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이 교육 개혁을 단행하면서 교육 심리학은 그 핵심적 위치로 부상하고 있다. 교육 심리학은 일반 심리학이 확립한 원리와 법칙을 실제에 적용하는 응용학문이냐 아니면 교육 심리학 고유의 개념 구조를 가진 독립적 기초 학문이냐에 대한 논의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교육 심리학(교과서)이 학습과 인지, 발달, 개인차, 사회정서적 행동, 측정과 통계 등 일반 심리학의 관심영역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것만 보아도 자명하다.
이 논문에서 필자는 교육 심리학이 하나의 통합된 기초학문으로서 정립되기 위하여 노력해 온 역사를 더듬어 보고, 그것을 시발점으로 하여 교육 심리학의 학문적 성격을 명백히 하려는 시도들을 소개한 뒤에 교육 심리학의 장차의 발전을 위한 몇가지 과제에 대해 필자의 관점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Ⅰ. 교육 심리학의 발전 배경
1. 현대 교육 심리학의 남상
교육 심리학은 19세기말과 20세기 초반에 걸쳐 미국의 심리학 무대에 오르기 전에 이미 영국과 독일 등에서 그 싹이 트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Boring, 1957) 영국에서는 Berkeley와 Hume 등으로 대표되는 경험주의가 그 배경으로, Berkeley의 이론은 현대의 연합주의에 영향을 미쳤고, Hume은 정신 측정운동 때에 와서 널리 사용된 상관연구의 전조였다고 보고 있다. 또한 Mill과 그의 아들 J. S. Mill에 의해 꽃을 피운 영국의 연합주의의 흔적이 현대의 심리학에 생생히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J. S. Mill의 정신화학의 아이디어는 현대 실험 심리학이 사용하는 체계적 관찰의 남상으로 보고 있다. 한편, 독일에서는 영국의 경험주의와는 다른 Kant의 이성론이 현대의 인지 심리학의 토대가 되어 Piaget나 Kohlberg등의 발달 심리학의 초석이 되었으며, 내성법을 주창한 Wundt는 심리학을 물리학이나 생리학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학문이라는 점을 옹호하여, 실험 심리학의 선구자로 불려졌다. 끝으로, Galton은 그의 천재연구에서 인간능력의 개인차 연구에 통계적 방법을 사용하여 인간 능력이 유전된다는 증거를 내세워서 유전-환경에 대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으며 Cattell과 Thorndike등이 그의 영향을 받아 교육 심리학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대륙의 철학적 영향을 받으면서, 신대륙에서는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반에 접어들면서 심리학은 점차 교육 심리학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는데, 여기에는 James, Hall, Dewey, Angell 그리고
Thorndike등의 학자들을 꼽을 수 있다.
James는 그의 Talks 시 Teachers(James,1899)에서 교사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강의를 하였고, 질문지법을 처음으로 사용했던 Hall은 아동행동에 관한 방대한 연구를 통하여 아동의 지식, 신념, 태도를 밝히려 하였으며, 20세기초에 아동연구운동의 선봉장이기도 하였다. 그의 제자인 Cattell은 각종의 측정 및 통계적 방법을 동원하여 개인차 연구를 주도하였다. 그는 또한 20세기 초의 기능주의---심리학을 실생활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에 힘입어 학습 이론을 발전시키는데에 주력하였으며, 그것은 곧 교육 심리학의 핵심적 관심사가 되었다. 기능주의를 창도한 Dewey는 지적, 신체적, 도덕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는데 있어서 아동의 필요가 교육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설득력있게 주장하였다. Angell 또한 기능주의자로서, 개인의 필요와 환경간의 중매자로서의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에 고나심을 가졌다. 결국 기능주의는 심리학을 실용적 학문으로서 교육문제를 포함한 일상생활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에 공헌할 수 있다고 보았다. Thorndike는 문자 그대로 교육 심리학을 독립된 학문으로 정립하려고 노력한 최초의 학자로 알려져 있다. 동물 학습의 여구를 통하여 널리 알려진 조작적 조건형성, 효과의 법칙, 시행착오 학습 등은 현재까지 교육 심리학이 취급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위의 여러 사람들은 거의 모두 일반심리학자였으나 그들의 관심사가 현대의 교육심리학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그들의 의도는 처음부터 교육 심리학을 잉태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2. 초기의 교육 심리학
James가 위에 든 강의 시리즈에서 고백했듯이 그 당시 심리학은 교육에 만족할만한 실질적인 도움도 힌트도 주지 못하였다. James는 그의 강의에서 심리학이 교육에 공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구체적인 제안을 하기를 꺼려하였는데, 그 이유로서 두가지를 들 고 있다. 첫째, 정신기체의 요소들과 그 작용을 심리학이 알아내었다고 해서, 그것을 근거로 해서 처방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말하였다. 오늘날의 기술적인 학습이론과 처방적인 교수이론의 차이를 예견하는 말이었다. 둘째, James 당시 즉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는 그 당시에는 James가 보기에는 심리학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어 심리학이 곧 놀라운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당시로서는 심리학이 그만한 데이터 베이스를 축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육 심리학을 기초과학 또는 실험과학으로 보려고 한 사람은 Thorndike이다. 그는 콜롬비아 대학에서 예비교사들에게 과학에 근거한 수업을 하도록 지도하였다. 곧 교사 교육에 있어서 실험적 접근을 시도하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교재가 심리학적 원리에 맞는지를 검토하도록 한 것이다. 그의 저서 Educational Psychology는 교육 심리학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교과서였다. 그가 1921년에 The Original Nature of Man, The Psychology of Learning, 및
Individual Differences and Their Causes를 출간하면서 교육 심리학이 독립된 gkransd로 일어서는 발판을 만들었다. 그는 그의 “교육 심리학”에서 교육 심리학을 지성, 도덕성 및 기능의 생득적 기초를 실험, 측정하고 정신 기능의 향상을 지향하며 개인차와 그 원인을 밝히는 기초과학으로 보았다. 그는 정밀과학의 방법을 교육문제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사변적 의견이나 정확한 양적처리가 불가능한 자료는 전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엄밀한객관적 측정을 강조한 Thorndike가 실험 과학에 사로잡혀 현실세계를 경시한 것 같지는 않다. Journal of Education Psychology의 첫호에서 교육의 과학이 심리학에 많은 공헌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학교 교실 자체가 순수심리학에 중요한 수많은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방대한 실험실이며, 따라서 교육적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주는 논문들도 많이 실릴 것이라고 말한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Thorndike가 연구자료의 원천인 교육현장인 학교와 관련한 비과학적, 비체계적 자료수입 방법을 개탄했을 뿐, 학교가 심리학적 연구의 자료원천임을 배격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초기의 교육 심리학의 발전에 공헌한 다른 한 사람은 학교 교육 자체---교육의 내용, 학교조직, 학교방침, 교육실제등---의 변형을 주장한 Judd이다. 학교 현장에 초점을 맞춘 Judd는 학습이론, 동물실험, 자료의 양화에 몰두했던 Thorndike와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인물이다. Judd는 초등학교에서 중등학교, 그리고 대학으로서의 순조로운 전환에 관심을 쏟고, 교육의 민주화, 즉 기회균등의 필요성도 강조하는 한편, 학교 교과목과 교수법에 대한 실험적 이론적 연구에 전념하였다. 그는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교 학습에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Thorndike류의 연구를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결과적으로 Thorndike로 대표되는 실험과학을 지향하는 측정 및 학습이론 운동과 Judd가 주창한 학교 학습을 지향하는 교육과정운동은 그 지향방향이 평행선을 그으면서 교육 심리학은 통합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다. 통합이 되지 않고 다른 길을 걷게 된 징조는 연구논문에서도 나타났고 대학의 학과 조직(교육학과와 심리학과)에서도 나타났다. 결국, Thorndike식의 교육심리학은 그 핵심관심사인 학습 연구가 너무 협소하고 말초적이라는 점에서 도전을 받았고, Judd가 교육 실체를 강조하는 입장은 교육의 현실적 요구인 책무성, 전문성, 교육과정개선 등에 여념이 없어 이론정립이나 교육의 심리학적 기초를 닦는 일은 소홀히 하였다는 점에서 외면당했다. 이처럼 교육 심리학은 그 형성 초기부터 기술적 기초학문과 처방적 응용학문의 성격을 공유하고 있어 “화학적”융합의 어려움을 잉태하고 있었고, 그 출산의 진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교육 심리학이 통합된 하나의 학문체계를 발전시키지 못한 것을 일찍부터 여러 나라의 교육심리학계가 아쉬워하였던 것 같다. 예컨대, 일본에서는 최근까지 교육심리학의 흐트러진 자기주체성, 명백하지 않은 사회적 역할과 사회문제에 대한 둔감성, 학문간 및 문화간 연구에 대한 연구의 부족 등이 문제임을 고백하고 있다. 또 영국의 교육 심리학도 심리학에서 빌려온 혼합된 주제들과 실천지향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실토한다. 미국에서도 “그 묘한 입장 때문에 쉰밥 신세가 되어 사라질 뻔했는데도 아직도 번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초점도 없고...교육 심리학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못하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교육 심리학이 ‘심리학을 교육에 적용하는 것이다.’라는 교육 심리학의 모습을 새롭게 그려야 한다는 자각이 일게 되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19세가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Thorndike, Judd, Hall, James 등이 심리학과 교육과의 관계, 구체적으로는 심리학이 교육에 어떤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하던 때로부터 근 한 세기가 되었으나, 아직도 교육 심리학자들은 교육 심리학의 정체를 찾아 헤매고 있다. 위의 초기 심리학자들은 심리학이라는 기초학문이 교육실제에 상당한 도움과 시사를 주고 공헌을 하리라고 확신한 것이 틀림없지만 응용의 한계는 처음부터 명백해졌고, 교육 심리학의 독립적 기초학문의 확립을 지향하는 논의는 계속되었다.
Ⅱ. 교육 심리학의 정체 탐색
교육 심리학이 그 고유의 학문적 체계를 탐색하고 확립해야 한다는 요청이 끊임ㅇ벗이 제기되는 중욯나 이유 중의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육 심리학이 그 나름의 고유한 이론적 관점을 구성하기 보다는 심리학을 수용하려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 때 교육 심리학으로 유입한 심리학이 교육문제에 과연 어떠한 공헌을 하였는가 또는 공헌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일반 심리학이 교육에 유입되어 일종의 “화학반응”을 일으켜 교육과 융합하여 본질적으로 다른 교육 심리학적 관점과 이론을 구축할 수 있겠는가하는 질문일 것이다.
Grinder는 교육 심리학이 교육의 주도학문으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린 배경으로 (1)교육 심리학자가 교육현장의 실제적 교육 문제를 연구하지 않았다는 점 (2)교육 심리학이 통일되고 짜임새 있는 이론적 전망의 구축에 실패했다는 점 (3)교육 심리학자가 교육 정책 결정에 관여하여 공헌하지 못했다는 점등으로 요약하였다. Grinder의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면서도 최근에 Mayer는 교육 문제는 아직 모든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Grinder가 지적한 문제들이 극복되고 있는 증후가 보인다고 안도하고 있다. 그 근거로서 미국에서 교육개혁운동 등 교육 정책 수립에 교육 심리학자가 참여하기 시작하여 교육 심리학적 공헌을 하고 있고, 인지적 접근의 등장으로 거대한 패러다임적 전환에 해당되는 통일된 이론 구축이 비로소 가능해졌으며, 교육 심리학이 인위적인 실험실에서의 실험에서 학생들이 학습현장에서 학습할 때의 인지과정을 연구하게 되었다는 점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어떤 특수한 이론적 경향(예:인지이론)의 등장이나, 교육 심리학자의 참여의 폭이 넓혀졌다는 것이 교육 심리학의 정체를 확립하는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어떤 이론 또는 학문적 경향이 파죽지세로 몰려와서 학자들이 그 추세에 따라 연구하고 논의 한다는 것과 한 학문의 정체를 확립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한 이론이 환영을 받아 연구가 활발히 전개된다고 해서 그와 관련된 학문분야가 금방 정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학문의 확립, 미확립의 문제는 어떤 특정한 이론의 부침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초점이 다른 것이다. 인지주의의 등장이 교육 심리학계의 연구를 크게 자극하고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으로 교육 심리학의 학문적 정체가 찾아진 것처럼 생각할 수 는 없다는 것이다.
교육 심리학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교육의 현장과정에 심리학적 현상이 내재하고 있으며 교육 심리학을 그 나름대로의 문제, 이론, 연구방법을 엄연히 가지고 있는 학문으로 간주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 따른다면, 교육 심리학은 주로 교수와 학습의 과정을 이해하고, 이런 과정을 개선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에 관련될 것이다. 그러나 일반 심리학은 교육 실제에 내재하는 심리적 현상을 체계적으로 탐구하기 보다는 일반심리학적 연구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심리학적 지식을 교육에 직접 응용하는 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 이러한 무리는 교육의 개선에 그 궁극적 목적을 가지고 있는 교육 심리학과 일반 심리학의 학문적 목적과 관심의 차이에 기인한다. 이에 대하여 이성진은 적어도 4가지의 중요한 관점의 차이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 일반심리학은 인간행동에 관한 보편적 원리와 법칙을 확립하는 데에 그 주목적이 있는 반면, 교육은 개개 학습자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이처럼 심리학과 교육은 그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심리적 연구가 제공하는 원리와 법칙을 교육의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수식 이상의 상당한 정도의 수정이 요구되며 때로는 차원이 다른 변형이 요구된다. 학습 심리학의 원리를 학교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번역?하려는 노력이 상당한 매력을 끌었으나 그것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말았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가 어떠하든 비록 심리학적 보편원리의 교육에의 적용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심리학의 학문적 성과이지 교육심리학의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보편적 법칙을 확립하고자 하는 심리학은 방법론적으로 정밀성과 경제성(parsimony)을 중요시하면서 일관성만 있다면 행동의 작은 변화와 차이도 중요한 고려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예컨대, 지각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에서 빛의 룩스의 미세한 차이가 시지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은 지각현상에 대한 심리학의 지식에 중요한 공헌을 한다. 이와는 반대로 교육은 다소의 정밀성과 경제성의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학습자의 행동에 상당히 큰, 그리고 의의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변인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은 생태적 타당성에 관심이 있다.
셋째, 심리학은 특수한 영역을 제외하면 가치 중립적이며 기술적인 반면 교육은 가치 지향적이며 처방적이라는 점에서 심리학적 지식의 교육에의 적용에 무리를 초래한다. 심리학이 가치 중립적인가 또는 가치 중립적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논란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심리학은 일반적으로 행동의 학습, 변화, 발달 등의 연구에서 있는 그대로의 본질적 현상을 충실히 기술하고 증명하는 입장을 취한다. 이렇게 본다면, 심리학은 교육학에 비해서는 그 출발부터 가치 중립적인 실증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은 어떤 가치를 실현하려는 과정이기 때문에, 가치 중립적인 심리학과 상당히 다른 결정을 해야 한다. 학습이론을 중심으로 Skinner와 Bruner를 대비할 때, Skinner의 이론을 기술적이라고 특징지우고 Bruner의 이론을 처방적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리학교과서에 Bruner를 학습이론가의 대열에 끼워넣기를 꺼려하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넷째, 과거에 심리학의 원리나 법칙들이 주로 통제된 실험실에서 확립된 반면, 교육은 이에비하면 상당히 자연상태에 가까운 교실에서 일어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심리학의 지식을 교육의 장에 적용하는 데에 무리가 있다. 어떤 특수한 변인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심리학의 실험이었기 때문에, 외래적 변인을 가급적 엄밀히 통제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실험절차의 본질이다. 그러나 교육의 현장은 심리실험실에 비하면 통제되어 있지 않고 학습자에게 모든 변인이 각각 또는 전체적으로 동시에 작용하여 학습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 심리학과 교육학의 목적과 관심의 차이 때문에 일반 심리학의 지식을 교육에 응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기실, 교육심리학은 일반심리학이 발견, 확립한 원리를 교육현상에 응용하는 데에서 시작하였으나 심리학의 단순한 응용분야가 아니라, 그 자체의 독특한 개념적 구조와 연구방법을 동원하여, 독자적인 고유의 연구영역을 확립해 나가는 학문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추세의 귀결이다. Ausubel(1969)은 일찍이 교육 심리학을 학교에서의 학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었다. 그는 많은 교욱심리학 교과서가 불운하게도 ?일반심리학을 좀 부드럽게 쓴 잡동사니?들을 담고 있다고 개탄하면서 교육 심리학은 확실히 그 자체로서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규정하고 ?학교 학습의 본질, 조건, 성과, 그리고 평가에 관한 심리학의 특수 분과?(Ausubel, 1969, p232)라고 교육심리학이 응용학문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특히 학교학습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일반심리학과 구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학교 학습의 문제는 학습에 대한 실험실 연구로부터 이끌어 낸 기초 과학 법칙의 단순한 외삽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교육 심리학은 일반심리학을 교육에 적용하는 응용학문이라기보다는 교육에 있어서의 심리학적 현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기초학문이라는 관점을 끊임없이 주장한 사람은 Wittrock
이다. (Wittrock, 1967, 1992) 그는 교육심리학을 일반심리학의 지식을 응용하는 분야로 규정하였을 때 교육 심리학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몇 가지 이유를 거론한다. 첫째, 응용으로 볼 때 심리학적 이론의 구축 및 연구의 발전과 교육적 적용을 분리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즉, 응용으로 볼 때, 심리학적 이론의 구축과 연구가 일반심리학의 특권이 되어 버릴 우려가 있고, 일반 심리학의 연구는 실험실에서의 무의미철자의 기억, 미로를 선택하는 행동 등, 교육현장과는 아주 다른 연구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교육심리학자는 교육현장과 동떨어진 맥락에서 연구된 것에서 쓸만할 것을 주워 모으는 일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워 모은 지식이 산술적으로 적립되어 교육 현장에 유용하게 응용되리라는 것은 오산이라는 것이다.
또한, Wittrock(1992)은 교육심리학을 응용으로 보았을 때. 교육과 심리학간에 벽을 쌍아 교육심리학이 일반심리학의 이론정립과 연구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을 막을 우려도 있다고 보았다. 심리학사를 더듬어 보면, 학습, 측정, 개인차, 발달, 인지 등 수많은 분야에서 교육심리학이 일반심리학에 엄청난 공헌을 했는데도 심리학자는 이 사실을 쉽게 잊곤 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Thorndike는 교육심리학 연구를 통하여 학습과 학습의 전이에 대하여 지대한 공헌을 하였고, Hall, Cattell, Angell, Judd등 실험심리학자들도 그들 생애의 초기에 교육심리학자가 된 사람들이다. (Grinder, 1989) Skinner의 강화이론, 작동조건형성, 프로그램 교수 등도 교육심리학자로서의 공헌영역이다. 지금 인지이론이 크게 위세를 펼치고 있지만 그것도 Ausubel(1968)의 유의미 학습에 관한 교육심리학적 연구나, Bruner(1959, 1961)의 발견학습에 관한 교육심리학적 연구들이 초기 인지모형의 구축에 중요한 공헌을 하였다. 심리검사와 측정, 평가에 있어서 Binet나 cronbach의 공헌도 모두 교육심리학적 연구였고, Sternberg(1987)의 사고 과정과 사고훈련에 관한 연구나, Weiner(1985)의 동기의 귀인이론 등도 교육의 현장에서 연구되고 검증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일반심리학의 지식기초의 구축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 교육심리학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Wittrock, 1984, p132)
근래에 와서 교육심리학은 응용만이 아니라 교육 현장에 내재하는 모든 심리적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그 음조가 조율되고 있는 분위기는 이미 앞에서 암시한 바와 같다.(Mayer, 1987; Slavin, 1988; Woolfolk, 1987; Wittrock & Farley, 1989) 예컨대, ?교육심리학자는 다른 분야로부터의 지식을 응용하며 또한 지식을 창조한다. ?(Woolfolk,1987, p21.)?교육심리학의 주된 초점은 정보, 기능, 가치, 태도가 전달되는 과정과...심리학의 원리의 교수실제에의 적용에 있다. ?(Slavin, 1988,p2.)?교육심리학은 인간의 인지과정과 지식상태를 조절하는 기술에 관한 과학적 연구에 초점을 맞춘다.?(Mayer, 1987, p7)등등에서 종전의 교육심리학에 대한 응용일변도 개념규정에서 점점 벗어자고 있다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교육심리학이 일반심리학이 연구, 확립한 원리를 교육현장에 응용하는 학문이라는 정의에서 벗어나서 교육현장에 내재되어 있는 심리적 현상을 과학적,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한다면, 교육심리학은 Grinder(1989)가 말한 바와 같이 교육에서 주도학문(guarding science)으로서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고, 따라서 장차 교육심리학의 역할도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즉, 교육심리학은 교육의 과정과 방법에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심리학을 교육방법의 과학적, 이론적 근거를 확립하고 제공하는 학문이라고 규정하고, 그것을 토대로 하여 교육실천의 과정을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심리학은 교육의 여러 분야 중 가장 과학적이며 실천적이며 가장 교육현장 지향적이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Ⅲ. 교육 심리학의 도전과 과제
교육심리학이 걸어온 긴 여정과 길과 그 발전경향을 알아보는 한가지 방법은 교육심리학 교과서에서 어떤 주제가 주목을 받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신동(1994)의 연구가 여기서 한가지 시사를 준다. 다양한 기준에 따라 분석한 결과, 최근에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는 주제로서 교육환경, 인지능력, 수업매체, 조작적 교수목표, 교육평가 등 5가지임이 밝혀졌다. 이신동이 결론 부분에서 ?..최근으로 오면서 교육심리학의 주제들은 이론보다는 교실의 실제 행동을 다루는 쪽으로 접근해 가는 흐름을 볼 수 있다.?(이신동, 1995, p83)는 말에서 우리는 교육심리학이 교육이 일어나는 현장에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는 시사를 받을 수 있다.
교육심리학이 응용분야만이 학문이기보다 교육현장의 심리학적 현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기초학문으로 정의한다면, 교육심리학자에게 주어진 앞으로의 과제는 상당히 도전적이라고 예측된다. Pintrich(1994)는 Hall, Thorndike, James, Dewey로부터의 교육심리학의 발달에 연속성과 비연속성이 항존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앞으로 과거의 연구의 탄도를 그냥 타고 나가는 연구가 계속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의 방향과는 다른 연구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으로 계속 주목을 받을 영역으로는 (1)연구의 기본단위 또는 개념을 확인하는 일, (2)통합적 모형과 연구영역간의 연결고리를 개발하는 일, (3)학습, 습득 및 학습의 전이로의 귀환, (4)자연과학과 수학에서 개발된 모형을 적용하는 일 등으로 특징 지우고 있다. Pintrich의 이 전망은 인지 이론이 등장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인지는 환경 자체에 보다는 환경의 표상에 작동한다는 마음의 표상이론에 근거한 일반적인 인지주의 전망의 연장으로 보는 시각이다.
인지이론이 교육심리학의 핵심적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교육심리학의 그 정체를 확립하고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이론적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는 몇가지 문제를 선택하여 논의해 보기로 한다.
1. 현재의 인지심리학 학습이론에 대한 도전
과거 20여년 동안 교육심리학을 지배해 온 이론적 관점이 인지심리학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한다. 간단히 말해서 이 관점은 인간을 상징(표상)처리의 체제로 보고, 상징과 상징적 구조를 기억하고, 감각적 입력으로써 상징구조를 형성하고, 외현적 행위를 일으키는 상징구조를 생성하고, 기억속의 상징구조를 다양한 방법으로 수정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전제에서 출발하는 인지주의 학습이론은 인간의 상징체제가 상징적 지식을 구성하고, 저장하고, 사용하는 과정을 설명하려고 하며, 인지이론에 근거한 교수이론은 지식을 적극적으로 구성하고, 저장하고, 전이하도록 하는 교수절차를 명백히 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입장은 개체와 개체 내에 일어나고 있는 것과 외부세계와의 경계선을 명백히 그어 개인의 발달에 초점을 맞추는 일반적 유기체적 메타이론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통의 연속에 강력한 도전이 나타나리라는 전망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
이 일반적 틀 속에서 교과목 관련 심리학의 내용관련 인지이론, 상위인지과정, 학습전략 등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고, 내용관련 인지이론들이 교수절차의 발전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이 방면의 연구가 계속될 것이다. Mayer(1992)는 인지심리학의 등장으로 교육심리학자의 입지와 아이덴티티가 비로소 확립되었고, 드디어 교육심리학이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크게 공헌하게 되었다고 다소 확신에 찬 흥분된 어조로 말하고 있다.
Mayer의 이러한 낙관론에 대해서, 그러나, 많은 교육심리학자들이 현재의 인지심리학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말한다. (Derry, 1992; Greeno, 1989l Pintrick, 1994)예컨대, Greeno(1989)는 인지심리학이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관련 과제의 수행을 이해하는 데에는 적절할지는 몰라도, 비판적 사고, 동기, 그리고 창의적 사고의 연구를 이끌어 나가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고 말하고 있고, Derry(1992)는 현재의 인지심리학이 ?직업세계에서나 학급 밖에서 일어나는 일상활동에 나타나는 복잡한 문제해결의 본질을 밝히는 연구를 이끌어 나가는 데에서 특히 불충분하다“고 말한다(P.414). Greeno(1989)는 현재의 인지심리학이 벽에 부딪힌 이유는 사고가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는 가정, 사고와 학습의 과정이 개인과 상황에 관계없이 동일하다는 가정, 그리고 사고의 지원이 아동들의 일상생활의 경험의 결과나 천부의 재질로서 가지고 있는 보편적 개념 역량이기보다는 단순한 요소(특히 학교수업을 통해서 얻은)들로부터 축적된 지식이나 기능이라는 가정 등 인지과정, 즉 사고에 대한 기본가정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Greeno(1989)는 상황인지(situated cognition)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사고란 물리적 사회적 맥락 속에 붙박혀 있다 사고 앎, 학습 등을 포함하는 인지는 개인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활동이기보다는 어떤 상황과 인지자의 관계로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P.135). Pintfich(1994)도 새로운 연구경향이 교육심리학 연구에 대두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선 개인과 외부세계와의 장벽을 무너뜨리려는 맥락적 문화적 모형이 주목을 끌 것이라고 말한다. 즉, Greeno(1989)에 화답하듯 학습이나 인지는 개인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기보다는 사회적 맥락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언어적 문화적 관습이 만들어 내는 것이며 여러 다른 상황에 있는 개인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난다고 본다. 이 맥락적 문화적 모형은 교육심리학의 파라다임적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학습이 맥락적이며 문화에 묻혀 있다는 이 시각과 밀접히 관련하여 지식과 사고는 내용과 학문영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종전의 인지심리학이 인지원리가 범내용적, 범차원적이라고 가정하는데 반해, 학문영역적 초점은 다른 내용(또는 차원)이 그나름의 특유한 지식구조와 사고방식을 요구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Shulman(1990)이 지적한 바와 같이. 종전의 교육심리학은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내용과 학문의 구조는 무시한 체 모든 교과목이 내용에 일반심리학적 학습모형을 강요하다시피 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다양성에 대한 적응의 필요로서 문화적 모형이 우세해지면서 관행, 규범, 가치의 문화간 차이를 검토하고 그것이 학습, 교수 및 학교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다양화 되어가는 현대사회에서 사회계층간 종족간 성간의 차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하였으며, 또한 학교교육에서 실패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위기에 직면한 학생들)에 대한 연구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교육심리학에게 주어지는 장차의 과제라고 생각된다.
Derry(1992)는 인류학적 연구를 예를 들면서 “일상적 인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하는 판에박힌 활동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학교는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학교에서 기초지식을 배워야 한다고 전제하는데 이것은 학습의 전이에 대한 인지이론에 아주 까다로운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Derry, 1992, p414). Greeno(1989)가 제안하고 Derry(1992)가 강력히 동의하는 문화적, 사회적 인지는 현재의 인지적 교육심리학에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으며, r 추이는 교육심리학이 예의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당한 기간 동안 인지적 교수이론이 교육심리학이 계속 주목을 받을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교육심리학이 교수심리학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의 연구방향이 큰 관심꺼리다(Pintrich et al, 1986, p.612).
2. 인간발달 연구에서의 전생애적 발달의 문제
교육이 인간의 성장발달의 소극적 관망자가 아니라 적극적 조력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교육심리학자가 학습자의 지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1960년대 이후 Piaget이 이론이 주목을 받으면서, 교육심리학자는 Piaget의 단계설이 교육의 단계에 중요한 시사를 주리라는 기대를 가져T다. 인지적 기능이 연령에 따라 질적으로 어떻게 다르며, 아동이 지적역량을 축적하기 위하여 어떻게 환경과 상호작용 하는거라는 Piaget이론의 기본전제는 지능에 대한 종전의 심리측정적 양적 접근에 익숙해 있던 교육심리학자에게는 상당히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의 이론에 따라 인지적 발달을 촉진하는 계획적 환경을 프로그램화 하기도 했고 수학이나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교 교육에 투입하기도 했고 유아교육 프로그램의 전파에도 자극을 주었다. 최근까지도 그의 이론에서 추출된 가설이 발달심리학자와 교육심리학자에 의해서 활발히 검증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가 진해오디면서 Piaget의 인지발달이론이 저마 정교화 되어가는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그의 이론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몇가지 예를 들면 구체적 조작기에 가서야 완성된다는 보존개념은 Piaget가 예상한 것보다 빠른 시기에도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발달단계의 보편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또한 Piaget가 관심을 가졌던 인지과정은 논리수학적 정신과정에 한정되어 (대물인지), 일상생활의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 문제해결능력(대인인지 또는 사회인지)의 설명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셋째로 논리수학적 인지능력이 형식적 조작기에 완성된다는 Piaget의 단계설을 도전을 받고 있다. 즉, 20세 전후의 형식적 조작기 이후에도 인지과정은 활동적이며 따라서 인지구조는 계속 변화되어 나간다는 많은 연구결과는 토대로 하여(예 :commons. et ag, 1989), 후형식적 조작(Post-formal operation)이 가능하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넷째로, Piaget가 상정하는 아동과 환경간의 상호작용은 환경을 지적발달의 영양소로 보는 입장으로서 상호작용이기는 하지만 맥락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그 상호작용은 상호호혜적이라고 하는 교호적 상호작용의 입장은 아동과 환경이 동일한 무게를 가진다고 본다.
후형식적 조작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는,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상황인지, 즉 인지과정이 머리속에 있는 것이기 보다는 상황과의 관계에 붙박혀 있다는 구성주의적 발달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두 입장 모두 발달의 입력으로서의 교육은 학교뿐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그리고 20세 전후까지만 아니라 학교교육이 “끝난” 뒤에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력히 뒷받침 한다. 교육심리학자에게 다가선 도전은 “학교안에 있는 어린 아동들을 위한 교육”에서 “학교 밖에 있는 나이든 어른들을 위한 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심리학자는 평생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인간발달이론의 암시다.
3. 교수․학습에 대한 연구
교육심리학이 교육현장의 교육과 관련을 맺고 있어야 한다면 교육현장의 가장 핵심적인 현상인 교수․학습이 교육심리학자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교육심리학을 교수심리학과 동등시하는 경향도 교육심리학의 교수․학습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Pintrich et al, 1986).
교수는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사회관행으로서 아는 사람은 누구나 모르는 사람을 가르칠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교수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의 역사는 3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교육의 단위가 대형화되면서 ,서당식 개인지도 수업체제는 곧 그 한계를 드러내어 교수의 체계적 과학적 연구의 필요가 급격히 높아졌고 교육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빠른 이론적 발전을 거둔 분야로 발돋움했다. 미국교육연구회(AERA) 가 지금부터 15년 전인 1982년에 출간한 교육 연구 백과사전에 따르면, “체계적인 학급관찰을 토대로 한 수업의 과학적 연구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이다.......그래서 수업의 연구에 있어서의 이론적 발전은 원시적 단계에 있다”고 말하였다(Berliner, 1982, p.1498). 그러나 그 이후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교수에 대한 이론적, 실증적 연구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Bloom의 완전학습 이론을 근거로 한 수업체제연구, Gagnedml 학습위계설을 근거로 한 교수계열에 대한 연구 등은 교수․학습이론이 발전함에 따라 교육심리학자는 교사의 수업행위 교제 및 교육프로그램 개발, 교수․학습 성과의 평가를 위시해서, 학습시간, 학습내용, 피드백, 수업환경 등의 광범위한 변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론적 실증적 연구의 성과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일어나고 있는 수업의 효율성과 효과성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교육심리학자의 고민으로 남아있다. 1983년 미국이 교육개혁에 착수한 뒤에 Jones(1983)는 한 평가에서 많은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몇몇 결정적 실질적 문제는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거나 잘못 고려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 중의 하나로서 수업의 질을 지목하였다. 수업의 질은 절대로 교육심리학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 없다. 교육 외적인 사회적 제도적 요인(예컨대, 학습자의 기대와 필요, 학부모의 개입, 입시제도 등)이 교육실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교육심리학자는 교육이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교육심리학적’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할 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면, 교육과정 개발과정에 “교육심리학적” 사고가 불가피하게 요구되는데 학교교육의 성과가 기대치 이하로 저하되었을 때 그것이 교육과정의 문제인지, 교사자질의 문제인지, 교육환경의 문제인지에 대한 이론적, 실증적 점검을 끊임없이 해야 할 것이다. 저간에 한국의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태반은 학습부진이라는 속설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학습부진 현상이 학교교육 프로그램의 문제인지, 교수의 질적 저하의 문제인지, 아니면 학생 태반이 원천적으로 학습부진아인지를 교육심리학자가 가려내고 그것을 근거로 하여 교육적 조치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학생 태반이 학습부진아”라는 속설에 대한 대답이 뻔할지도 모른다. 예컨대 그것이 교사-학생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또는 현행의 교육과정 운영상 진도를 맞추어 나가려면 부진한 학생에 대한 고려는 불가능하다는 등의 대답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명약관화해 보이는 대답은 실증적 증거 없이는 어디까지나 “근거없는 현자적 통찰”이나 환상에 불과하다(Suppes, 1973). 교육심리학이 이론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명백해 보이는 현상에 대해서도 실증적인 증거를 얻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4. 학습동기이론 및 동기유발에 관한 문제
학습이 학교 안에서도 일어나고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서서도 일어나며, 인생의 준비기인 20세전후까지도 일어나고 전생애를 통하여 일어나야 하는 것이라면(김신일, 1995), 학습동기에 대한 새로운 개념화가 요구된다. 흥미있는 과제에 몰두하고 있는 아동들에게 보상을 주겠다는 약속을 한 뒤의 과제동기가 감소한다는 연구(Deci, 1975)는 입학하기 이전의 아동들이 보이는 과제동기가 입학 직후부터 급격히 저하한다는 일상적 관찰을 뒷받침해 준다. 또한 사회변천에 따라 변회된 생활환경, 직업환경, 사회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형식적 학교교육을 “끝낸” 성인들이 계속 학습해야 한다는 개인적 사회적 필요가 높아지면서 배워야 하겠다는 학습동기를 어떻게 개념화할 것인가가 교육심리학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학습동기는 학습이라는 목표지향적 행동이 촉발되고 유지되는 과정을 지칭하는데, 초기의 본능이론과 욕구체감이론, 인지일관성이론 동기위계설 등은 동기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에 공헌하였으나 이제는 주류의 무대에서 사라지고 있다.
학습동기이론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는 것 중의 하나가 Skinner의 강화이론이다(Skinner, 1957). 1970년대부터 Skinner의 학습이론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았던 것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비판이 교육심리학에서 나온 비판이기 보다는 일반심리학에서의 비판이고 인지이론의 등장의 반동으로 나타난 결과로 보는 것이 정확한 시각이라고 판단된다. 학습동기이론으로서의 Skinner의 강화이론은 학습자의 학습행동을 증강시키기 위하여 교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은 학습행동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하는 비교적 간단한 생각이다. Skinner는 교육사태의 혐오조건을 제거하고, 학습자로 하여금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게 하자는 일념으로 강화이론을 줄기차게 주장한 교육심리학자였다. 그의 강화이론은 아직도 교육현장에 생생히 살아있으나, 인지심리학이 등장하면서 교육심리학 연구에서는 그 불씨를 간직한 채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최근에 와서 동기를 인지과정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각광을 받고 있다. Atkinson(1957)의 성취동기 이론은 성취동기는 성공에 대한 희망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간의 정서적 갈등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았다. 성취 상황에서 개인으로 하여금 최선을 다하여 과제를 수행하게 만드는 성취의욕으로 개념화되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Nicholls(1983) 등은 학습 과제에서의 성취동기를 학습자가 성취상황에서 자신의 능력과 목표에 대한 지각을 반영하는, 즉 인지과정으로 개념화하고 있다.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 Covington(1985)의 자기가치이론으로서 성취행위를 자신과 타인과의 비교맥락에서 유능성을 보존하려는 의도와 노력으로 본다. 동기를 인지과정으로 개념화하려는 노력 중 가장 체계적인 이론이 Weiner(1985)의귀인 이론과 Bandura(1986)의 사회인지이론으로서 교육심리학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성취동기이론에서 다듬어 낸 귀인이론은 학생이 자신의 성공과 실패(예컨데 시험에서)가 “운”때문인지 “노력”때문인지 그 원인을 자신이 어떻게 해석하느냐, 어디에 귀인을 시키느냐에 관심을 둔다. 이것은 전통적인 욕구이론과는 상당히 다른 시각이며 학교학습 사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동기 현상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귀인은 학습상황에 대하여 학습자가 가지고 있는 신념, 정서,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게되며, 귀인변화 프로그램은 학습자의 실패에 대한 부정적 귀인(예컨데 무능하다는 생각이나 이에 따른 불충분한 노력)을 변화시켜서 학습자에게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지각을 심어주려는 것이다.
학습사태에서 학습동기를 설명하려는 또 하나의 인지주의 동기이론은 Bandura(1986)의 사회인지이론이다. 이 이론은 학습동기를 학습목표와 학습사태에서의 개인의 기대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할 때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이 이론의 기본 전제이다. 현재의 수행정도를 설정한 목표와 견주어 보고 얼마나 전진하고 있는 지를 알면, 학습자는 자기숙달에 대한 자기효능감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습동기는 학습자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소망한 성과를 달성할 것이라는 신념(긍정적 성과기대)과 자신이 목적달성 행동을 할 수 있거나 그러한 행동을 학습할 수 있다는 신념(높은 자기효능감)이 좌우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타인과의 사회적 비교가 성과기대와 효능감기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정보원천이 된다. 사회인지이론은 사회심리학의 주목을 끄는 이론이지만 학교학습사태에서의 학업성취행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교육심리학자의 관심사가 된다.
Skinner로 대표되는 행동주의 심리학적 동기 이론과 Nicholls, Covington와 Bandura로 대표되는 인지심리학적 동기이론은 앞으로 계속적인 주목을 받을 것이다. 이론연구에서 외면 당하면서도 교수․학습의 현장에는 당당히 남아있는 Skinner의 동기이론과 학습행동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데에 설득력을 자랑하면서도 학습현장에서 동기부여 전략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고민하는 인지주의 동기이론은 교육심리학자가 외면할 수 없는 연구과제가 될 것이다.
5. 방법론에서의 도전
논리실증주의적 방법론의 전통에 익숙해져있는 종전의 교육심리학은 점차 그 방법론에 있어 상당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 예상된다. 첫째로, 질적연구가 계량적 연구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어깨를 나란히 다가서고 있다. 학생이 어떤 일상적인 경험을 하며, 어떤 학교에 다니며, 그런 상황에서의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며 주변세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양적 연구보다는 문화기술적 연구를 포함하는 질적 연구가 큰 몫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질적 연구는 신뢰도와 타당도의 확보가 어렵다는 비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양적연구의 자료수집이 객관저긴데 반하여 질적연구는 주관적이라는데 갈등이 있다. 질적연구자들은 양적연구에서 조작적 정의와 그에 따라 제작된 측정 도구가 대부분 문화적 편견이나 계층적 편견을 포함하고, 측정도구를 사용할 때 상황과 맥락의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며, 수집된 자료의 의미가 연구자의 기준에 따라 해석된다고 말한다. 양적 연구와 질적연구에 장단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두 입장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여, 교육현상의 연구에 긍정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교육심리학자에게 주어질 도전임에 틀림없다.
둘째로 연구에 있어서 분석의 단위가 복합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맥락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예컨데 교수 학습이 집단구성원간의 의사소통이며, 인지가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반드시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은 더 이상 연구의 초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상황 또는 맥락이 중요한 연구의 분석단위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데, 발달심리학에서 전생에적 접근은(Baltes,1987), 인간의 발달은 전생애를 걸쳐 연속적․비연속적인 변화가 가능하며, 다방향적이며, 발달에는 목적론적 최종점이 없으며, 발달은 다차원적, 다요인결정적이며 개인 내적 발달에는 풍부한 가소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전생애에 걸친 발달과정에 작용하는 광범위한 영향력 중에서 형식적 비형식적 교육은 중요한 영향력으로 간주될 수 있다.(여태철1990). 교육의 효과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교육 심리학은 개인의 개체발생적 발달의 연구는 물론,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측면의 연구에 유념할 것을 요구한다. 발달에 대한 단일 학문적 접근은 완전치 못하다는 소리가 높을 것이다. 발달의 다차원성과 다요인결정성은 부득이 다학문적 접근을 요구하게 될 것이며, 여기에 교육심리학자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데에 커다란 도전이 있는 것이다. 전생애 발달과 전생애 교육 및 전생애 학습에 대한 다학문적 접근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은 이 논문의 범위를 벗어난다. 다만, 교육심리학과 타학문간의 관계에 대하여 한가지 지적해 두고자 하는 것은 어떤 현상의 “완벽한“ 이해를 위해서는 자신의 학문의 불안정성을 인정하고 타학문의 강점을 인정하고, 학문간의 지식 베이스를 차별하는 분리주의적 시각에서가 아니라 지식통합의 노력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서 서둘러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문화기술적 연구나 맥락주의적 다학문적 접근이 종전의 “과학적“연구를 대체해야 한다거나 그럴 때가 오리라는 뜻은 아니다. 사실 Comte 이후, 사회과학이 과학적 방법론으로 무장하여 자연과학에 필적하는 학문적 성취를 할 수 있으리라는 포부와 기대를 품에 왔었으나, 근년에 와서 이러한 기대는 충족되지 못하고 위기에 직면해 있다거나 실망, 비관에 빠졌다는 회의의 목소리가 높이 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Kruskal, 1982).
양적연구든 질적연구든 간에 연구의 궁극적 가치는 연구결과가 어디에서나 영원히 일반화될 수 있느냐 하는 것으로 판정이 난다. 교육연구를 포함하는 사회현상의 연구가 자연과학의 법칙이나 원리만큼 그 연구결과의 외적 타당성과 생태적 타당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울지는 몰라도, 교육심리학자들이 발전시킨 과학적 방법론은 일반화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기대 이상으로 잘 충족시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반화를 보장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 중에 하나가 메타분석인데 지금까지 사용된 많은 교육심리학적 연구방법론 중 메타분석 연구는 앞으로도 강력한 도구로 남을 것이다. 다만, 양적연구든 질적연구든, 교육심리학이 독립적인 학문으로 정립되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연구방법은 다양한 모습으로 출현, 교육심리학자에게 적지 않은 도전으로 다가 설 것이다.
결론적으로 구미의 경험론, 이성론, 기능주의 등을 배경으로 교육심리학이 잉태되기 시작하여 Thorndike나 Judd에 의해 교육심리학이 응용분야냐 기초학문이냐의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근 100년 가까이 교육심리학은 그 정체를 확립하기 위한 탐색을 해 오면서 점차 교육현장에 내재하는 심리학적 현상을 개념화하고 연구하는 기초학문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울고 있다. 한 학문의 확립․미확립은 어떤 특정이론의 부침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이론의 등장을 충동적으로 대할 것이 아니다. 교육심리학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필자는 인지심리학에서 맥락적 해석, 인간발달이론에서의 전생애적 관점, 학습동기이론에서의 행동이론과 인지이론의 이론적 실제적 장단점의 갈등, 양적․질적 연구의 갈등해소와 통합과 연구단위의 개체에서 사회맥락으로의 확대, 그리고 교수․학습이론연구에서 근거없는 현자적 통찰보다는 실증적 근거에 따른 의사결정 등을 장차 교육심리학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토론해야 할 문제로 제기하였다.
교육심리연구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1996, Vol. 10, No. 1, pp. 25-43
교육 심리학 : 그 학문적 성격과 과제
이성진(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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