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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간존재의 이해 제3장 마음에 따른 관계맺음과 욕심-(1)욕망과 문화세계

반찬이 2010. 1. 14. 11:17

3. 마음에 따른 관계맺음과 욕심

 

(1) 욕망과 문화세계

 

  인간이 지각의 주체로서 형성하고 실현하는 ‘욕구(need)'는 개나 돼지와 큰 차이가 없다. 인간이 음식 수면 안전 보온 이성 등의 욕구는 개나 돼지와 동일하다. 이런 까닭에 흔히 인간을 개나 돼지에 비교하여 '사람이 개나 돼지와 다른 것이 무엇이냐’, ‘나는 개나 돼지처럼 살아간다’, ‘너는 개나 돼지보다도 못하다’등으로 말한다. 이런 표현은 인간을 단순히 욕구의 주체와 동일시하여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의 주체로서 문화를 통해서 욕구를 욕망(desire)으로 전환시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개나 돼지에게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삶을 살아간다. 이런 경우에 사람을 개나 돼지에 비교하는 것은 더 이상 인간으로 존재할 수 없는 문화 이전의 상태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개새끼’나 ‘돼지 같은 녀석’ 등과 같은 욕설은 인간이 당연히 개나 돼지의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간이 ‘인간다움’의 본격적 실현은 ‘욕구하는 존재’에서 ‘욕망하는 존재’로 탈바꿈하게 될 때,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

 

  인간이 생각의 주체로서 갖고 있는 욕망은 문화를 통해서 형성되어 존재하는 것들이다. 언어는 인간이 생각작용을 통해서 욕구를 욕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만든다. 야생에서 생활하던 ‘늑대 소년’이 문화 속으로 이끌려 왔으나 인간으로 성장하지 못한 까닭은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여 생각의 주체로서 욕구를 욕망으로 전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언어는 인간이 문화를 형성하고 실현하는 수단인 동시에 문화를 채우고 있는 내용물이다. 문화는 ‘글(文)로써 자연을 변화시켜(化) 놓은 것’을 말한다. 언어가 집단의 산물이듯 마찬가지로 문화 또한 집단의 산물이다. 언어는 욕망으로 형성되고 실현되는 문화의 구체적 양상이라고 말할 수 있고 문화는 언어의 세계에 기초하여 형성하고 실현되는 집단적 욕망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문화를 축적-발전시켜 나가는 데 발맞추어 욕만체계 또한 분화-확대되어 왔다. 그 결과 인간은 음식 ․ 의복 ․ 이성 ․ 자녀 ․ 소통 ․ 지위 ․ 재물 ․ 쾌락 ․ 탐구 ․ 심미 ․ 놀이 ․ 일 등과 같은 다양하고 복잡한 욕망체계를 구성해서 살아가게 되었다.

 

  인간의 욕망체계는 문명화의 과정을 통해 몸에 영향을 미치게 됨으로써 인간이라는 독특한 종(種)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즉, 인간의 욕망체계는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 온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욕망체계를 문화로 실현해 오면서 적합한 부류가 선택되고, 그렇지 못한 부류가 도태되는 과정을 거쳐 오늘날과 같은 몸과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인간은 두뇌 발달, 손발 사용, 성교 빈도, 발성 기능 등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하여 욕망의 형성과 실현에 필요한 여러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인간이 갖고 있는 언어 능력은 욕망의 형성과 실현에 직접적인 기초가 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언어에 따른 문장 놀이의 결과로 나타나는 무한한 관계맺음에 따라 생성되고 변형된다. 욕망은 무한한 확대와 축소가 가능한 초월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구체적 관계 속에 묶여 있는 제한 된 욕구와 명확히 구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구와 욕망은 불가분의 관계로 엮어져 있어 구분이 쉽지 않다. 욕망의 정서와 욕구의 정서가 동일한 성격을 갖는 감정인 까닭에 정서면에서 욕망과 욕구의 구분은 의미를 갖기 어렵다. 또한 욕망에서 볼 수 있는 초월적 성격도 욕구가 바탕하고 있는 구체적 관계를 빌려서 드러내는 형식을 따르고 있다. 인간은 모든 것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절대자를 지칭하는 경우에도‘하늘’과 ‘아버지’가 욕구 체계 속에서 갖는 구체적 관계를 빌려서‘ 하느님 아버지’라고 부른다. 초월적 성격의 욕망과 구체적 성격의 욕구는 이쪽과 저쪽이 서로를 불러내어 순환하는 전환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인간이 욕망과 욕구 구분은 현실적으로 무의미한 경우가 많은 까닭에 욕구와 욕망을 통합하여 욕심(慾心, wanting mind)으로 부른다.

 

  인간이 형성하고 실현하는 욕망은 개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문화 속에서 전체적으로 강한 동질성을 갖고 있다. 인간의 욕망형성과 실현이 문화에 기초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문화는 인간이 생활과정에서 축적해 온 집단적 삶의 양식으로서 개인의 욕망 형성과 실현에 대해 지침이 되는 본보기(model-exemplar)'를 제공한다. 본보기는 집단이 공동으로 추구하는 이상적 형태의 삶 양식(life style)을 ‘본과 보기의 구조’로 담아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과 보기의 구조’에서 본(本)은 본질이나 근본에 해당하는 원리(principle), 원형(archetype)을 말하고, 보기는 드러내 보이는 것에 해당하는 현상(phenomenon)이나 사례(instance)를 말한다. 사람들은 현상이나 사례가 원리나 원형에 완전히 부합하는 경우에 ‘본보기’라고 부른다. 개인은 본보기에 일치하는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면 칭찬과 보상이 따르고, 벗어나는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면 비난과 처벌이 따른다. 개인들이 본보기에 맞는 형태로 욕망체계를 형성하여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까닭에 집단적 삶의 양식이 존재할 수 있다.

 

  문화의 본과 보기는 인간과 세계에 대해 설정해 놓은 기본 전제, 즉 시간과 공간, 전체와 개체, 있는 것과 없는 것, 본질적인 것과 현상적인 것 등에 관한 전제들에 기초하여 형성된다. 사람들은 이러한 체계를 일반적으로 세계관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세계관에 기초하여 집단의 문화적 소망을 담아낼 수 있는 본과 보기를 설정하고 공동선으로 추구한다. 또한 문화의 본과 보기는 언제나 특정한 세계관에 기초하여 구성된다. 또한 문화의 본과 보기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개인과 집단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끊임없이 변형되고 변화된다. 특히 문화 변동의 과정에서 세계관이 달라지게 되면 본과 보기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가 상황과 일치되는 경우, 질서를 확립하고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무질서와 혼란을 맞게 된다.

 

  인간이 형성하는 문화의 본질과 보기는 바람직한 몸과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다. 각각의 문화 속에는 바람직한 몸과 마음에 대한 이상적인 본과 보기가 존재한다.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은 바람직한 몸과 마음을 통해서 바람직한 인간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시대나 상황에 따라 바람직한 몸과 마음에 대한 보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관점의 차이로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바람직한 몸과 마음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는 논의와 논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바람직한 몸과 마음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면서 문화가 혁명적인 변화의 과정에 놓이는 일을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성인이나 현인으로 불리는 인물들은 발로 바람직한 몸과 마음에 대해 이해와 실천의 본과 보기를 제공한 사람을 일컫는다.

 

  인간의 욕망체계는 시비 ․ 선악 ․ 미추 ․ 진위와 같은 문화의 가치 기준에 따라 집단적 삶의 양식으로 제도화되어 사회체제(social structure)로서 개인의 삶을 규정한다. 사회체계는 인간의 내부에 개별로 존재하는 욕망체계를 집단 형태로 통합하여 제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체제는 집단이 문화를 실현하는 객관적 실체로서 현실의 제도 ․ 관습 ․ 규범 등으로 존재한다. 인간은 사회체제를 통해 문화의 본과 보기를 관리하고 유지한다. 이런 관계로 사회체제는 개인의 욕망체계가 갖는 개별적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욕망체계와 집단적으로 존재하는 사회체제 사이에 마찰과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개인이나 집단이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분화가 지향하는 본과 보기를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욕망체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런데 개인의 욕망체계형성은 능력과 환경에 따른 다양한 변수들, 즉 재능 ․ 기질 ․ 자원 ․ 기회 ․ 여건 등에 따라 특수성이 발생하여 많은 차이를 낳는다. 즉 어떤 사람은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욕망체계를 형성할 수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만약 욕망체계의 개별성과 현실의 사회체계 속에서 문화의 본과 보기에 마찰과 갈등을 빚으면 선택과실천의 과정에 문제가 발생한다. 선택과 실천의 결과가 일탈로 나타나 비난과 처별의 대상이 되면, 인간은 기존의 욕망체계유지에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인간은 내면에 존재하는 개별적 욕망체계와 외부에 존재하는 사회체제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

 

  먼저 인간이 개별적 욕망체계와 외부의 사회체제가 본질적으로 정합의 관계에 있다고 전제하는 경우에 인간은 사회체제를 통해서 욕망 실현을 삶의 목적으로 삼는다. 이때 인간은 개별적 욕망의 근거를 사회체제가 지향하는 공동선에서 찾는다. 인간은 사회적으로 용인된 방식으로 욕망 형성과 실현을 삶의 본질로 이해한다. 이로 인해 사회체제가 삶의 전 영역으로 확대되어 사사로운 영역이 극도로 축소된다. 인간은 사회체제에 맞도록 욕망을 갈고 닦는 일이 중요하다. 사회체제와 맞지 않는 욕망은 사악한 것으로 부정된다.

 

  이와 다르게 인간이 개별적인 욕망체계와 외부의 사회체제가 본질적을 일치하지 않은 관계에 있다고 전제하는 경우에는 사회체제를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제한된 수단으로 삼는다. 이 때 인간은 개별적 욕망의 근거를 개인이 추구하는 사사로운 의도에서 찾는다. 자체로서 본래의 목적을 갖는 공동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욕망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사회체제를 수단으로 활용한다. 사회체제는 욕망에 수반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관철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사회체제가 욕망의 실현에 방해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인단은 사회체제를 필요악처럼 이해한다. 인간은 사회체제가 개별의 욕망체계에 직접 개입하는 영역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한다.

 

  인간은 집단적 삶의 양식에서 대다수가 따르는 주도적인 양상을 유행(流行,fashion)이라고 한다. 유행은 ‘시세에 다른 양식의 흐름<時流>’으로서 문화가 변화하는 데 따라 계속 모습을 달라한다. 인간이 유행을 구분하는 ‘양식(樣式)’은 과거와 현재에 기준을 두고 있다. 즉, 인간은 오래된 삶의 양식을 구식이라고 하고, 새로운 삶이 양식을 신식이라고 말한다. 신식과 구식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면서 새로운 유행을 낳는다. 유행이 흐름과 더불어 구식이 쌓여 형성된 과거가 전통이고, 신식이 모습을 드러내는 지금이 현대이다. 그런ㄷ 구식이 신식에 밀려나는 경우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구식이 새로운 모습으로 되살아나 유행을 교체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유행은 반복되는 경향을 지닌다.

 

  인간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집단적으로 삶의 양식이 달라질 때 문화변동이라고 말한다. 분화변동은 삶의 양식에 영향을 미치는 성향과 지식, 기술의 변화로 발생한다. 먼저 성향은 인간이 장기간에 걸쳐 형성한 태도로서 지속적인 성질을 갖는다. 인간이 성향을 변화시키는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성향으로 인해 갑자기 문화변동이 되는 일은 적다. 성향은 문화변동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지식과 기술은 인간이 사물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논리와 방법으로서 순간적인 전환도 가능하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개발이나 도입에 따라 대대적인 문화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지식과 기술의 혁신은 급속한 분화변동을 일으켜 혼란과 무질서를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간은 문화변동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시세에 부응하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문화변동을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문화변동이 심한 상황에 놓여 삶의 양식에 큰 변화가 오게 될 때, 사람들은 구식과 신식, 전통과 현대를 놓고 어떠한 본과 보기를 선택-실천할 것인지 갈등하고 고민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인간의 문화변동 이해는 국면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즉 본과 보기가 변화하는 방식, 본과 보기가 변화하는 양상, 본과 보기의 변화에 대한 태도 등에 따라 이해 방법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 사색의 숲
글쓴이 : 심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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