 성모동산에서 자신을 우상화, 교주화, 신격화해온 율리아 자매. 그녀는 가톨릭에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여자 메시아로 군림하려고 작심한 것 같다. 교회 안팎의 지성인들은 저들(율리아 자매 및 그녀의 간신과 충견들)의 집요하고도 간특하며 말기적인 책동(策動)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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